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인류의 달 착륙과 함께한 음악, ‘N년 전 오늘’ #1 [음악]

David Bowie - Space Oddity
글 입력 2024.07.19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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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9년 7월 20일 20시 17분,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자국이 찍혔다. 55년 전, 닐 암스트롱(Neil Armstrong) 선장이 달에 첫 발을 내디뎠다.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은 인간의 가능성을 증명한 사건이다. 우주는 더 이상 신화가 아니었다. 이 기념비적인 장면은 전 세계로 중계되었다. 그리고 그 순간을 함께한 음악이 있다.

 

 

 

David Bowie - Space Oddity 


 

 


영국 BBC는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순간에 ‘Space Oddity’를 삽입했다. 1969년 7월 11일 발표된 ‘Space Oddity’는 데이비드 보위를 상징하는 노래다. 그의 첫 히트곡이자, 페르소나의 시초라고 불린다. 보위는 자신의 음악세계에서 여러 역할로 분한다. 그중 우주비행사 톰 소령은 가장 사랑받는 캐릭터 중 하나다.


 

This is Ground Control to Major Tom

여기는 관제센터, 톰 소령에게 전합니다

You've really made the grade

당신은 해냈습니다

And the papers want to know whose shirts you wear

기자들이 당신의 모든 것을 알고 싶어합니다

Now it's time to leave the capsule if you dare

이제 우주선 캡슐에서 나와도 됩니다

 

 

톰 소령이 우주여행 중 가장 기뻤을 순간이 담긴 부분이다. 임무를 완수한 듯한 모습이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과 맞아떨어지는 것 같다. 하지만 중계방송 이후, 아티스트 본인이 선곡에 의문을 표하는 재밌는 상황이 연출된다. 사실 ‘Space Oddity’는 성공의 찬가가 아니었다. 가사 뒷부분을 더 살펴보자.


 

Here am I floating 'round my tin can

여기 나는 깡통같은 캡슐에서 떠다니는데

Far above the moon

달에서부터 한참 멀리서

Planet Earth is blue

지구는 이렇게나 푸른데

And there's nothing I can do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군요

 

 

반전된 분위기가 느껴진다. 톰 소령이 결국 영영 우주를 떠다니는 신세가 되었음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지상의 관제센터는 그가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을 그대로 지켜봐야 했다.

 

사실 보위는 SF 걸작 ‘2001: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 영감을 받아 ‘Space Oddity’를 작곡했다. 영화 줄거리를 잠시 읊을 필요가 있다. 목성으로 향하던 우주선은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통제하기 시작하면서 위기를 맞는다.

 

이 설정의 시사점은 무엇일까. 과학기술의 거듭된 발전은 일부 인류를 기술 만능주의에 휩싸이게 했다. 냉전시대 미국과 소련의 일명 ‘스페이스 레이스(Space Race)’를 기억해야 한다. 두 강대국의 앞다툰 경쟁에서 파생된 산업들은 지금 우리 삶의 일부가 되었다.

 

하지만 긍정적인 유산만 남겨진 것은 아니다. 이때 발전된 로켓 기술은 지금 미사일이 되어 서로를 위협하고 있다. 모든 일에는 책임이 따른다. 대자연 앞에서 그 무엇도 어쩔 수 없을 때가 있는 법이다.


 

“Bowie was trying to say… amid all this fantastic stuff there are dark sides” - Jason Heller

"보위는 말하고자 했다. 모든 환상 속에는 어두운 면이 있다는 것을" - 제이슨 헬러

 

 

 

BBC는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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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폴로 프로그램은 우주에게 인간이 내민 일종의 도전장이었다. 보위가 이를 의식하고 곡을 썼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BBC는 탐사선 발사 5일 전 세상에 공개된 ‘Space Oddity’를 금지곡으로 지정한다. 혹여 곧 있을 비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당시 영국 방송계는 귀환에 실패한 톰 소령의 이야기를 아폴로 비행사들이 들을까 염려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금지령이 내려진 노래가 중계방송에 송출된 배경은 무엇일까. 약간의 해프닝이 있었다. ‘Space Oddity’에 대한 결정사항을 정작 중계팀이 모르고 있었던 모양이다. 훗날 BBC에서 회고하기를, 아무도 보도국에 메모를 주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아무튼 아폴로 11호의 달 탐사는 성공적으로 끝났다. 비행사 3명도 모두 무사히 돌아왔다. 결과적으로 노래는 아무 영향도 끼치지 않은 셈이다.


데이비드 보위는 이후 ‘Life on Mars?’, ‘Starman’ 등 우주를 이야기한 숱한 명곡들을 남겼다. 외계인 지기 스타더스트(Ziggy Stardust) 등 페르소나를 등장시켜 세상의 이면을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지금의 대중음악을 있게 한 장본인이다. 비주얼, 가사, 음악 자체 모두 파격적인 시도를 주저하지 않았다. 예술로서 하나의 우주를 창조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Space Oddity’는 이 위대한 록 스타의 시작과 같다. 인간이 미지의 세계를 열어젖힌 역사적인 순간, 이 노래가 흘러나온 것은 어쩌면 우연이 아닐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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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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