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결국에는 나를 위해 [영화]

글 입력 2024.07.17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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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우리 안에는 몇 개의 감정이 자리 잡고 있을까?


성공적인 흥행을 이끌었던 <인사이드 아웃>이 올해 6월 12일 <인사이드 아웃 2>로 우리를 다시 찾아왔다. 기쁨이, 슬픔이, 소심이, 버럭이, 까칠이에서 불안이, 당황이, 따분이, 부럽이와 함께.


감정 컨트롤 타워와 어릴 적의 기억, 한 아이가 성장해 가며 겪는 여러 감정을 잘 풀어낸 <인사이드 아웃>이었기에 돌아온 <인사이드 아웃 2> 역시 기대하고 보았다. 예고편에서부터 등장한 새 감정들이 기존의 감정들과 어떤 갈등을 겪고 화합 혹은 영영 사라질 감정으로 남을 것인지가 가장 궁금했다.

 

 

 

1. 우리 안의 불안


 

영화를 다 보고 나니 마냥 특정 감정을 미워할 수 없었다. <인사이드 아웃 2>에서 가장 큰 갈등을 유발하고 보는 이마저 불안하게 만들었던 ‘불안이’! 역시나 영화에서 존재감을 발휘하며 톡톡 튀는 행동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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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는 예고를 두지 않고 덜컥 인생에 들어온다. 영화에서 특히 강조되었던 ‘불안’이라는 감정 또한 그렇다. 사람은 누구나 불안을 안고 살아간다. 이것을 애써 모른 척할 수 없을 것이다. 내일을 위해서, 내 미래를 위해서, 내가 맺을 관계를 위해서 결국에는 나를 위해서.


불안이를 미워할 수 없는 이유도 마찬가지이다. 불안이가 선택했던 모든 행동은 결국 자기의 만족을 위해서가 아닌, 본인이 누구보다 사랑하는 라일리를 위해서였다. 물론 그 과정에서 라일리는 엄청난 스트레스와 갈등을 겪었지만, 이해할 수 있었다. 라일리와 불안이, 그리고 다른 감정들 모두 처음 겪는, 새로운 일이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누구나 겁을 먹는다. 겁을 먹기 때문에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생기고 기대를 저버리고 싶지 않다는 부담도 얻는다. 라일리에게는 그 욕망과 부담이 ‘방학에 이뤄진 하키 연습’이었을 것이다. 자신이 해온 일을 완벽히 해내고 싶다는 욕망과 비례해 생기는 부담. 하키가 아니더라도 새로운 사람과의 관계, 첫 만남, 첫인상. 이 모든 것이 라일리에게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 보았다. 더군다나 라일리는 이제 막 사춘기가 시작되는 소녀였기 때문에 가족보다도 우정이 더욱이 중요했을 것이다.


자신의 방식으로 다가가려 노력하지만, 어딘가 고장 난 듯 행동하는 것 같고 무언가 부끄럽고 자신이 동경하는 사람의 행동을 그대로 따라 옮기고 싶은 마음. 특히 라일리가 앞머리를 염색했을 때 그 마음이 직접적으로 너무 잘 드러난 것 같아 말리고 싶으면서도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 모두가 겪었을 법한 고민이었으니까.


보는 사람이 더 부끄러워졌던 라일리의 행동은 불안이가 만들어낸 행동이었다. 염색하면 관계성이 두드러지니까, 새 친구들과 친해지면 미래의 라일리에게 도움이 되니까, 쉬지 않고 연습하면 실전에서 잘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그러한 행동들이 결국에는 라일리를 더 옥죄는 결과를 가져왔다.


라일리를 위해서라는 것은 잘 알았지만, 불안이는 왜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을까?

 

 

 

2. 처음 겪는 감정


 

영화는 그 답을 재밌게 풀어낸다. 이유는 단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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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이도 처음이었으니까.


불안이는 라일리의 미래를 위한다는 명목하에 기존의 감정들을 밖으로 내쫓았다. 불안이의 생각으론 그 감정들이 더 이상 필요 없어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불안이에 의해 내쫓긴 기쁨이, 슬픔이, 버럭이, 까칠이, 소심이는 라일리에게 필요 없는 감정이 아니었다. 오래전부터 라일리를 지탱하고 있는 감정들이었다.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 사실을, 불안이는 처음이기 때문에 망각한다. 기존의 감정들 또한 마찬가지이다. 불안이가 하는 행동이 결국엔 라일리에게 어떻게든 도움이 되는 걸 보고 기쁨이는 사실 자신이 더 이상 필요 없진 않을까, 하고 고민하게 된다.


과연 그럴까?


아니었다. 결과적으로 기쁨이는 언제나 라일리의 삶에 있어 가장 큰 버팀목이 될 감정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기쁨이는 필요한 감정이라는 것은 아니다. 라일리에게는 모든 감정이 필요했다. 라일리를 몰아붙였던 불안이마저도.

 

 

 

3. 동전의 양면


 

동전에도 양면이 있다. 사람이라고 다를까? 누구에게나 그렇다. 언제나 절대적으로 긍정적일 수 없다. 어렸을 적에 멋모르고 저지른 부끄러운 행동이 과연 라일리에게만 있을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불안이의 행동을 부끄러워하고 싫어한다고 말하는 사람조차 라일리가 겪은 감정의 고뇌를 이미 다 겪었거나 겪는 중인 사람일 것이다. 왜냐하면 사람은 양면적이기 때문이다.


절대적인 선은 없다. 절대적인 악 또한 없다. 성격은 선천적인 것보다 후천적인 영향이 크다. 영화에서 보인 라일리의 모든 행동이 잘했다고도, 잘못했다고도 말할 수 없다. 어느 행동은 잘한 행동으로 보이지만 어느 행동은 다시는 해선 안 될 행동이기 때문이다.


라일리에게 있어 ‘기쁨’이라는 감정은 그 어떤 감정보다 라일리를 지지하고 위로해 주는 감정이었겠지만 라일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 ‘기쁨’만 있을 수는 없다. 기쁨이만 존재하게 된다면 어쩌면 기쁨이가 미쳐버릴 수도 있다는 그런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기쁨이, 슬픔이, 버럭이, 소심이, 까칠이, 불안이, 따분이, 당황이, 부럽이. 이 모든 감정이 자신의 고유색을 잃지 않고 각자 다채롭게 존재해야만 라일리는 성장할 수 있을 것이고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인생에서 딱히 필요하지 않은 감정은 없다고 생각한다.

 

 

 

4. 결국에는 나를 위해


 

나 자신을 들여다보기 위해선 무엇보다 내가 가지고 있는 나의 감정을 잘 들여다보는 게 중요하다. 지금 이 상황에서 내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누구보다도 내가 제일 잘 알아야 대처할 수 있고 성장할 수 있다.


부끄러운 행동을 하였을 때 고개를 숙일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하고 피해를 당하였을 때 나 자신을 위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인사이드 아웃 2>가 그 방법을 아이들에게, 어른들에게, 우리 모두에게 알려주고 있다고 생각했다.


어른이 되어갈수록 ‘처음’이라는 단어와 멀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이미 라일리의 나이를 지나 있다. 영화가 끝난 직후 내가 라일리 또래였을 때는 어떻게 행동했었지? 하는 물음이 떠올랐다. 아마 라일리가 겪고 있는 감정과 비슷한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았을까? 그때는 모든 게 다 처음이어서 서툴렀고 서툴게 보이지 않기 위해 또래 친구들과 더 친하게 지내려 노력했었다.


지금은 어떨까? 확실히 불안이 같은 감정이 확 튀어 오를 때마다 내 방식대로 불안을 잠재우곤 하지만 아직도 모든 게 서투르다. ‘불안’이라는 감정은 어릴 적부터 어른이 되어서까지 나와 함께 성장해 가는 감정이 아닐까? 그래서 미워하려야 미워할 수 없는 감정이다. 내가 겪는 불안이 모두 다 나를 위한 것임을 <인사이드 아웃 2>를 통해 확실히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 글을 본 모두에게 <인사이드 아웃 2>를 추천하고 싶다.


우리의 감정은 동력이 된다. 나를 위해서. 내 미래를 위해서.

 

 

[김예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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