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당신] 잘 아는 사람

나를 나 자신을 잘 알까?
글 입력 2024.07.25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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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에게 자기소개를 시키면 어떤 질문을 할까? 나의 경우엔 이런 질문에 부닥치면 자신을 분리해서 바라보게 된다. 그리고 논리가 포함된 단어를 잘 이어 붙여 삽시간에 내가 누구인지 압축한다. 그러나 여기에서는 나에 대해 산발적이고 부분적인 답변으로 남기고 싶다. 나의 역사가 아닌 현재의 '변의정'은 누구인지, 노출이라는 두려움이 시간을 뚫고 나타나기 전에 나에게 조금 더 솔직해지는 시간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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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살의 나

 

 

 

Q1. 당신은 당신을 얼마나 잘 알고 계신가요?


 

나는 나 자신을 잘 모르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표면적으로는 나는 나를 과하게 드러내는 것을 꺼리는 편이에요. 너무 깊이 알면 알수록 다른 사람들과 비교되는 지점을 예민하게 느꼈기 때문에 자신을 알기를 회피하는 성향으로 자란 지점도 있고요. 

 

한쪽에서는 하고 싶은 일을 할 때 제동처럼 걸리는 안 좋은 버릇이었지만 어떤 지점에서는 더 나은 나로 향하려는 동력이었어요. 타인의 형상과 그들과의 관계를 파악해야 하니 발화자보다는 관조자가 되는 입장이었고 열심히 다른 사람들을 알아봤죠. 그래서 관찰에 능력 있고 더 세심하게 반응할 수 있어요. 하지만 자극에 과민하게 반응해서 혼자 피곤해지고 이러다가 지치면 모든 자극의 스위치를 내리고 둔감한 척을 하면서 애써 모르는 것처럼 굴기도 합니다. 이렇게 새가슴에다가 우유부단한 성격만은 잘 알고 있는 것 같네요. 

 

하지만 나의 욕망까지 무시하게 되니 모두 행복한 와중에 나 홀로 그 행복을 참고 있는 것 같았어요. 저는 골고다 언덕을 오를 만한 존재는 아닌가 봐요. 그래서 마음속에서 터져 나오는 과육 같은 말씨들을 참지 않기로 했어요. 그래서 글을 씁니다. 글만큼 직접적이면서도 우회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언어가 없는 것 같아요. 나의 발상을 한없이 받아주니 감사해요.

 

나는 과거의 나는 잘 알고 있지만 현재의 나는 잘 모르겠어요. 무엇을 좋아하고 느끼는지 정리하고 나서야만 말하는 강박이 있어요. 어쩌면 정리되지 않는 것이 현재일지도 모르겠네요. 그래도 과거와 현재의 기준 있어요. 그건 회고할 만큼 기억에 침잠될 수 있느냐인 것 같아요. 기억에서 버티는 것이 연장되는 것, 남들과 비교했을 때 못나 보이고 삭제하려고 했던 지점을 늪에서 다시 찾는 것.

 

 

 

Q2. 당신이 '지금' 집중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좀 더 진심이 되고 싶어요. 저는 진지한 사람들을 좋아해요. 결이 맞거든요. 그날 하루의 날씨만으로도 깊게 빠져들 수 있는 발상은 정말 소중해요. 하지만 진지함은 꺼려지는 대상으로 평가되는 경우가 많죠. 나도 가끔 버겁기도 하고 진지해서 하지 못하는 일들도 있어요. 그렇지만 나는 그게 재밌어요. 역치라고 하나요. 그게 높아요. 흥미의 발동 조건이 꽤 까다로워서요. '왜?'라는 질문에 꼬리를 물고 따라오는 것들이 점점 커질수록 쾌감을 느껴요. 물론 매번 갖다주는 건 아니지만 몰입이 높아지는 것 자체가 즐거워요. 

 

다시 원래 질문으로 돌아가면, 음.... 내가 느끼기에 거짓말하지 않고 후련해질만큼 지금의 감정을 토로하기에 집중하고 싶네요. 내가 진지하고 생각이 많은 사람이란 걸 부끄러워 하지않고 말하고 싶어요.

 

 

 

Q3. 당신의 약한 부분은 어디인가요?


 

나는 사람의 좋은 점을 과다하게 상상하는 버릇이 있어요. 내가 관심 있게 보기 시작한 사람들은 순식간에 제가 좋아하는 사람이 되어있더라고요. 사람을 잘 믿지 않는 것 같으면서도 나도 모르는 어떤 관문을 통과하면 사람을 너무 좋아해요. 경험적으로는 사람들이 제가 상상한 만큼 좋은 사람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지만 사람을 믿고 싶다는 강렬한 의지가 작용해서 그런 것 같아요. 믿지 않으면 거짓을 자꾸 부풀려야 하잖아요. 그게 힘들어요. 거짓말에 잘 맞는 새로운 거짓말을 만들어낼 상상력은 없어요.

 

이런 나의 특징도 어떻게 보면 이기적이죠. 괜히 그렇지도 않은 사람을 나의 시선에 맞춰 바라보려고 하는 것이니 말이에요. 아무리 선의를 갖고 행한다고 하지만 그것이 행해지는 상대방이 원하지 않는 것이라면 선한 것이 아니죠. 그것 때문에 혼자 부풀려서 생각한다고 지적받은 적도 많았고 이런 성향을 악용당하기도 동시에 상대방에게 큰 상처를 주기도 했어요. 그런 부정적인 일 이후엔 기대하지 않는 것이 나중에 실망하지 않는다고 타인에 대해 생각하기를 자꾸만 늦추고 나에게만 집중하기도 해요.

 

하지만, 이 방식이 옳은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에요. 오해라는 게 어떨 때는 서로를 강력히 연결해 주거든요. 아직도 관계에 있어 믿음에 대한 문제는 미궁이에요. 결국엔 내가 회피하지 않고 해결해야 할문제이기 때문에 약한 부분이죠. 이런 점을 보면 난 염세적이진 않지만 다소 논리적이지 않은 생각을 많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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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의정, <믿음 연재>, 2023, 네트망, 펄프 지점토, 클립, 조명, 51.5 x 33cm

 

 

 

Q4. 어릴 때부터 미술을 접하셨다고 들었는데, 예술은 어떻게 시작하셨어요?



아직도 생각나는 어릴 때의 이야기인데, 내 아파트 단지는 단지마다 상가가 있었어요. 내가 5단지에 살았는데 5단지 상가에는 미술학원이 없었는데 6단지에는 있는 거예요. 그때 마침 5단지 주변에서 친구 따라서 피아노 학원에 자주 놀러 갔었는데 학원에 등록하진 않아서 눈치가 많이 보였거든요. 당시에 학원을 한 번도 안 가고 방과후 활동만 했었는데 친구처럼 학원에 다니는 게 멋져 보였나 봐요. 결심하고 미술학원에 다니고 싶다고 아빠에게 말했어요. 근데 사실 거긴 학원도 아니고 교습소였던것 같아요.

 

어쨌든 처음으로 미술의 세계로 향하기 위해 아빠와 같이 교습소에 등록하러 갔죠. 하지만 교습소의 도어벨이 딸랑거리는 순간 아빠의 손을 붙잡아 문을 닫고 거기서 도망쳤어요. 왜 그랬었는지 아직도 생각나지 않지만, 본능적으로 험난한 미래가 보였던 걸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거기서 포기했어도 계속해서 예술이 하고 싶더라구요. 

 

사실 미술은 누구에게 인정받거나 감정을 표출하기 위한 수단처럼 생각했어요. 그래도 나름대로 손재주가 있었거든요. 누군가 인정해 주는 나의 그림은 좋지만 그렇지 않은 그림은 꼴도 보기 싫더라고요. 이런 감정은 입시 미술을 시작하면서 심해졌어요. 내 그림에 대한 인정보다는 타인의 의견 수용이 무조건적이었던 시기였네요.

 

하지만 음악은 달랐어요. 13살 때 자우림을 알게 되면서 밴드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내가 15살일 때 '복면가왕'에 국카스텐의 하현우가 출연하면서 완전히 반해버렸죠. 중학교의 기억은 방에서 밴드 음악을 디깅하면서 플레이리스트 짜던 것으로 채워져 있네요. 그만큼 록과 밴드를 사랑했고 그것들의 위로 방식이 굉장히 좋았어요. 다소 과격하지만, 이념적으로는 평화를 사랑하는 모습을 동경했어요.

 

이렇게 나에게 있어 미술과 음악은 괴리가 있었지만 18살 이후로 미술사를 배우고 이론을 배우면서 미술 이념의 다양성을 알게 되니 미술을 음악처럼 사랑하게 되더라고요. 질문에 대한 일장 연설을 하게 되었지만 그만큼 시작이라고 부를 지점이 애매하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어요. 미술교습소로 가기로 결심했을 때였는지, 미술로 누구에게 인정받았을 때였는지, 입시 미술을 시작했을 때였는지, 자우림을 알게 되었을 때였는지, 아니면 전공을 선택하고 대학교에서 정식 교육을 받는 지금인지.

 

시작점은 뚜렷하지 않지만 그래도 예술이란 무엇을 계속하고 싶었다는 마음이 이어져 온 것은 말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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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의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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