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작은 사랑을 이야기하는, 인디 팝 아티스트 한비

“모두 작은 사랑이 가득한 나날들을 보낼 수 있길 바라요.”
글 입력 2024.07.20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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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Y 아티스트'는 제가 음악 작업, 뮤직비디오, 컨셉, 앨범 아트 모두 부족하더라도 직접 하는 것을 좋아해서 그런 수식어를 붙이게 되었습니다."


한비(hanbee) 인터뷰 中

 


처음 보는 사람을 마주했을 때 첫인상이 남겨지듯, 처음 듣는 음악에서 떠오른 생각과 느낌은 향수처럼 그 아티스트 이미지에 밴다. 내가 처음 경험한 아티스트 한비의 음악은 '파스텔 계열의 은은한 펄', '호숫가의 윤슬'과 같이 부드러운 반짝거림이 아른거리는 기분이었다. 그녀만의 몽환적이고 포근한 분위기의 곡들은 나의 일상을 더 따듯하게 감싸주었다.


한국계 뉴질랜드인인 한비는 다양한 문화적 정체성을 음악 곳곳에 담아내며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음악으로 표현한다. 또한 본인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주변을 둘러보며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일상을 이야기하듯 풀어내기도 한다.


지난 7월 12일에 발매된 첫 정규 앨범 [small love] 속 '작은 사랑'에 관한 이야기는, 일상 속에 스며든 다양한 형태의 사랑을 깨닫게 해준다. 그리고 이번 앨범 역시 음악뿐만 아니라 뮤직비디오, 앨범 아트 등 청각, 시각적으로 형상화한 작품들을 통해 'DIY 아티스트'라는 수식을 입증하고 있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한비가 느낀 작은 사랑과 순간들로 함께 몰입해 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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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Hanbee / 포토그래퍼=Chris Antonio

 

 

한비 님과의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뉴질랜드와 호주에서 활동 중인 한국계 뉴질랜드 인디 팝 아티스트 한비(hanbee)라고 합니다.



지난 12일, 첫 정규 앨범 [small love]가 발매되었습니다. '작은 사랑'을 뜻하는 앨범 제목처럼 모든 곡 이름들이 알파벳 소문자로 이루어져 있어 정말 귀엽더라고요. 이번 앨범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이번 앨범 [small love]는 앨범 제목처럼 '작은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 사랑하는 사람의 미소, 아끼는 책의 작은 문장, 오랜 친구의 포옹과 같은 작은 것들에 대한 사랑 이야기, 그리고 사랑 그 자체에 대한 작은 고찰들을 담아 보았습니다. 이처럼 모든 사랑은 작은 것으로부터 시작된다는 생각으로 꾸민 앨범인 만큼, 수록곡도 모두 사랑을 접할 때 마주하는 미묘한 순간들과 작은 감정들에 대한 곡들로 선정하게 된 것 같아요.

 

 

 

다양한 형태의 작은 사랑, 정규 앨범 [small 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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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Hanbee

 

 

각각의 수록 곡마다 한비 님의 어떠한 생각이 담겨있는지 소개해 주세요.

 

 

 

 

1. maybe baby


'maybe  baby'는 어떤 대상에 대한 마음이 미묘하게 바뀌는 감정을 담은 트랙입니다. 그 대상에 대한 감정이 확실치 않아 마음을 정의하지 못하는 상태에 대한 가사를 써보았는데, 확실한 느낌보다는 애매모호한 감정 상태에 있을 때, 즉 'maybe'의 상태일 때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2. park


'park'라는 트랙에서는 누군가에게는 작은 행위로 보일 수도 있지만 나에게는 틀림없는 사랑으로 느껴지는 것들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모두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이 다양한데, 그중에서 제가 가장 아끼는 표현 방식인, 나만의 특별한 장소에 데려가는 것을 다뤄보았어요. 좋아하는 공원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손잡고 걸으며 계절을 느끼는 순간들이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와닿아서 트랙의 가사와 사운드에 최대한 그 마음을 담아 보았습니다.


 

 

 

3. days months years


지구에 잠시 살다 가는 우리에겐 시간이 너무나 소중한데, 그 소중한 시간을 누군가와 보낸다는 건 더더욱 특별한 의미를 담고 있다는 생각으로 'days months years'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사랑하는 이들과 라면 하루라도, 몇 달이라도, 몇 년이라도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4. strange


다양한 사랑의 형태에 대해 생각하다 보니 든 가장 큰 생각은 사랑이란 것은 묘하고 알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말로는 표현하기 힘든 사랑의 느낌과 감정들을 'strange'에 담아보고 싶었습니다. 사랑은 때로 우리에게 힘을 주기도, 힘을 빼앗아 가기도 하고, 크고 작은 변화를 불러온다는 점에 대한 가사를 써보았습니다.


 

 

 

5. lovers


'lovers'는 사랑하는 사이로 이어지는 길은 알 수 없는 길이라는 생각을 담은 트랙입니다.  우리의 관계가 어떤 길을 가고 있는 것인지 잘 모르더라도, 어떤 형태로든 간에 우리가 함께 그 길을 걸을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만들었습니다.


 

 

 

6. deeper


어떤 대상에 대해 마음을 완전히 여는 것 또한 사랑의 모습인데, 나의 모든 것을 담은 문 앞에서 주저하는 마음을 담아본 트랙이 'deeper'입니다. 때로는 나의 모든 모습을 보여주는 수많은 문을 열어주는 과정이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더 이상 마음의 문을 열어주기는 어렵지만 그 대상이 떠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앞에 고민하는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7. sandcastles


사랑하는 대상이 떠나더라도 사랑은 어떤 형태로든 남는다는 생각을 표현하고자 만든 트랙이 'sandcastles'입니다. 작은 조각일 뿐일지라도, 만들었던 모래성이 아침 비에 녹아도 모래의 형태로 남아 있는 것처럼, 형태가 바뀌어도 사랑은 남는다는 뜻을 담고 싶었습니다.



영어 가사로 된 노래를 듣다가, 곡 'deeper'에서 "기억들이 바래기 전에 떠나가"라는 한국어 가사가 귀에 꽂혔어요. 한국어로 된 이 한 문장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요?


사실 'deeper'의 한국어 가사에는 조금은 개인적인 이유가 있어요. 다양한 문화적 정체성을 가진 저에겐 그 양면을 보여주는 것이 모든 것을 보여주는 뜻이기 때문에, 나의 모든 모습을 보여주는 문을 열어주는 것에 대한 곡인 'deeper'에는 꼭 한국어 가사를 포함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deeper' 뿐만 아니라 'Strawberry', 'homesick', 'Grass' 등 여러 곡에 한국어 가사가 숨어있더라고요. 특정 곡에서 한국어 가사를 쓰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다른 곡에서 쓴 한국어 가사는 영어나 한국어 특유의 표현력을 담고 싶어서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어만으로 표현할 수 있는 느낌을 최대한 담고 싶어서 쓰게 되었던 것 같아요.



전반적으로 앨범 커버 속에 한비 님의 사진이나 일러스트가 담겨 있는데요. 커버 구성 요소로써 본인의 모습을 넣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앨범 커버는 제가 늘 고민하는 부분인데, 결국은 제 생각과 감정이 담긴 창작물이라는 생각에 제 사진이나 직접 그린 일러스트 등을 사용하게 되는 것 같아요.

 

 

 

DIY 아티스트로서 한비만의 매력이 담겨있는,


 

밴드 'BLEE (블리)'로 활동을 하다가, 2021년부터 본격적인 솔로 활동을 시작하셨어요. 밴드에서 솔로로 전향하게 된 계기와 'hanbee'로서 경험한 음악적 변화에 대해 여쭤보고 싶습니다.


밴드에서 솔로로 활동하게 된 가장 큰 부분은 아무래도 제가 뉴질랜드로 돌아오게 되면서 활동하기 어려워졌다는 점일 것 같은데, 그 외에도 제가 솔로 아티스트로서 만들어보고 싶은 음악이 있어서 본명인 'hanbee'로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밴드로 활동할 당시에는 기술적인 면에서 너무나 뛰어난 친구와 함께했었는데, 솔로로 시작하면서는 또 다른 음악 색을 가진 다양한 프로듀서들과 함께 작업해 보면서 음악적 변화를 경험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놀라웠던 건, 음악뿐만 아니라 뮤직비디오에도 한비 님의 손길이 묻어 있다는 점이었어요. 이번 타이틀곡 'strange'부터 'stand by me', 'Buttercup' 등 예전 곡들까지, 곳곳의 한비 님만의 사랑스러움과 빈티지스러움에 미소가 지어지더라고요. 직접 뮤직비디오까지 만들게 된 계기를 들어보고 싶어요.


우선, 너무 잘 봐주셔서 감사해요! 직접 만든 뮤직비디오들은 제가 표현하고 싶었던 특정한 느낌이 강하게 왔던 곡들이었는데, 부족하더라도 직접 제 머릿속에 그려진 그림들을 그대로 영상으로 만들어 보고 싶었던 것 같아요.



한비 님의 틱톡 계정을 들어가 봤더니, 총 41만 회 이상의 좋아요를 받으셨더라고요. 앨범 제작과 홍보에 관한 흥미로운 영상이 담겨있던데,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에피소드는 아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아무래도 제 생각보다 훨씬 더 제 음악을 기다리고 들어준 분들이 있다는 점이었던 것 같아요. 제 새로운 음악을 누군가 기다리고 있었다는 게 저한테는 너무나 소중한 의미로 와닿았고 더 열심히 할 힘이 되어준 것 같아요.



2023년 'Sniffers' 인터뷰에서 한비 님을 [a DIY bedroom musician and self-professed introverted "bedroom dweller"]라고 소개한 글이 인상 깊었어요. 이 수식어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저는 사랑하는 것들로 가득한 방 안에서 공상에 빠져 있는 시간을 너무나 좋아해서 집에서 시간 보내는 걸 가장 좋아하는데, 그 때문에 음악 작업도 대부분 방에서 시작하게 돼서 'bedroom musician'이나 'bedroom dweller'라는 호칭이 붙게 된 것 같아요. 'DIY 아티스트'는 제가 음악 작업, 뮤직비디오, 컨셉, 앨범 아트 모두 부족하더라도 직접 하는 것을 좋아해서 그런 수식어를 붙이게 되었습니다.



롤링스톤 뉴질랜드 어워드 '올해의 신인 아티스트 후보'에 오르고, 'BENEE, Grent Perez' 등 러브콜을 받으며 라이징 뮤지션으로 주목받고 있어요. 앞으로 쌓아가고 싶은 음악적 성취, 혹은 함께 작업하고 싶은 아티스트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우선, 제가 아직 많이 부족한데도 불구하고 주목받는 것에 대해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함께 작업하고 싶은 아티스트는 너무 많은데, 몇 분만 이야기하자면 'Jakob', 'VAUNDY', 그리고 'HONNE'인 것 같습니다.

 

 

 

작은 사랑이 깃든 소소한 일상


 

마냥 밝고 편안한 음악만을 고수하지 않고, 때로는 쓸쓸하고 복잡한 내면의 이야기를 전하기도 하시는데요. 음악 속에 본인의 감정이 사용될 때, 그 과정 속에서 감정이 격앙되지는 않나요? 아니면 오히려 해소의 과정이 될 수도 있을까요?


저는 오히려 해소의 과정으로 느껴지는 편이라, 음악의 형태로 풀어내고 나면 개운해지는 (?) 기분이 들어요. 조금은 복잡한 내면의 이야기를 했을 때 공감해 주는 분들이 계시면 특히나 더 힘이 되는 것 같아요.



음악에 빗대어 한비 님의 일상을 상상해 보면 뭔가 코지(cozy)한 장소를 찾아다니며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실 것 같은데, 제 생각이 맞나요? 그리고 한비 님의 소소한 일상을 간단히 공유해 주세요.


맞아요! 저는 시끌벅적한 곳도 좋아하지만 작고 조용한 곳들을 더 좋아하는 편이라 저만의 공간을 찾게 되면 굉장히 설렙니다. 제 소소한 일상이라면 아마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대부분인데, 키우는 식물들에 물을 주거나, 커피를 마시며 새로운 음악을 발견하거나, 생각과 아이디어를 일기장에 기록하거나, 좋아하는 책을 읽다가 새벽에 방의 램프를 끄는 그런 작은 것들이 가장 좋아하는 소소한 일상의 순간들인 것 같아요.



한국계 뮤지션이지만 어렸을 때부터 뉴질랜드에서 지내다 보니, 한국이 친숙하면서도 낯설게 다가왔을 것 같아요. 대학 공부를 위해 한국에 왔었다는 인터뷰 글을 봤는데, 대학 생활은 어떠셨나요?


저는 어릴 적부터 한국에 대한 로망이 있었는데, 감사하게도 꿈꾸던 연세대학교에 진학하게 되어 대학 생활이 너무나 재미있었습니다. 소중하고 멋진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특별한 추억도 많이 쌓을 수 있게 되어서 정말 좋았던 것 같아요.



한국에서 활동하는 한비 님의 모습도 보고 싶은데, 혹시 한국에서의 활동 계획도 있으신가요? 유튜브, 페스티벌 등 출연하고 싶은 콘텐츠도 있는지 궁금합니다.


한국에서의 활동은 늘 꿈에 그리는 목표 중 하나인 것 같아요. 한국에서 열리는 음악 페스티벌 특유의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기회가 된다면 서울 재즈 페스티벌, 또는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에서 꼭 공연하는 날이 오면 좋겠습니다.



앞으로의 계획 및 목표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앞으로도 열심히 제가 표현하고 싶은 좋은 음악을 만들고 싶은 마음입니다. 음악적으로 성장하고 싶은 부분들이 많아서 다양한 아티스트들과 뮤지션들을 만나고 싶어요.



끝으로 하고 싶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작은 아티스트의 작은 앨범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감사해요! 모두 작은 사랑이 가득한 나날들을 보낼 수 있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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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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