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결국, 사랑 - 뮤지컬 카르밀라

돌고 돌아 그것에 대한 이야기
글 입력 2024.07.17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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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다'와 '사랑하다'

 

우리는 사랑하기 때문에 누군가를 원하는 것일까, 원하기 때문에 사랑이라고 느끼는 것일까? 둘 다 아니라면, 그들은 그저 별개의 감정일 뿐일까.


카르밀라의 아름다움에 매료된 닉은 그녀를 자신과 같은 드라큘라로 만들어 평생을 함께하기를 요구했다. 반면 카르밀라는 그토록 사랑했던 로라를 눈앞에 두고도 멀리 떠나자고, 이만하면 되었다고 닉을 설득한다.

 

닉은 인간 소녀 로라를 사랑하는 카르밀라를 위해, 그녀를 자신들과 같은 드라큘라로 만들자고 제안한다. 그러나 카르밀라는 그런 닉에게 경멸의 눈빛을 보낸다.


무엇이 다른 걸까? 닉은 카르밀라를, 카르밀라는 로라를 그저 사랑했을 뿐인데 말이다.


뮤지컬 <카르밀라>는 인간 소녀와 매혹적인 드라큘라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다. 그리고 그 틈에서 우리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던지고 있다. 저마다 가지고 있는 각자의 사랑에 대해서.


인간은 누군가를 원하는 감정을 줄곧 사랑이라는 감정과 연결 짓는다. 하지만 여기서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는 듯하다. "원하다 = 사랑하다"는 과연 성립할 수 있는 수식일까?


아주 짧은 찰나, 순수한 소녀를 마주했던 카르밀라는 그날 이후 10년 동안 그 소녀를 본적도 만난 적도 없다. 그럼에도 그녀는 성숙해진 로라를 단번에 알아본다. 그만큼 로라는 카르밀라의 마음속에 강렬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많이 그리웠을 법 한데, 한 번쯤은 만나고 싶었을 법 한데 카르밀라는 곧장 닉에게 로라를 떠나자고 말한다. 로라에게 어떠한 해도 끼치고 싶지 않아 하는 마음이 여실히 보이는 장면이다.


그렇다. 카르밀라는 단 한 번도 로라를 원한 적이 없다. 정확히 말하면, 원했음에도 사랑이라는 감정 아래에 그것이 묻히고 말았다. 카르밀라는 로라를 그저 사랑했을 뿐이다. 반면 닉은 카르밀라를 사랑하지 않았다. 그저, 원했을 뿐이다. 비록 그 시작은 사랑이었을지 몰라도 닉의 '원함'은 처음의 숭고했던 감정마저 집어삼켜 버리고 만다.


우리는 종종 누군가를 원한다. 나의 곁에 있기를, 나와 일상을 함께 하기를 원한다. 다만 그런 바람이 상대를 사랑하는 감정 그 자체인지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 카르밀라를 향한 닉의 감정은 자칫 사랑으로 착각될 수 있지만, 조금만 더 깊게 파보면 그 안에는 갈망하는 감정만이 남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닉과 카르밀라의 관계는 이로써 카르밀라와 로라의 관계성을 더욱 돋보이도록 만드는 역할을 한다. 그들의 사랑은 단순히 서로를 원하는 것을 넘어 사랑 그 자체로 빛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04. 뮤지컬 카르밀라_유주혜 이재림.jpg

 

 

그렇게 인간이 '사랑'이라고 이름 붙인 감정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많은 일들을 일으킨다. 굳이 할 필요 없는 행동을 하고, 어쩌면 버거울지 모를 선택을 감행한다. 카르밀라와 로라의 사랑은 흔하디 흔한 역경과 고비를 지나 그럴듯한 결실을 맺는다. 단순한 스토리 라인과 다소 빈약한 이 둘의 서사는 일부 관객들로 하여금 그들의 이야기에 몰입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원래 '사랑'이란 것은 때때로 개연성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볼 수 없을 때 등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극에 몰입하고 함께 눈물 흘릴 수 있었던 이유 역시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이 '사랑' 때문이라는 점은 반박할 여지가 없다. 어째서 카르밀라는 처음 본 소녀 로라를 위해 앞으로의 자신의 인생을 희생하겠다는 결심을 할 수 있었을까. 어째서 평범한 인간 로라는 스스로 드라큘라가 될 거라는 굳은 결심을 할 수 있었을까. 그 누구도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다. 다만 그들 사이에는 사랑이 있었을 뿐이다.


문득 올라오는 감정에 타당한 이유를 찾는 것은 마치 답이 없는 문학 작품에 선택지를 제시하는 것과 같다. 여기에 명확한 오답은 존재할지 몰라도 명확한 정답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이 우리가 평생을 살면서 느끼는 감정의 특성이다. 인간, 그리고 인간의 감정을 가진 드라큘라 사이의 사랑 이야기였기 때문에 뮤지컬 <카르밀라>는 끝내 관객의 감동을 얻어낼 수 있었다.


결국, 사랑이다. 관객을, 사람을 울고 웃게 하는 것은 결국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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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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