[리뷰] 따뜻함이 살아 숨 쉰다면 그것은 생명 - 카르밀라

그리고 생명이 하는 것은 사랑
글 입력 2024.07.16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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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카르밀라_메인포스터.jpg

 

 

소설을 원작으로 한 창작 뮤지컬 <카르밀라>. 모티브가 있는 작품은 기대할 수밖에 없다. 어느 것을 극으로 가져올지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예상을 넘어 더 큰 매력을 발산한 뮤지컬 <카르밀라>를 혜화에 위치한 링크아트센터드림에서 만났다. 흥미진진하면서도 마음의 잔잔한 울림을 주었던 공연이었다.

 

 

 

마음이 따뜻하게 살아 숨 쉰다면 모두 생명이므로


 

‘흡혈귀’ 단어에 녹아있듯, 그들은 귀신으로 불린다. 다른 사람의 생을 빼앗아 자신의 명을 더한다는 점에서 생명이라 불릴 수 없는 것이다. 악의 존재로 숨 쉬는 것조차 사람들에게 공포다.

 

그러나 카르밀라는 사람 피를 갈구하는 본능을 최대한 억누르며 짐승의 피로 살아간다. 영생을 끊어내고 싶어 하고, 자신이 인간을 해치는 뱀파이어라는 사실 자체로 두려움에 떤다.

 

그녀가 측은하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따뜻한 마음과 감정이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스스로 존재에 대한 위험을 인지하고,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마음, 로라를 지켜주고 싶어 하는 따뜻함이 가득하다. 그것으로 우리는 그녀를 흡혈귀가 아닌 하나의 생명으로 느낀다.

 

사실 인간 세상에서 사람이 제일 무섭다. 눈 하나 끔뻑 않고 보이지 않는 말의 칼로 서로 공격하기 일쑤다. 이 세상 굵은 선 긋기 때문에 따뜻한 존재임에도 배척당하는 생명들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부분이었다.

 

 

 

로라의 작은 세상과 카르밀라의 고통이 만나 그들만의 넓은 세계를 만들다


 

로라는 반평생 집안에서 생활하며 동네도 제대로 돌아다니지 못하고 살아가는 기구한 운명이었다. 그리고 극의 마지막에서 카르밀라와 더 넓은 세상으로 손을 잡고 함께 나아가기를 결심한다.

 

뮤지컬이 끝나고 지하철을 타서부터 환승 플랫폼을 걸어갈 때까지 ‘그것이 사랑이 맞나’ 의구심이 들었다. 어쩌면 우정은 아니었을까 하고. 물론 우정과 사랑은 겉보기에, 아니 속으로도 같은 것이라 나조차도 설명하기 어렵지만, 의문은 들 수밖에 없었다.

 

만약 로라가 온 세상을 휘젓고 사는 사람이었다면, 일상을 공유하고 꽃을 함께 가꾸는 친구가 있었더라면, 과연 카르밀라의 목덜미를 물어 뱀파이어가 되는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 100년 후에 카르밀라가 닉이, 로라가 카르밀라의 상황에 처할 수도 있는 불안정한 선택을 한 것만 같았다.

 

그러나 이내 집 현관문을 열었을 때, 내 고민은 그랜드 스탠딩과 비슷한 결의 허세라는 것을 알았다.

 

로라가 작은 세상에 살았기 때문에 좁은 시야로 결정을 내렸다고 당연하게 말할 만큼 나는 넓은 세상을 경험해 보았을까?

 

분명 나도 유한한 경험들로 살아가고 있고, 심지어 이것들에 갇혀 큰 결정을 내리지 못할 때가 너무나도 많다. 마음을 따르는 용감한 결정들은 잊은 지 오래다. 그런데도 감히 그녀의 선택이 그릇된 것이라 함부로 말해도 되는 것일까? 로라는 마음을 다해 최고이자 최선의 선택을 했다. 강단 있던 결단과 결심은 참으로 배울만한 것이었다.

 

 

 

내 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


 

카르밀라와 로라가 손을 잡고 문을 나설 때 영화 아가씨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석양을가르는 배를 타고 자신들을 속박하던 곳에서 벗어나던 히데코와 숙희의 모습이.

 

과연 안전한 곳으로 떠난 것이 맞을까. 또 다른 사람들이 그들의 인생과 사랑을 방해하진 않을까. 이상하게도 나에겐 어떤 파도가 닥쳐올 것만 같은 불안을 준 엔딩이었다.

 

카르밀라와 로라를 보고 같은 감정이 드는 것을 보니, 이들의 여정을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꽤 큰 것을 느낀다. 외부의 자극 없이 평화롭게 이어지는 사랑을. 

 

자신은 어떤 사랑을 했었고, 하고 있는지 돌아보기에 좋은 작품 <카르밀라> 이야기를 여기에서 마친다.


 

[박가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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