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리얼 뱅크시 REAL BANKSY

글 입력 2024.07.19 0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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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몇 년 전까지 학교 미술 시간에 논의해야 했던 문제는 '스트리트 아트, 즉 거리예술이 과연 예술인가'라는 것이었다. 불법적인 요인과 정치적 의미가 다분히 내포되어 있다는 이유로 일반적인 갤러리 아트에 비했을 때 예술과 비예술의 사이 쯤을 거리예술의 자리로 간주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 스트리트 아트의 대표주자 '예술 테러리트스' 뱅크시의 작품을 갤러리에서 만나보게 되다니. 예술의 범주나 역할에 대한 인식은 만고불변한 것이 아니라는 것쯤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그 사실을 직접 체험해보기는 처음이었다.

 

뱅크시의 작품과 행위 자체는 예술의 정의를 무엇으로 들든 어긋남이 없다고 생각한다. 특히 '사유'의 촉발제로서 예술을 주목하는 입장에서 뱅크시의 작품들은 가히 '교과서'적 이다. 그리고 그 '사유'를 사회적인 담론으로 확장시키는 문제에 대해서 거리 예술가들은 미술관의 벽을 허물고, 또는 그 벽 자체를 캔버스로 삼는 방법을 택한다.

  

그런 거리 예술의 속성을 떠올려 봤을 때, 전시를 보기 전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섰던 것이 사실이다. 뱅크시의 작품들 대게는 '장소성'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장소와 유리된 형상만으로 관객에게 감동이 전해질까, 라는 걱정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뱅크시 작품의 익살스러운 이미지와 그 안에 담긴 진중한 메시지의 뒷배에 상업화 거부와 그래피티가 있다는 것을 아는 입장에서는 그런대로 현실적으로 직접 보기 힘든 뱅크시의 작품을 모아보는데서 의의를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팔레스타인 장벽이 아닌 서울 인사동 어느 갤러리에 있는 '꽃을 던지는 청년'이 진짜 꽃을 던지는 로맨틱가이로 보일까봐 자못 우려스러웠다.

 

한편으로는 굳이 팔레스타인이 아니더라도, 평화라는 보편적 가치는 어디서나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예를 들어 80년대 민주화 운동의 물결 속에서 뱅크시의 청년처럼 화염병을 손에 들어봤던 이들이라면 가본적도 없는 요르단강 서안지구가 아닌 광주의 봄을 떠올리는게 작품을 알맞게 읽은 것이라는 뜻이다.


풀리지 않은 한가지 궁금증은 '과연 갤러리에 전시된 자신의 작품을 보고 뱅크시는 어떤 생각을 할까'라는 것이다. 뱅크시는 상업화와 제품화를 거부한다. 그가 자신의 무대를 거리로 삼은 이유이며 사람들의 환영을 받는 이유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참 모순적이게도 작품이 그려진 거리의 사진을 찍어서 전시를 열고 관람객을 끌어모을 정도로 자본주의가 가장 사랑한 작가가 되어버렸다.

 

특히 이번 전시에는 '페스트 컨트롤' (뱅크시가 직접 설립한 인증기관으로 뱅크시의 작품을 판매하거나 진품 여부를 판정해주는 역할을 함) 의 공식 인증을 받은 20점의 작품이 포함되어 있다. 뱅크시의 돈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는 일관된 줄로 알지만, 참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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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지난 논의이지만 거리예술이 예술인가 하는 문제가 '불법성'에 종속되지 않는다는 말을 덧붙이고 싶다. 거리예술, 하면 자연히 ‘아무나 건물에 그림 그리면 그게 낙서지 무슨 거리예술?’ 이라는 생각을 하게된다. 하지만 의도성이나 예술성이 낙서를 걸러내주는 역할을 하니 그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뱅크시는 자신의 메시지를 표현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그가 가진 예술적 철학을 토대로 작품활동을 해왔으니 낙서라는 오명은 쓰지 않는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면 거리는 공공시설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한때 뱅크시는 뉴욕에서 지명수배 되기도 했었다. 그의 의도성에 근거한 영향력을 이유로 면죄부를 줄 것인가, 아니면 강경하게 범죄자로 취급할 것인가가 뜨거운 감자였던 때가 있다. 뱅크시가 ‘거리의 무법자가 아닌 진정한 사회참여 예술가’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어떠한 수식어도 불필요한 ‘범죄자’라고 보는 사람도 있었다.

 

나는 여기서 법과 예술을 별개의 문제로 볼 것을 제안한다. 뱅크시의 그래피티는 불합법성을 떠나 예술일 수 밖에 없으며 예술인 그의 행위 조차 범죄이기에 그는 범죄자다. 어떤 식으로 참작이 될지는 법 전문가가 아니라서 잘 모르겠다.

 

뱅크시는 유식한 말을 빌리자면 시사적 유희, 관객중심적, 반문화적, 극대화된 함축미를 잘 표현한 아티스트이고 우리말로 치면 해학과 풍자를 겸비한 작가라고 볼 수 있겠다. 이번 전시를 통해 무더운 여름, 뱅크시의 발칙한 도발로 간담이 서늘해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진짜 마지막으로 덧붙이자면, 셰퍼드 페어리, 데미안 허스트, 제프 와이드너의 작품도 깜짝 등장하니 잘 찾아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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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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