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이제야 봤다, 몰아치는 사춘기로 돌아온 인사이드 아웃 2 [영화]

지우고 싶은 질풍노도의 시기, 그 또한 바꿀 수 없는 나의 모습
글 입력 2024.07.20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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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누적 관객 수 700만, 전 세계 수익 1조 돌파의 주인공, 이제는 안 본 사람이 없는 화제의 영화 ‘인사이드 아웃 2’를 저번 주말 드디어 관람했다. 못 본 새 훌쩍 커버린 조카 같은 주인공, 반가운 라일리의 얼굴을 보고 나오는 길에는 왜 다들 그렇게 휴지를 한 무더기 챙기라고 했는지 알 수 있었다. 물론 애석하게 눈물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그 조언에 공감은 할 수 있었다.

 

새롭게 등장하는 감정인 불안, 부럽, 따분, 당황이는 기존 오리지널 캐릭터들과 조화롭게 어울리면서도 톡톡 튀는 개성을 잘 살려 세계관의 안정적인 확장을 알렸다. 비하인드로 퍼지기도 했던 ‘성욕이’와 같은 공개되지 않은 감정들의 모습이 궁금해지기도 했다.

 

어릴 적 잘 느끼지는 못했지만 어른이 되어가며 알아가는 섬세한 감정들을 잘 뽑아왔다는 생각이 든다. 언제나 세상이 새로울 수는 없으니 따분하기도 할 테고, 나보다 잘난 누군가를 보며 생전 느껴보지 못한 부러움도 느껴보고, 예기치 못한 상황에 당황도 해보고, 그 모든 과정을 잘 해내려 이전에 없던 불안함을 느껴보기도 하고. 이번에 디즈니와 픽사가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어김없이 이러한 ‘성장’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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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운 대로 정직하게 남을 도울 줄 알고, 맡은 바에는 최선을 다하며 본인이 사랑하는 일은 열정을 다해 임하는 사랑스러운 라일리. 그 시간은 엮여 라일리의 올곧은 ‘신념’을 만들어 냈고, 라일리는 본인의 삶을 원하는 대로 이끌어 갈 수 있는 능력을 얻었다. 그러다 어느덧 사춘기가 닥쳐왔고, ‘착하게만 커다오’와 같은 기대만 받고 살았던 소녀는 더 넓은 세계를 마주하며 예기치 못한 성장의 곡선에 올라타 버린다.

 

휘몰아치는 변화 속에서 잊혀지고 부서지고 다시 세워지는 내면의 자아들. ‘아이돌 섬’이 저물어 갈 때에는 여전히 틴에이저 팝스타들을 좋아하고 있는 입장에서 웃프기도 했다. 라일리의 나이가 한참 지난 지금에도 내 ‘아이돌 섬’은 아직 건재한데, 무너질 일이 있을까? 싶으면서도 이 또한 나를 굳건히 구성하고 있는 요소였구나, 깨닫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 과정 속에서 등장한 새로운 감정들은 라일리의 성격을 완전히 바꿔놓는다. 부모라면 한 번 쯤 내뱉어 봤을 ‘얘가 갑자기 왜 이러지’의 시작이다. 들이닥친 불안, 부럽, 당황, 따분이들은 이내 감정 체계를 지배하며 더 나은 라일리의 삶을 위해 고군분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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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캐릭터들이 계기판을 두드려 대고 분주하게 움직이는 게 그저 영화의 한 장면 같은가? 이 모든 장면은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지극히 평범한 삶의 조각을 그대로 스크린에 옮겨놓은 것이다. 심지어 본인조차도 알기 어려운 흐린 내면을 조금 더 선명하게 살펴볼 수 있도록 꾸며진 무대다.

 

그래서 이번 영화의 핵심 플롯인 ‘불안이’가 주는 충격과 여운은 남 일 같지 않고 되레 더 깊게 다가온다. 인생에서 거의 처음 맞는 일생일대의 기회 앞에서 긴장하지 않을 10대가 있을까. 


한국으로 치자면 수능이나 오디션 같은 빅 이벤트를 앞둔 라일리는 잘해야만 한다는 압박과 동경하는 인물의 등장에 마치 제 인생의 갈림길에 선 것 마냥 친구도 마다하고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게 된다. 잘 알아듣지도 못하는 이야기에 억지로 웃고, 거짓으로 지어낸 대답으로 비위를 맞추고, 잘 어울리는지도 모르겠는 브릿지도 해보고.

 

정말 남 일 같지 않다. 돌이켜보면 ‘왜 그랬지’ 싶고 별것 아니었다며 웃어넘길 일들이다. 그러나 그 기로엔 놓인 순간만큼은 눈앞에 보이는 그것만이 나의 미래였기에 전력을 다할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조금 우스꽝스럽고 창피한 일들이 벌어질지라도 겪어야만 아는 것들이 있다.

 

그 모습을 너무 적나라하게 보여주어 공감성 수치심을 잘 느끼는 이들이라면 조금 괴로울 수밖에 없는 문제가 있었지만, 인사이드 아웃 2는 결국 이 모든 게 라일리이자 ‘나’를 위해서 도출된 결과값이라는 것을 명확하게 알려준다. 날 괴롭히던 빌런 같은 불안감도 결국엔 내가 더 잘하고 싶어서, 더 행복하고 싶어서 존재하는 감정이니까. 그 속에서 내가 해야 할 것은 가끔씩 나를 옭아매는 그 불안을 잘 타이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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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든 게 나였다 그 전부가 세월이었다 하나도 남김없이’. 이동진 평론가가 남긴 이번 영화의 한 줄 평이다. 작아져 버린 가족 섬도, 줄어만 가는 기쁨과 늘어가는 불안도 모두 내가 스스로 느끼고 살아온 세월이다. 여기에 좋고 나쁨을 따지는 것보다 중요한 건 나의 내면을 잘 돌아보고 균형을 맞추는 일이다. 내가 생각하고, 조절하기에 따라 감정은 좋은 동력이 될 수도 있고, 되돌릴 수 없는 실수를 낳기도 한다. 그 모든 감정과 행동은 하나의 경험이 되어 ‘나’를 구성하는 줄기가 된다.

 

또 그만큼 다채로운 감정을 가진 ‘나’는 상당히 복잡하다. 하나의 뿌리에서 자란 잎의 모양이 모두 다르듯이, 나는 단편적으로 하나의 모양과 감정으로 찍어 누를 수 없는 존재임을 인정해야 한다. 사계절마다 변하는 나무처럼, 나는 상황과 맥락에 따라 오만가지 모습으로 변할 수 있는 존재다.

 

그리고 이 영화처럼 모든 일 이후에는 새로운 내가, 더 복잡하지만 단단하게 엮인 내가 탄생한다는 걸 알면 다가올 미래가 별로 두렵지 않게 느껴지기도 한다. 순간순간 닥쳐올 불안함과 공포심은 허상이 아니겠지만, 그 감정들을 잘 다독이고 이겨낼 용기를 준다. 결국 제 자리를 찾은 기쁨이처럼, 우리의 희로애락은 끊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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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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