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좋은 그림을 내 일상으로 들여놓기 - 큐레이터 송한나의 그림 사는 이야기

그림을 산다는 것은 새로운 세상을 맞이하는 것이다.
글 입력 2024.07.19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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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은 사람을 알아가는 과정과 닮아있다."

 

송한나 큐레이터가 이 책을 쓰게 된 이유다. 처음 보는 사람과 대화를 할 때, 처음 들었던 호감이 계속 이어지는 사람이 있는 반면, 알게 될수록 나와 맞지 않는 사람이 있고, 오히려 첫인상은 좋지 않았는데 친해지고 나니 좋은 사람이었을 때도 있다.

 

미술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작품 뒤에 가려져있던 작가의 생애 이야기, 작가가 작업하며 했을 행위와 태도, 작품에 스며들어 있는 작가의 기억, 작가의 인생과 경험의 이야기를 듣게 되면 나와 맞아 친해지는 작품이 있고, 유명하더라도 맞지 않는 작품이 있다.

 

<큐레이터 송한나의 그림 사는 이야기>에서는 조지 몰튼-클락, 아담 핸들러, 카우스, 뱅크시, 비플, 페르난도 보테로, 이완, 강준영, 허보리, 조광훈 등 현대미술사를 흔든 10인의 작가와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송한나 큐레이터는 정보 과잉, 전시 과잉 시대에서 미술에 대한 지식이 아니라 그림을 만나고 대화를 나누고 일상을 살아가는 이야기를 전달하고, 일상 속에서 작품을 소장할 때 도움이 될 그림 사는 이야기를 전하려고 한다.

 

미술의 세계를 유영하다 운명 같은 작품을 만났을 때가 있다. 그때 작품을 소장해 보면 어떨까. 요즈음은 다양한 형태의 작품들이 존재한다. 그림, 아트토이, 조각, NFT 작품들을 내 일상에서 감상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 책에는 작품을 소장할 때 꼭 알아야 할 것들이 들어있다. 작품의 대중성과 희소성, 진품과 가품을 구분하기 위해 필요한 자료, 재판매를 할 때 고려해야 할 부분 등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던 작품 소장의 모든 것이 담겨있다.

 

 

 

조지 몰튼-콜락


 

송한나 작가는 단순히 정보와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닌 자신이 작품을 만났을 때 전한다. 이로서 우리는 작품을 만났을 때 어떠한 작품이 나에게 와닿는 작품이며 좋은 작품인지를 판단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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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를 멈춰 세웠던 작품이 있다. 눈에 밟히는 그림, 미술 업계에서 '밟는 그림'이라고 불리는 작품을 만난 것이다. 감상자로서 강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은 세계적 아티스트로 자리 잡은 '조지 몰튼-콜락'의 그림이었다.

 

그의 작품을 만났을 때 가장 먼저 '랑데부'라는 단어가 떠올랐다고 한다. 랑데부는 인공위성이나 우주선이 한 공간에서 만나는 현상이다. 이는 철저한 계획 속에서 궤도를 따라 움직이는 듯 하지만 실제로는 수많은 변수와 함께 우주를 유영하고 있다.

 

관객은 처음 조지 몰튼-콜락의 작품을 마주할 때 익숙함을 만난다. 조지 몰튼은 미키마우스, 도날드 덕, 스누피 등 어릴 적 친숙한 캐릭터들을 그린다. 그러나 반가움이 느껴지는 것은 찰나, 캐릭터의 선은 불명확하게 겹쳐지고 흔들리며 반복되고 알 수 없는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그러다가 점차 처음 봤던 그 캐릭터의 이미지가 맞는지 자꾸 이 작품을 들여다보게 된다.


익숙함과 불편함 사이 오묘한 감정을 전달하는 게 바로 조지 몰튼-클락의 특징이자 매력이다. 친숙한 캐릭터로 즉각적인 유대감을 쌓는다. 곧이어 불안정한 선, 모호하고 추상적인 선 과장되고 왜곡된 캐릭터 변형과 기존과 다른 화려한 색상으로 혼란을 주고 불편함을 느끼게 한다. 관람객은 이로 인해 작품에 더욱 궁금증이 생기고 상상력이 자극되고 계속 눈에 밝히는 '밟는 작품'이 된 것이다.

 

아트컬렉터이자 비평가 '롤프 라우터'가 "인간 존재의 고통과 극한의 심리를 비추는 거울"이라고 그의 작품을 극찬한 이유이다.

 

조지 몰튼-콜락은 영국에서 태어나 애니메이션을 전공한 후 즉각적인 영감을 기반으로 활동했다. 그의 작품은 생각의 완성과 미완성 사이 경계 속에서 관람자의 상상력으로 완성된다. 그의 회화는 일방적 전달이 아닌 관람객의 상상력에 따라 달라지는 이런 독창적인 반전을 기반으로 한다. 또한 기억 속 캐릭터를 활용하여 생동감 넘치는 에너지를 담아낸다.

 

작품을 깊이 충분하게 느끼기 위해서는 조지 몰튼-콜락이 무엇을 그리려 했는지 숨겨진 비밀은 무엇인지 심오하게 고민하는 것보다, "작품 전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느낌" 그 자체를 호기심 가득한 마음으로 느껴보길 바란다.

 

각도마다 다르게 보이는 렌티큘러처럼 캔버스를 서성이며 빈 곳을 상상력으로 채워보기도 하고 이미 그려진 부분은 새로운 그림으로 인식해 보는, 관람객 주도적인 새로운 작품 감상을 해보길 바란다.

 

 

 

유니크 워크


 

이 책은 작품과 작가의 이야기 그리고 진정으로 작품을 이해하고 알아가는 감상법을 제시할 뿐만 아니라 아트 컬렉팅에 도움이 되는 전문적인 이야기도 담았다.

 

작품을 구분할 때는 '유니크 위크'와 '에디션'으로 나뉜다. 유니크위크는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작품이라는 의미다. 에디션을 제작하지 않은 단 하나의 회화, 조각, 설치예술 등이다. 작가의 하나뿐인 작품이라는 점에서 유니크 위크는 개인 소장의 가치가 있으며 희소성을 지닌다. 따라서 아트테크 관점에서는 많은 컬렉터와 갤러리들이 신진작가의 유니크 위크 작품을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

 

조지 클락의 경우도 순간을 포착하여 그린 그림으로 유니크 위크에 속한다. 유니크 위크 중에서도 작가의 특성이 얼마나 잘 들어가 두드러지게 표현됐는지에 따라 희소가치는 달라진다.

 

아트테크를 목적으로 한다면 작가의 유년 시절의 배경부터 작가가 된 계기나 작품의 발전 과정 등 작가의 일생에 대한 세밀한 연구가 필요하다. 또한 현재작가가 유명한지 작품의 가치가 얼마인지보다 지난 5년에서 길게 20년까지 작가가 얼마나 꾸준히 작품 거래를 했는지 분석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그림과 함께 산다는 것은 작품 한 점을 거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작가의 삶, 철학, 손길이라는 무형의 경험과 함께 사는 것이다.

 

- 29p

 

 

작가는 컬렉팅이 믈질적 소장을 넘어서서 본인의 세계에 또 다른 세상을 초대하는 것이라 설명한다. 또 다른 세상을 맞이하는 것인 만큼 존중하는 마음, 소중하게 아끼는 마음으로 작품을 받아들이긴 바란다.

 

예술에 조예가 깊은 사람, 돈이 많은 사람만 작품을 소장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나의 마음에 와닿는 작품을 만난다면 누구나 작품을 컬렉팅 하고 소장할 수 있다. 이 책이 당신의 작품 소장의 첫걸음이 되어주길 바란다.

 

 

 

[아트인사이트] 이소희 컬쳐리스트.jpg

 

 

[이소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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