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삼세영 갤러리 기획전시 - NAKED FACE

7가지 방식으로 표현하는 내면의 솔직함
글 입력 2024.07.17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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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과 장마, 그리고 표현의 욕망]


 

여름이 왔고, 드디어 장마가 왔다. 뜨거운 여름의 태양과 꿉꿉한 습도 사이를 오가다보면 나는 옷을 벗어던지고 싶다. 땀이 송골송골 맺히다 못해 목과 등을 타고 흐르고, 옷을 적시는 감각을 느끼다보면 몸에 걸친 모든 걸 내던지고픈 욕망에 시달린다.


우리는 일상에서 다양한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고, 장소와 상황에 맞는 옷을 껴입는다. 그럴 때 우리의 목덜미에 흐르는 땀과 곤란함은 단순히 계절의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옷 또는 화장으로 흔히 표상되는 역할들을 충실히 수행하다보면 우리 안의 가장 내밀한 내면의 이야기들이 꿈틀대기 시작한다.


누구의 마음에나 남들에게는 보여주지 않는, 그러나 동시에 폭로하고 싶고 이해받고 싶은 면면들이 존재한다. 철저히 숨기고 싶지만 사실 보여주고 싶고, 엿보고 싶지만 사실 보고싶지 않은 각자만의 진실들. 치열한 일상을 보내고 나만의 시간을 맞이할 때 마주하게 되는 내면의 얼굴들이 있다.


오늘은 비가 오는 날이다. 흐릿해진 창밖을 떠올리며 잠시 생각에 잠긴다. 하고싶은 말을 그러안고 떨어지는 빗방울은 본다. 솨아아- 내리는 빗소리를 듣는다. 비가 오는 하늘은 배경이 되고 시선을 따라 나는 마음의 그림을 그려본다.


비가 내리는 어느 여름, 평창동에 있는 삼세영 갤러리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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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세영 갤러리 기획전시, NAKED F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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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

화장품이 떨어진 어느 날이었다.

민낯으로 출근하면서 부끄러웠지만, 한편으로 쾌감이 있었다.


누구나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

나에게는 화장이 가면으로 느껴졌던 걸까. 어설프게 화장을 하며 매일을 살아간다.

어설프게 화장하기 때문에 완벽하게 마음에 들지도 않는다.

그래도 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화장을 한다.


심다슬 큐레이터



평창동 삼세영 갤러리에서는 2024년 7월 9일부터 8월 3일까지 NAKED FACE라는 주제로 7명의 작가 그룹전이 진행된다. 각자의 내면을 마주하고 자신만의 방식대로 표현하는 작가들의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는 기회이다. 수묵 기반의 페인팅이나, 서양화, 석채, 도자, 패브릭 등등 작가의 특성에 따라 민낯의 내면이라는 주제를 표현하는 양식도 다양해서 공통점과 차이점을 오가며 살펴보는 재미가 있다.


전시를 기획한 심다슬, 이현정 큐레이터는 이번 전시를 통해 솔직하게 내면을 보여주는 작가들의 감정과 경험에 공감하면서, 통념이나 잣대로부터 조금 더 자유로워지는 시간이 될 거라 말했다. 그러면서도 ‘우리가 전달하고자 하는 어떠한 메시지보다, 관람객들의 내면의 소리가 각자의 귀에 혹은 마음에 조금 더 가까이 들리게 되는 전시가 되길 바란다’며 관객들을 초대한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작가는 총 7명으로, 감만지, 강덕현, 여소현, 오영, 인영혜, 장영은, 최미정 작가가 작품을 준비했다.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확고히 구축해나가는 현시대 작가들이 대거 참여한만큼 다양한 면면을 만나볼 수 있는 전시이다.


평창동 언덕길을 따라 올라가다보면 발견할 수 있는 삼세영 갤러리는 여러 개의 공간으로 나눠져있어, 다양한 작품세계를 담아내기에 적절한 구조를 갖추고 있다. 한적한 분위기와 아름다운 풍광을 가지고 있어 공간별로 달라지는 느낌과 분위기에 따라 배치된 작품들을 즐겨볼 수 있는 갤러리이다. 고미술 섹션도 포함되어 있어 다양한 예술품들을 만나볼 수도 있다.




[작가 인터뷰: 각기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는 7개의 내면]


 

 

[장영은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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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소개 - 안녕하세요, 장영은 작가입니다. 2016년부터 동양화를 기반으로 은빛 바느질 선을 중첩하는 수묵의 변주를 통해, 전통과 현대를 잇는 새로운 표현 연구로 ‘푸른 수묵’의 세계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저는 어릴 적 어머니께서 쓰시다 남은 자투리 화선지에 그림을 그리고, 한 자리에 차분히 앉아 이것저것을 만들던 자기만의 창작이 중요했던 아이였어요. 여러 미술관과 갤러리에서 한국화에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예술 작품들을 접하며 성장했고, 유년기부터 체득된 감각이 있었기에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동양화과에 진학 후 연속해서 학업을 마치고 2017년 첫 개인전으로,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저의 뿌리는 수묵이지만 평면, 입체, 설치 등 융합적 성격의 작업을 바탕으로 동시대적 성격의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NAKED FACE라는 주제를 공유받았을 때의 느낌과 생각은 어떠셨나요?


개인적으로, 2023년 12월 삼세영의 공모 선정을 통해 평창동의 자연경관이 아름다운 공간인 삼세영 전관 초대로 개인전을 진행했었는데, 기존 공개했던 시리즈들을 조금 더 확장해 선보일 수 있을 것 같아 기쁜 마음으로 신작들을 진행했습니다.

 


작가님의 작품에는 특유의 반짝임이 있어요. 지난한 시간을 통과해오는 나이테와 상처들에는 필연적으로 어떤 반짝임들이 함께한다고 느끼시나요?


특유의 반짝임은, 전통 발묵의 형식으로 표현한 수묵의 화면 위에 빛을 머금고 있는 특성의 은실 자수를 중첩한 수묵의 변주를 시도한 작업이기 때문이에요. 일반적으로 여겨지는 아름다움과 거리가 있는 대상과 소재들에 빛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작업하고 있습니다.

 

 

자연과 인간은 어떤식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서울에서 나고 생활했지만, 일찍이 ‘자연’을 중요한 소재로 주목하고 받아들이게 된 계기가 있어요. 저는 삶이 무한하지 않다는 사실을 조금 이르게 인지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개인적 사건들로 인해 가족과 주변인들 모두 곁에서 영원히 함께 할 수 없고, 저 역시 이 세상에 무한히 머무를 수 없다는 현실을 마주하다보니, 비록 어린 나이였지만 삶과 존재에 대해 깊은 성찰을 하게 된 거죠.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혹은 무엇을 하며 살고 싶은지, 유한한 이 삶이 끝나게 된다면 어디로 돌아가게 되는 것일지' 같은 고민들을 반복하고, 삶과 죽음에 대한 경험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인간을 자연의 일부이며 분리될 수 없는 존재로 인식하게 됐어요.


그 과정에서 우리는 모두 자연의 섭리를 따라 그 품으로 되돌아간다는 것을 배웠고, 삶의 유한함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것을 모든 작업의 시작점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인간은 자연의 일부라는 동양적 사고가 바탕입니다.



[오영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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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소개 - 안녕하세요. 오영입니다. 존재의 이유와 존재의 근본적인 외로움에 대한 작업을 합니다.


제가 바라보는 인간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그 외로움을 어떤 방법으로든 이해하려는 존재이자, 어떤 방법으로든 자기의 집을 짓고, 자기계(world)를 구축하는 존재에요. 그래서 저의 작업은 모든 외로운 존재들이 어떻게 그 외로움을 고민하며 어떤 관점으로 그것을 이해하고 표현하는지에 관한 구현물이라고 할 수 있어요. 저는 외로움에 대해 위로나 위안의 말을 건네는 것이 아니라, 단독적인 존재들이 자기의 본질적 외로움을 ‘직면’하고 그것을 ‘감각화’하기를 원해요.


그런 의도로 다양한 장면 연출적인 작업을 하고 있고, 제 작품을 접하는 사람들이 조용하지만 또렷한 형태로 각자의 외로움을 감각화했으면 좋겠습니다.

 

 

NAKED FACE라는 주제를 공유받았을 때의 느낌과 생각은 어떠셨나요?

 

처음 이 주제를 제안 받았을 때, NAKED FACE를 설명하는 큐레이터님의 짧은 글은 ‘메이크업을 하지 않은 맨 얼굴’이라는 표면적 의미의 ‘민낯’에 대한 것이었어요. 대개 ‘민낯’이라는 말은 ‘사물이나 사건의 보여지지 않는 이면, 감춰진 이면’이라는 의미의 관용적 표현으로 사용되곤 하니까, 그런 지점에서 저는 NAKED FACE가 그저 ‘맨 얼굴’로 가볍게 읽히는 것보다는 좀 더 진지한 주제로 읽혀지기를 원했어요. ‘감추고 있지만, 어쩔 수 없이 드러나는 근본의 어떤 것’이 무엇일지 고민했었고, 그 고민이 제 존재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진 것 같아요.


저는 다양한 매체로 작업을 해오고 있고, 특히 전시 공간을 구성해서 그 자체가 하나의 작업처럼 보일 수 있게 설치를 하는 편이에요. 이번 그룹전에서는 갤러리의 특성상 평면작업에 맞춰 작품을 구성했고, 대부분 오일페인팅으로 전시를 선보였습니다. 갤러리 측의 기획에 맞춰 전시를 진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많은 작가들의 작업들을 어울리게 설치하고 기획하는 일이 굉장히 어려운 일임을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어요.

 

 

이번 전시에 가족의 모습을 표현한 작품을 포함해주셨어요. 가족은 작가님과 이번 작품에 있어 어떤 의미인가요?


'A WOMAN IN THE BASKET' 이라는 오일페인팅 작업의 일부로 같이 놓인 텍스트에도 그 의미를 밝히고 있어요. “내가 무엇이 되려고 할 때, 그 노력의 일환으로 무엇인 것’처럼’ 행하거나 말하려 할 때, 내 안에서 그것이 독려되거나 저지되는 반작용은 어쩐지 어머니 또는 아버지라는 존재로부터 오는 것 같다. 그들은 내가 얼마나 가능성을 가진 존재인가를 알려주는 동시에 내게 주어진 것이 무엇인지를, 내 가능성의 임계 지점이 어느 쯤인지를 알려준다.”


아버지와 어머니, 가족이 만들어준 세계가 아닌 다른 세계를 경험할 줄을 알게 된 그 시점부터 자아의 긴장은 시작돼요. 가족은 우연과 필연의 얽힘으로 만들어지죠. 그것을 저를 지지하는 동시에 억압하기도 해요. 삶의 민낯이란, ‘가족’이라는 사건뿐만 아니라 모든 국면에서의 처절한 균형잡기가 아닐까 짐작해봅니다.

 

 

작품을 보며 사랑과 시간의 흐름에 따른 변화에도 관심이 있다고 느껴졌어요. 시간의 흐름에도 변하지 않는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혹은 사랑은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화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시간은 정말 이 세계의 모든 것에 변화를 가져다줄 수 있는 거대하고도 대단한 요인인 것 같아요. 시간의 흐름 앞에 절대로 변하지 않는 것이라는 게 있을까요? 무엇인가 불변의 형태로 있다고 해도 시간의 흐름 안에서 완전히 같다고는 할 수 없을 거에요.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감정이라 여겼던 그 어떤 것도 시간이 지나면 그 대상의 존재론을 재구성해야 할 일이 생겨요. 흐르는 시간 속에서 인간은 무상함을 경험하게 되죠. 무상함, 그것은 곧 ‘같지 않음’이에요. 사랑도 시간 속에서 그 모양과 감정을, 그리고 그 형태와 성질을 바꿔갑니다.



[여소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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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소개 - 

안녕하세요. 여소현입니다. 돌이켜보면 어릴적 유년 시절부터 인물을 그리는 것을 매우 좋아했었어요. 온세상이 엄마였던 그때도, 어린동생의 공주님을 그려줄 때도 말이죠. 시간이 흘러 한국화를 전공하고 지금에 이르기까지 인물과 더 확장된 자연과 동식물, 경계를 허물어 애정을 갖고 관계하는 많은 것들을 소재로 작업하고 있습니다.

 

 

NAKED FACE라는 주제를 공유받았을 때의 느낌과 생각은 어떠셨나요?


화장을 하지 않고 집을 나서는 순간의 불완전성에서 오는 해방감이라고 해석했어요. 내가 생각하는 나에 대한 미완의 상태. 헐벗은것 같은 모습을 생각하면 두렵고 부끄럽다가도, 어쩌면 나는 길가에 핀 작은 꽃처럼 있는 그대로 아름다운 존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작업 재료로 석채와 먹, 과슈 등을 사용했어요. 한국화 전공을 하며 진행했던 안료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광물이 갖고 있는 독자적인 텍스쳐와 오랜 시간을 두고 중첩된 채색에서 오는 발색을 풍부하게 표현하는 것에 중심을 두고 있습니다.

 

 

인간의 몸에 대한 관심과 표현이 작품에서 느껴져요. 벗은 인간의 몸이 보여주는 미학에 대해 어떻게 느끼시나요? 그리고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인간의 몸이 은유하는 메시지는 무엇이 있을까요?


질문을 받자마자 든 생각은 애잔함이었어요. 누군가에게 보여지는 모습에서 좀 더 자유로운 인간의 벗은 몸에는 켜켜히 쌓여온 시간과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고 느껴요. 그 각각이 표현하고 말하는 거죠. 많은 무게들이 지나갔을 협곡같은 아찔한 등선에서. 움켜쥐고 결국 내려놓았을 손가락 사이사이에서. 드러내놓지 못해도 내내 애쓰고 있던 발에서.



[감만지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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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소개 - 일상 속에서 느끼는 여러 감정들을 먹의 갈필을 사용해 캐릭터화된 인물로 표현하는 감만지입니다.


저는 제가 사용하는 기법을 ‘날것과 같은 에너지를 표현’하는 것이라고 말해요. 먹의 농도, 필력의 강약, 밑바탕의 강도에 따라 다 다르게 구현되기 때문이에요. 이번 NAKED FACE는 제가 사용하는 먹의 갈필과 함께 저의 가장 적나라하고 숨기고 싶었던 뒷무대를 그린 작품들이에요.

 

이번 작품에서는 꿈을 꾸는 듯한 몽환적인 분위기를 표현하려고 했어요. 작업실에서 쪽잠을 자다 일어난 직후 꿈 속에서 봤던 장면이나 그리고 싶은 이미지가 눈 앞을 지나갈 때가 있는데 <늦은 밤> 이라는 작품이 그러한 작품이었죠.

 

 

작가님의 작품은 어린 시절의 추억, 혹은 가족과 연관되어있다고 느껴졌어요. 작품속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제 그림 속에 등장하는 캐릭터는 저의 어린시절의 성장배경과 주로 보았던 애니메이션, 영화에 영향을 받아 만들어졌어요. 저는 유독 화려한 드레스와 기념하고 사진 찍고 남기는 것을 좋아했어요. 생일 파티나 헬로윈파티 때 그 날의 컨셉에 맞게 의상을 선택하는 것도 좋아했어요. 그래서 그림에 등장하는 캐릭터의 코의 모습도 루돌프 사슴코 같은 느낌이고, 대부분 특별한 날 입을 법한 의상을 입고 있어요.

 

 

잠과 꿈은 작가님과 작가님의 작품에 어떤 의미를 주나요?


저에게 꿈은 무한한 상상력을 발휘 할 수 있는 시간이에요. 꿈을 자주 꾸지는 않지만 꾸는 날에는 어드벤처를 떠나는 날처럼 에피소드가 많은 꿈을 꾸는 편이에요. 제 그림 속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우리가 현실 속에서 간직하고 싶어하는 순간들로 초대되어 그림 속에서 그것들을 누리는 모습으로 표현돼요.

 


[최미정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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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소개 - 안녕하세요. 인물과 자연을 주제로 일기를 쓰듯 내면을 살펴보는 작업을 하는 최미정입니다.


저는 흙 작업에 관심이 많아서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조소학과에서 조소를 전공했어요. 전공하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대상을 표현하는 연습을 하는데, 특히 흙이라는 재료를 대할 때 주는 편안함과 자연스러움이 좋았어요. 이런 관심은 졸업하고 다시 작업을 시작할 때 도자기라는 재료를 선택하는데 많은 영향을 준 것 같아요.


도자기는 흙의 물성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표현 양식이고, 채색할 때 쓰이는 안료 물감은 자연스러운 색감을 표현하는데 적합해요. 과거를 반추하면서 인물과 자연을 주제로 일기쓰듯 내면을 살펴보는 작업을 하고있어요. 현재까지 4회의 개인전을 열기도 했고 단체전에도 다수 참여하고 있어요.

 

 

NAKED FACE라는 주제를 공유받았을 때의 느낌과 생각은 어떠셨나요?


이번 전시주제는 그동안 해왔던 개인작업과도 연결되는 지점이 많다고 생각했어요. 저의 작업은 개인적인 감정이 인물의 표정에 표현되는 부분이 많아서, 전시를 할 때마다 나의 보여주고 싶지 않은 부분들이 드러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요. 그래도 내면의 슬픔을 함게 공감해주는 관람객들이 있고, 그마저 예쁘게 바라봐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항상 감사해요. 나의 개인적인 것들이 사람들에게 공통의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 저의 작업의 원동력이 되기도 해요.


원형을 만들때는 핸드빌딩(handbuliding)기법중 코일링(coiling:점토를 길게 말아 쌓아 올리며 형태를 만드는 방법)기법을 주로 사용하는데 이 기법은 다양한 크기와 형태를 표현하기 용이하고 구조적으로 견고하게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채색을 할 때는 고화도의 화장토 물감을 여러 번 발라 레이어를 쌓아서 자연스러운 색감표현과 질감을 표현하려 노력하는 편이에요.

 

저의 작업은 슬프면서도 온화한 모습을 품고 있어요. 기저에 있는 슬픔이나 불편한 감정(짜증, 고통, 분노 등)을 대면하면서 작품을 만들다보면 결국에는 웃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되기도 해요. 작업을 하면서 부정적인 감정 곁에는 기쁨도 함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작품들이 무언가를 들고 있거나 웅크리고 있는 모습이 많다고 생각했어요. 이유가 있을까요?


자연물을 들고 있거나 웅크린 모습은 내면의 평화를 찾고자 하는 본인의 내향적인 성격이 자연스럽게 반영된 모습이에요. 자연물은 저에게 있어 나의 마음을 진정시키고 힘을 주는 존재라서, 그것들에 의지하는 모습을 무언가를 들고 있는 형태로 표현한거죠. 커다란 나무나 꽃을 주체적으로 들고 있는 모습이지만 자연물들은 오히려 내게 힘을 주고 위로해주는 경험을 해요. 인간은 자연의 한 부분인 나무나 꽃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주기도 하는 거죠.


웅크린 모습은 자신만의 고요한 공간을 만들어내어 (동그란 공의 형태) 휴식을 하는 모습이기도 해요. 태아의 자세를 연상시키는 웅크린 자세는 내면의 깊은 성찰과 안식을 상징하는 모습으로도 표현되는데, 불안과 여러 방어기제로부터의 자신을 보호하고자 하는 모습으로도 나타나요.

 

 

작품의 특성상 굽기 전과 후에 여러 차이가 있다고 들었어요. 그건 작가가 기술적인 역량으로 통제해야 하는 영역인가요? 혹은 예측하기 어려운 그 과정 자체가 하나의 예술이고 즐거움이라고 느끼시나요?


도자기의 작업은 실온에서 완성되는 작업이 아니라 1250도 고온에서 구워지는 과정을 거쳐야 해요. 그러다보니 실온상태에서 작품의 형태를 만들고 유약을 바르고, 가마에 넣어 굽기까지 많은 변수가 있어요.


작업을 많이 해보면서 실패와 성공을 되풀이하고, 기록하고, 평균적인 결과물들이 나오도록 노력하는 편이에요. 처음 구상한대로 결과물이 나오면 좋지만, 의도치 않은 결과물이 나오는 경우도 많은 편이에요. 높은 고온에서의 모든 상황을 예측할 수 없으므로 자연스러운 일인데, 이런 과정이 주는 즐거움도 큰 편이에요.



[인영혜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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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소개 - 안녕하세요, 섬유로 작업하고 있는 인영혜입니다.

 

 

NAKED FACE라는 주제를 공유받았을 때의 느낌과 생각은 어떠셨나요?


저의 작업 주제와 영감의 주체가 '저' 스스로인 만큼 이번 전시의 주제가 공감이 많이 되었어요. '스스로를 드러내지 않고 숨긴채 살아가는 저'와 '속에서 미지근하지만 분출하기위해 끓어오르고 있는 저' 사이의 고민을 작품으로 표현하고 있는 편이라, 벌거벗은 채 드러나 버린 민낯과 스스로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이번에 전시한 작품들은 재봉을 이용한 그림이에요. 한땀 한땀 점을 연결해서 제 속의 이야기를 표현하고 있는 작품들이죠. 주제는 NAKED FACE이지만 여전히 약간은 숨어있는 형태의 작업들이 주를 이뤘어요. 제 속의 이야기를 다 꺼내어 보고 싶었지만, 막상 두려웠던 저의 경험을 바탕으로 저만의 벌거벗은 얼굴을 표현했습니다.


내면의 민낯을 드러내기 위해 용기를 냈었는데, 막상 해보니 저도 타인들도 편하지 않았던 것 같던 경험이 있어요. 그래서 숨긴 채 드러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말자하면, 민낯을 위한 일종의 가면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한 거죠. 내가 만든 가면 속에서 자유롭게 존재할 수 있도록 한 저를 표현하고 있는 작품들입니다.

 

 

작품이 얼굴처럼 보이기도 하고, 수포처럼 보이기도 하고, 의자나 사람처럼 보이기도 해요. 작가님은 어떤 것을 염두에 두거나 상상하며 만드시나요?


저는 입체작품도 함께하고 있는데요, 그 입체 작품을 보시면 왜 수포와 같은 형태로 표현을 했는지 이해하기 편하실 것 같아요. 처음 제 작업의 시작은 상대방에 따라 달라지는 스스로의 표정과 얼굴들을 수많은 유닛을 이용해 표현한 것이었어요. 그 자체로 여러가지 감정과 이야기가 섞여 존재하는 하나의 인격체처럼 표현하고 있어요.


예전에는 유닛마다 표정을 다 다르게 표현하고 그려넣었는데 지금은 숨긴 채, 혹은 가려버린 채로 표현을 하는 편이에요. 이번 출품한 작품에서는 유닛이 뭉쳐있는 형태가 더 많이 보여졌는데요, 내 표정과 감정을 들키고 싶지 않았던 스스로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 표현하려다보니 다리로만 상태를 전한다거나, 패턴을 넣어 복잡한 감정에 대해 표현하고, 또는 다른 것 없이 뭉쳐있는 덩어리로만 표현해서 겉으로는 나의 생각과 상황을 타인이 알 수 없게 가려버린 작품들이 탄생한 것 같아요.

 


밑그림 작업을 하고 계획해서 만드시는지, 손으로 자유롭게 표현하며 의미를 만들어가시는지 작품의 프로세스가 궁금해요.


저는 순간의 감정이나 생각을 메모나 일기로 적어두고 그걸 바탕으로 작업하는 편이에요. 휴대폰의 메모장, SNS, 드로잉북, 일기장 등에 편하게 적어놓고 시간이 흘러 그 내용을 다시 읽어보면, 공감이 가거나 지금과 비슷하다고 느껴지는 내용들을 발견하게 돼요. 그걸 중점으로 스케치를 하고, 일기에서 골라낸 문장이나 단어는 제목이 되는거죠.


또는 그 날의 기분이나 상황에 따라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는 거에요. 형태와 색 모두 자유롭게, 제한을 두지 않고 그려요. 그러고나서 일기 내용을 읽어보면서 그림과 결부되는 문장이나 단어를 찾아내는거죠. 특별한 구상을 먼저 해두지 않았던 작품들은 일기의 내용이나 단어를 제목으로 갖게 돼죠. 어떤 작품은 한달에서 몇 년까지도 자기에게 맞는 제목을 찾을 수 있도록 스케치북에 묵혀두는 편이에요.


그러고 나서 재봉을 해요. 실의 색깔과 그림의 크기, 배치를 계획해서 표현하고자 하는 일기 내용 혹은 제목을 향해서 한땀 한땀 박아내고 배회하며 작품을 이어가죠. 작업 중간에 가끔씩 더 공감이 갈 수 있는 장치가 있다면 추가하거나 변경도 하지만 거의 계획해 놓은 것에서 벗어나지는 않는 편이에요.



[강덕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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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소개 - 침묵을 유지하는 삶에서 소위 꽂히는 것이 생기면 수다쟁이처럼 그림, 입체, 애니메이션, 소설, 행위예술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표현하고자 하는 강덕현입니다.

 

 

NAKED FACE라는 주제를 공유받았을 때의 느낌과 생각은 어떠셨나요?


2020년부터 이어온 <악당들의 도시> 연작의 주제와 가깝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제 작업에 표현에 있어서 “못그리기” 를 추구하고 있어요. 현대인을 보면 무엇이든 잘 해야지만 하는 일종의 “잘하기 병“에 걸린 것만 같아요. 의도적으로 조악하고 서툰 표현을 통해 이런 현대인과 사회의 민낯을 놀리고 비판하고자 했습니다. 제 그림에 벌거벗은 인물이 종종 등장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요.

 

초기 <악당들의 도시> 연작의 주 재료는 오일파스텔과 연필이었어요. 조금 더 이미지에 깊이와 무게감을 주고 싶어서 이번 전시 작품의 일부는 유화로 표현해 회화성을 더했고, 여기에 처음 시도하는 스프레이와 마카, 펜드로잉 작업을 같이 전시하고 있어요. 제가 생각하는 예술가의 기본 태도 중 하나는 가벼운 엉덩이에요. 안주하지 않고 끝없이 자기의심 속에서 여기저기로 변화해야한다고 생각해요. 앞서말한 이번 전시의 작업은 변화의 시작이고 예술가로서의 증명이에요.

 

 

작가님께서 이 세상에서 지키고자 하는, 침략당한 ‘인간다움을 위한 가치’는 어떤 것들일까요?


제가 겪고 간직한 가치들 - 사랑, 우정, 행복, 평화,  꿈, 인간성같은 거라고 생각해요. 더 세분화시키자면 어렸을 적 어머니 품에 안겨 젖가슴을 만지던 어머니에 대한 사랑이나 산바람을 솔솔 맞으며 하늘을 보던 평화로움 같은거요. 특별해 보이지 않을 수 있지만 현대 사회에서 자칫하면 쉽게 잃어버릴 수 있는 가치들이고,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어주는 것들이라고 생각해요.

 

 

작품이 아이가 그린듯한 해맑은 톤, 천진난만함을 유지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제가 추구하는 아름다움은 아이의 그림에서 볼 수 있는 이미지와 가까워요. 다만 <악당들의 도시>연작에서는 동심이나 순수성에 집중하지는 않아요. 우울한 사회와 변색되어 가는 가치, 폭력적인 악당 등의 어두운 자본주의의 이면을 유머러스하게 고발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더 밝고 엉터리적인 이미지를 철저히 이용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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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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