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예술이 아닌 예술 - 하비에르 카예하 특별전

글 입력 2024.07.20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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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비에르 카예하는 스페인 출신의 아티스트이다. 그의 첫 대형 단독 전시는 ‘이곳에 예술은 없다 (No Art Here)’라는 한 문장으로 축약할 수 있다. 그는 예술이 가지고 있는 기존 틀을 넘어 색다른 예술의 새로운 모습을 전시에 담아냈다.

 

전시에서 동그란 눈의 아이들을 여럿 볼 수 있었다. 작품 속 캐릭터들은 커지기도 하고 작아지기도 하며 때로는 모여있다 흩어진다. 이는 카예하가 자신의 예술을 표현하기 위함이다.

 

카예하가 그려낸 캐릭터들은 관람객에게 카예하의 작품 세계와 그가 추구하는 가치관, 예술을 통해 드러내고 싶은 그의 시선을 보여준다. 누군가의 초상화 같기도 하고 실존하지 않은 가상의 인물을 그려낸 것 같기도 한 캐릭터들의 모습이 전시 초입부터 시선을 사로잡았다.

 

 

 

1. '카예하'가 꿈꾸는 자유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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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vier Calleja Courtesy of NANZUKA

 

 

구름 모형을 본뜬 흰 곱슬머리의 캐릭터는 현실과 거리를 둔 채 전개되는 작품 중 하나이다. 머리와 머리를 맞대고 있는 캐릭터 사이로 빗물이 뚝뚝 쏟아지는 작품도 있고 마치 구름 위에 있는 듯한 캐릭터의 모습이 그려진 작품도 있었다. 작품의 배경이 연한 하늘색이었기 때문에 캐릭터들은 하늘에 떠 있는 구름 위에서 생활하는 듯 보였다.

 

이는 카예하가 자유로움을 나타내기 위해 그린 작품들로, 세상과 동떨어진 채 자유를 표현하는 캐릭터의 모습을 구름과 하늘처럼 그려낸 것이다. 이러한 작품이 전시 초입에 있었기 때문에 카예하가 생각하는 예술의 모습이란, 세상과 동떨어진, 정해진 틀이 없는, 자유로운 영혼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예술은 세상과 동떨어져있을까? 자유와 예술은 같은 선상에 놓일 수 없는 단어인가?

 

그렇지 않다. 비현실적 세계를 꿈꾸는 것도 예술의 일부이고 끔찍할만큼 현실적인 그림을 그려넣는 것도 예술의 일부이다. 카예하가 만들어낸 예술은 세상과 동떨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서 자유를 갈망하는 캐릭터가 존재한다.

 

카예하는 자유를 비와 구름 같은, 사람에게 친화적인 자연을 통해 그려넣음으로써 관람객들에게 하여금 작품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흔적을 남겨놓았다. 캐릭터의 머리카락에서는 비가 내리기도 하고 새싹이 싹트기도 한다. 자유 아래서 태어난 생명의 흔적은 아마 시간이 흐르면서 더 굵직하고 큰 나무의 형태로 다시금 우리 눈앞에 다가와있지 않을까?

 

 

 

2. 공간의 확장


 

벽면에 걸려있는 작품과 공간을 활용해 보다 입체적인 구조물로 관람객에게 다가오는 작품, 조명을 활용한 작품 등 카예하의 작품은 하나의 정형화된 틀이 아닌 다양한 확장으로 전시가 구성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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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vier Calleja Courtesy of NANZUKA

 

 

그러한 작품을 눈에 담으며 카예하의 아이디어와 그의 예술적인 면모를 엿볼 수 있었다. 캐릭터의 구조물 앞에서 그들의 눈을 바라보며 내가 이 작품에서 들여다봐야 할 것은 어디인지 생각했다. 머리와 머리가 이어진 구조물이었기 때문에 각각의 캐릭터가 가진 눈을 모두 들여다보았다.

 

각각의 캐릭터는 모두 다른 시선을 향해 있다. 그들이 쳐다보는 것은 하나가 아니다. 여러 가지일 수 있다는 의미이다. 앞을 보기도 하고 위를 보기도 하고 옆을 보기도 한다. 캐릭터의 시선을 쫓아가다보면 나와 같이 작품을 들여다보고 있는 사람의 모습이 보인다.

 

결국 눈에 들어오는 것은 사람이었다. 관람객으로 작품을 바라보고 또 작품을 통해 다른 관람객을 마주할 수 있다는 게 재밌었다.

 

전시의 공간을 활용해 구조물을 만들었기 때문에 작품이 더욱더 입체적으로 나에게 다가온다는 게 흥미로웠고 또 카예하의 작품을 눈앞에서 계속해 들여다볼 수 있어 좋았다. 캐릭터의 눈을 바라보고 있자니 나 또한 그 캐릭터의 눈처럼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는 작품 속 한 인물이 되어버린 건 아닐까, 하고 생각하기도 했다.

 

카예하의 작품에는 관람객을 쉽게 끌어들이는 매력이 있었다. 작품을 볼 때 자연스레 시선이 관람객으로 향했다는 것. 전시를 관람하는 이들도 예술의 일부분이라는 의미일 수도 있지 않을까?

 

 

 

3. 인터뷰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전시 중간쯤부터 들려왔던 카예하의 목소리였다. 티브이로 카예하의 인터뷰 장면이 흘러나와 잠깐이나마 그의 생각을 엿들을 수 있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말은 카예하의 동료애에 관한 부분이었다. 동료가 없었다면 이 전시와 작품을 완성할 수 없었을 것이라 말하는 카예하가 인상 깊었다. 예술을 자신의 힘이 아닌 모두의 힘으로 완성했다는 마침표가 더 특별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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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vier Calleja Courtesy of NANZUKA

 

 

카예하는 협동의 힘을 아주 잘 아는 예술가처럼 보였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발언이 인상 깊었고 그와 함께 작업한 그의 동료들도 궁금해졌다.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 예술을 창작하는 것. 예술가가 지향해야할 목표가 아닐까?

 

예술을 뛰어넘는 예술, 하비에르 카예하의 전시는 예술이 아닌 것으로 가장한 예술에 관한 전시였다. 독특한 아이디어와 틀을 깨는 감각을 향유할 수 있었던 전시이기에 더욱 오래 기억남을 듯싶다.

 

 

[김예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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