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늦지 않게 하는 상반기 중간점검

뭐 하려고 했더라?
글 입력 2024.07.20 21:26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0720_main.jpg

 

 

하반기의 시작인 7월로 넘어가는 순간에는 한 해의 절반이 갔으니 차분히 상반기를 돌아볼 생각이었다. 그런데 정신 차려보니 그 7월을 절반 넘게 아무런 생각 없이 살고 있다.


그래도 이 타이밍이라서 할 수 있는 것. 새해 목표 중간 점검이다. 3월쯤 목표를 향한 자세가 흐트러지기 시작하고 어느 순간 목표는 흐릿해져서 내가 뭘 하려고 했는지 까먹는다. 그래서 이번에도 어김없이 노트를 펼쳐서 확인했다. 점점 간소화되는 내용과 줄어드는 개수. 그렇다고 잘 달성하는 것도 아니다. 어디까지 소박해져야 하는 걸까. 아니지, 내가 나를 채찍질해야 하는 게 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러지 않았는데 앞으로라고 할 수 있을까? 이렇게 30년 넘게 살았는데?


야망이 없어 그런 걸까. 누구에게 떠벌릴 만큼 열심히 한 것도 없고, 어떤 하나에 빠져서 최선을 다해본 적도 없다. 내가 열심히 살고자 한다면 그건 노인빈곤율이 높은 이 나라의 현실이 두려워 대안을 마련해 두기 위함이지 다른 이유는 없을 것 같다고 할 정도로 나는 노력파와는 거리가 멀다.


때문에 거창한 의미의 목표를 세운 적도 없고 그럴 생각도 안 하고 앞으로도 예정에 없다. 지난 상반기 자격증 시험에서 처참하게 떨어졌다. 이직을 맘에 품었지만 구직 앱을 켜서 둘러보다가 조건에 맞지 않아 종료하기를 여러 번. 여름휴가 시즌이 지나면, 추석이 지나면 좀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같잖은 희망을 품어본다. 안일하기 짝이 없다.


새해 목표가 점점 간소화되어 간다. 마치 그날의 투두 리스트처럼 작은 목표부터 달성해서 성취감을 느껴서 선순환을 일으키게 하기 위한 그런 것. 그간의 목표가 거창하지 않더라도 허황된 면이 없지 않아 있었으니까. 어릴 적 엄마가 그런 말씀을 하셨다. 사람은 자기의 주제를 잘 알아야 한다고. 그 말을 서른 넘어 깨닫고 실천하고 있다. 헛된 목표 같은 거 적지 말고 할 수 있는 걸 하자고.


새해 목표에 해야 할 일을 맨 위에 올리지만 기다리는 마음과 좋아하는 마음을 담아서 당연히 할 수 있고, 하면 좋을 일도 같이 적는다. 올해 당연하고 기쁘게 하려던 일은 잠시 한국에 들어온 친구랑 맛있는 거 먹기. 친구가 먹고 싶었던 음식으로 시작해서 같이 먹고 싶었던 음식으로 마무리했다. 당연히 아쉬움이 없을 수 없다만 그래도 어쨌거나 목적은 달성했다.


우울증 치료 방법 중에 감사 일기라는 게 있다고 들었다. 이 목표는 거기서 영감을 받았다고 할 수 있는데 너무나도 당연해서 의식하지 못하는 걸 인지하고 거기서 느낀 감사나 고마움, 혹은 즐거움을 기록해서 '있는 것'으로 만든다. 사람의 일은 어떻게 될 지 모르는 거라 당장 별 의미 없는 일도 나중에는 소중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 때문에 친구와의 소중한 시간에 의미를 더 담기로 했다. 목표를 다시 꺼내봤는데 뿌듯했다. 그때 확실하게 즐거울 수 있어서.

 

목표를 세우면서 내가 나를 잘 몰랐다는 사실을 깨닫기도 한다. 위에서도 말한 이직에 대한 이야기인데 지금 회사에 재입사해서 2년 넘게 다니고 있지만 올해 들어서야 회사와 결이 맞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재입사할 때와 지금의 상황이 많이 달라진 탓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회사와 나의 궁합이 좋지 않다. 이걸 몇 년을 다니고서야 알았고, 이직을 마음에 품은 이후에 더 제대로 느끼게 되었다. 이 나이가 되었으면 뭘 좀 알 것 같았는데 그런 게 없다.


역시 사람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을 잘 알아야 하고 현재에 대한 파악이 잘 되어야 하고... 느슨해진 일상에 새해를 구실삼아 긴장감을 주려는 목적이었는데 제대로 하지 못하더라도 매년 자꾸 하니까 뭐라도 교훈을 얻게 된다. 역시 나쁜 짓이 아니면 대부분 해서 손해 보는 일은 없는 것 같다. 이렇게 된 거 내년엔 새해 목표에 재밌는 것도 넣기로 다짐해본다.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9.07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