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마이 드림 다이어리 [게임]

유메닛키!
글 입력 2024.07.20 0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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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매일 꿈을 꾼다. 꿈속에서는 아무도 모르는 나의 세계가 만들어진다. 하늘을 날고, 그리운 이를 만나고, 금기를 어길 수 있는 곳은 이 세계가 유일하다. 하지만 잠에서 깨는 순간 그 세계는 흩어져버린다. 아무리 좋은 꿈도 한순간에 희미해지곤 한다.


그래서 나는 꿈을 기록하기로 했다. 꿈에서 깨는 순간 메모장을 집어 들어 꿈속 세계를 기억하고자 노력한다. 꿈속의 순간들을 잊고 싶지 않아 쓴 글들이 무색하게, 기억도 나지 않는 알 수 없는 말들이 늘어져 있는 메모를 발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계속해서 꿈속 세계를 기록한다. 나는 도통 알 수 없는 이 세계를 기록하는 것을 ‘꿈 일기’라고 부르기로 했다.

 

 

유메닛키1.jpg

 

 

하지만 일기 속에 남겨진 단어들로 짜 맞추는 꿈이 아닌, 실제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꿈의 세계가 있다면 어떨까? 게임 유메닛키에서는 미지의 것들로 가득 찬 꿈의 세계를 그려낸다.

 

유메닛키는 2004년 일본에서 출시된 쯔꾸르 RPG 게임으로, 꿈이라는 소재 자체를 아주 잘 활용하고 있다. 깨지 않는 꿈에서 현실로의 출구를 찾기 위한 여정을 그리고 있는 유메닛키는 환상적이고 화려한 꿈의 모습보다는 오싹하고 기괴한 꿈의 실체를 그리고 있다. 한국어로 해석하면 ‘꿈 일기’라는 뜻의 유메닛키는, 주인공 마도츠키의 무의식과 현실 그 사이에서 시작된다.


유메닛키는 꿈의 특징을 매우 잘 활용하고 있다. 무의식 속에서 시시각각 바뀌는 꿈속 세계와 같이, 유메닛키에는 하나의 정해진 스토리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정처 없이 꿈속 세계를 유영하며 꿈 속의 아이템, 즉 '이펙트'를 모으는 것이 유메닛키를 즐기는 단순한 방법이다. 또한 NPC나 상호작용 역시 존재하지 않으며, 자신이 원하는 대로 꿈속의 방들을 돌아다니는 것 자체로 게임이 완성된다.


유메닛키는 하나의 작품에 가까운 게임이다. 자신이 직접 게임을 이끌어 나가고, 엔딩까지의 과정을 플레이어가 직접 만들어야 하는 것은 물론, 꿈을 표현하는 방식이 작가의 예술 세계와 닮아있다. 우중충하고 기괴한, 동시에 아름다운 꿈을 표현해 내는 유메닛키는 의식적인 생각이 아닌, ‘무의식’ 그 자체를 다루고 있다.

 

특히 꿈의 배경이자 게임의 배경과 어우러지는 사운드가 인상적이다. 사운드와 어우러지는 투박하고 낯선 도트 그래픽이 이질감과 함께 두근거림을 선사해 준다. 이제껏 경험해온 게임들과 다른 유메닛키가 어색하고 불쾌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유메닛키가 가진 게임적인 카리스마에 감탄하며 꿈 속을 탐험하다 보면, 어느샌가 엔딩에 도달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유메닛키 2.jpg

 

 

꿈을 계속해서 기록하고 기억하면, 결국 꿈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해져 서로를 분간할 수 없게 된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저 공포심을 심어주려는 도시 전설일지도 모르지만, 왠지 오싹해지는 기분이다. 하지만 동시에 위험하고도 흥미진진한 상상이 떠오른다. 나만의 ‘유메닛키’를 쓴다면 꿈속의 세계에 도달할 수 있는 게 아닐까.

 

나의 무의식 속에서는 어떤 세계가 펼쳐지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기억할 수는 없어도 매일 밤 만나게 되는 꿈속 세계를 탐험하고 싶다.

 

내일 아침, 나의 유메닛키에는 어떤 내용이 적혀있을지 괜스레 궁금해진다.

 

 

 

컬처리스트~~.jpg

 

 

[박아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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