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이상해도 괜찮아?! [영화]

글 입력 2024.07.16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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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4일부터 14일까지 열렸던 제2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성료했다. 올해는 기존의 아이덴티티인 장르영화 뿐만 아니라 AI영화로 리브랜딩을 시도하였다. 부천초이스 ai영화섹션을 도입하였고 그 외에도 부천초이스, 엑스라지 등의 섹션에서 미래지향적인 세계관을 가진 영화들을 만날 수 있었다.

 

[“영화는 언제나 새로운 기술의 도전에 적극적으로 반응해 왔다.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로 흑백에서 컬러로 평면적인 화면을 3D로, 이제 영화는 우리의 가장 급진적인 발명품 AI를 마주하고 있다. 낯선 것을 바라보는 우리와 같이 이제 막 세상에 눈을 뜬 AI는 인간을 어떻게 바라볼까? 인간을 본뜬 이 발명품이야말로 역설적으로 인간을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강력한 계기가 될지도 모르겠다.”] - 포스터 아트디렉터 박시영(빛나는 대표)

 

 

 

 

필자는 이틀간 부천영화제를 짧게 즐기며 부천에서만 만날 수 있는 어딘가 이상하고 유쾌한 색의 영화들을 즐겼다. 그 중 부천의 아이덴티티가 잘 담겨있는 영화 3편을 소개하고자 한다.


 

 

1. 부천초이스 - 도와줘! 외계인을 임신했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국제 단편경쟁 부문인 ‘부천 초이스: 단편’ 부문에는 올해 아시아, 미주, 유럽 지역에서 출품된 1,018편 중 9편이 선정되었다. 올해 출품작 수 증가에 따라 작품이 다양했으며, 전통적인 장르 연출 방식을 따르는 작품들과 함께 AI 열풍 때문인지 미래 지향적 판타지물이 두드러진 경향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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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와줘! 외계인을 임신했어(2024, 썬더립스): 제목부터 파격적인 이 영화는 정말로 외계인을 임신한 여자의 고군분투를 담고 있다. 주인공은 내 몸이 이상하고 배 속에서 팔딱팔딱 뛰는 처음 느껴보는 두려움을 마주하지만 의사, 간호사, 남자친구 아무도 의지할 곳이 없다. 결국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하는 의사의 얼굴에 끈적끈적한 액체가 분출하고 남편의 외계 성기를 공개하면서 외계인을 낳기까지 질주하고 있다.

 

기존의 드라마나 영화에서 그리던 모성애의 이미지는 온데간데 없지만 임신한 여성이 느낄 법한 본능적인 감정의 소용돌이를 극한으로 보여주고 있다. 질퍽하고 역겨운 리듬감 사이에서 혼란스러운 감정을 체험했다면 영화가 추구하는 바를 다한 것이라 생각한다. 썬더립스가 준비중인 장편_엄마, 외계인을 임신했어도 영화관에서 만날 수 있길 기대한다.


 

 

2. 엑스라지 ; 체화

 

["짧지만 한계 없는 가능성의 상찬. ‘엑스라지’는 장편 영화가 포착하지 못하는 폭넓은 이야기와 세계관을 담은 단편 영화만의 매력으로 가득한 작품들을 만나는 섹션이다. 1,018편 중 엄선된 27편의 해외 단편, 1,558편의 지원작 중 치열한 심사를 거쳐 선정된 31편의 한국 단편이 상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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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화(2024, 홍승기): 어느날 나타난 주인공 다빈은 밥 대신 물만 먹고 몸에서 꽃향기가 난다. 반친구들은 다빈이 다른 아이들과 다르고 이상하다며 멋대로 그를 미행하고 괴롭힌다. 따돌림 당하던 다빈은 반친구들에게 꽃가루를 뿌리기 시작하는데 그때부터 반친구들 전체가 모두 꽃을 피워낸다. 아직 사회의 관념들을 체화하기 전의 아이들로부터 가능성들을 복기시키고 있는 이 영화는 아이들이 가진 순수한 이미지에서 더 나아가 새로운 방향성을 보여주는 자아의 이미지로 표현하고 있다.

 

“외면하지 말고 받아들여, 그리고 피워내 너의 꽃을” 나레이션으로 울려퍼지는 음성은 미쳤거나 틀렸거나 이상해도 괜찮다는 부천국제영화제의 슬로건과도 맞닿아 있다.


 

 

3. 코리안판타스틱 ; 철봉하자 우리


["한국 장편 영화 경쟁 부문 ‘코리안 판타스틱: 장편’은 한국 장르영화의 현재와 미래의 가능성을 만나는 자리다. 오컬트, SF, 코믹 학원 호러, 미스터리 스릴러 등 다채로운 장르와 신선한 시도가 돋보이는 11편의 장편 영화들이 상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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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봉하자, 우리(2024, 목충헌): 2020년부터 3년간 이어졌던 코로나19 시기의 청춘들을 담은 영화이다. 이상하게도 석주와 맹지는 너무 닮아 있고 친해질수록 둘은 점점 선을 넘는다. 외로움에 데이팅앱을 켜는 석주, 눈 밑에 물파스 자해를 하는 남자친구와 사귀는 맹지는 서로가 탐탁지 않다.

 

영화 자체가 애정어린 시선으로 석주와 맹지를 바라보고 있어 그들이 마음 깊이 담긴 솔직한 감정을 꺼낼 수 있게 도와주고 있다. 분명히 시대적 우울과 불편함이 내재되어 있지만 코로나시기는 거들 뿐, 솔직 담백한 그들만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따뜻하게 보여준다.

 

*


부천은 다른 영화제들과 달리 관광에 최적화된 도시는 아니었다. 그러나 아파트, 프렌차이즈매장이 즐비한 상가, 대형쇼핑몰 등 특별할 것 없는 도시성이 영화제의 “이상해도 괜찮아” 슬로건과 잘 어우러졌다. 영화제를 즐기면서 도심 사이사이에 기이한 에너지가 분포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고 이 아이러니가 부천이 내뿜는 매력이었다.

 

내년에는 어떤 기발하고 새로운 영화들을 만날 수 있을지 기대된다. 7월의 카니발, 심야상영, 한여름밤의 시네페스타 등 행사 프로그램도 참여하며 재밌게 즐기고 싶다.

 

 

[" "]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홈페이지 인용

 

 

[강혜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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