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화려한 조명 아래 펼쳐진 사랑, 뮤지컬 '카르밀라'

글 입력 2024.07.20 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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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카르밀라_메인포스터.jpg

 

 

뮤지컬 ‘카르밀라’는 여성 뱀파이어를 소재로 한 소설 ‘카르밀라’를 모티브로 한 창작 뮤지컬로, 매혹적인 뱀파이어 소녀 ‘카르밀라’와 순수한 인간 소녀 ‘로라’의 위험하면서도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담았다. 지난 6월 11일 개막 후 9월 8일까지 링크아트센터드림 드림1관에서 공연될 예정이다.

 

 

 

1. 화려한 조명


 

시작부터 끝까지 유독 눈에 띄는 한 가지를 꼽자면 바로 ‘조명’이었다. 공연은 장르 특성상 공간의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 한정된 공간 안에서 이야기에 등장하는 모든 장소, 배경을 구현해 내야 한다. ‘카르밀라’는 등퇴장의 구성, 계단형 무대, 움직이는 무대 장치 등 많은 요소로 그 제약을 극복하고자 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조명을 통해 극의 화려함과 다채로움을 한껏 강조하기도 했다.


뮤지컬 ‘카르밀라’는 내용상 과거를 회상하거나 상상 여행을 떠나거나 흡혈귀가 벌인 사건을 보여주는 등 많은 장소 이동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나뭇가지가 얼기설기 얽힌 것과 같은 무늬, 오래된 보물 지도와 같은 무늬 등 조명에 문양을 추가하여 더욱 화려하게 만들었다. 밋밋할 수 있는 바닥에 조명으로 배경을 만든 것이었다. 로라와 카르밀라가 거닐던 상상 속 여행지가 조명 하나로 닉에게서 도망치는 길이 되었다.


공연이 시작한 순간부터 끝까지 조명에 끼운 고보는 그대로일 테니 무늬는 같았을 것이다. 하지만 색에 따라 그 느낌은 매우 달라졌다. 어두운 배경에 강렬한 붉은색의 조명을 쏘아 닉의 위험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로라와 카르밀라의 상상 여행 중에는 화이트 톤의 조명과 함께 푸릇한 새싹이 연상되는 연둣빛의 조명으로 연출되며 그들의 행복이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되었다.


뮤지컬 ‘카르밀라’는 뱀파이어, 흡혈귀라는 소재를 사용하고 해당 서사 특유의 화려함을 그대로 연출해 내는 방향성을 가진 작품이었다. 제한적인 공간에서 화려함을 자아내기 위해 조명을 적절히 활용했고 극의 내용을 효과적으로 전하는 장치로 작용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2. 사랑이라는 감정


 

‘영원’은 어떤 시간일까?

 

유한한 존재인 인간은 경험할 수 없는 시간이다. 영생은 인간의 것이 아니기에 그 삶을 쉽게 가늠할 수조차 없다. 뱀파이어, 흡혈귀는 그러한 ‘영생’을 소재로 하기도 한다. 인간과 달라서 마치 다른 시간선에서 살아가는 듯한 존재. 시간에서 차이가 생기는 순간 ‘함께한다’라는 전제가 불가해진다. 그렇기에 어찌할 수 없는 장벽이 존재하는 관계가 바로 흡혈귀와 인간이라고 할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 그 장벽은 비극을 만들면서도 그 무엇보다 낭만적인 사랑을 그려낸다.

 

뮤지컬 ‘카르밀라’ 역시 흡혈귀와 인간의 사랑을 그려냈다. 카르밀라와 로라는 운명적으로 서로에게 끌리고, 조력자 슈필스도르프와 함께 적대자 닉을 처단하고 그들의 사랑을 이루고 지킨다.


처음에는 우정, 친구라는 단어로 그들의 감정과 관계를 묘사했다. 그로 인해 두 인물을 단순한 우정의 관계에 놓인 사람들이라고만 생각하게 되었다. 서로에게 의지하고 소중하게 대하는 것은 우정이라고 표현해도 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던 중 누구보다 서로를 아끼고 목숨을 걸면서까지 지키는 모습을 보며 이것을 단순한 ‘우정’이라고 정의해도 되는 것일지 의문이 들었다. 평소 우정은 사랑의 범주에 속하는 감정이라고 생각해 왔다. 그러니 두 인물의 우정이 사랑과 다를 바 없다는 것 또한 놀랍지 않다. 하지만 한 단어로 정의해야 한다면 그것은 사랑에 더욱 가까울 것으로 생각했다.


두 인물이 직접 사랑을 논하지는 않았으나 그들의 감정이 사랑임이 분명해지는 순간 모든 것이 명료해졌다. 그들의 감정에 어떠한 이름을 붙이든지 상관없다. 극의 막이 내리고 그렇게 결론지었다. 동성임에 우정이라 바라보고 이성이기에 무조건 사랑이라고 부를 수는 없다. 그 사실을 상기해 주는 작품이었다.

 

 

[박서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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