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최애最愛 있는 삶 [만화]

다양한 사랑의 형태
글 입력 2024.07.21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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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많은 건 전혀 나쁜 게 아니래요.

 

노래 가사를 흥얼거리며 오늘도 현실의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는다. 억울한 일이 있어도 삼킬 수 있고, 힘든 일이 있어도 웃을 수 있는 내 모습이 낯설다. 이건 필시 누군가를 좋아할 때 일어나는 전조증상이다. 작은 것도 손해 보고 싶지 않던 이기적인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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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성 있는 오프닝으로 큰 사랑을 받은 애니메이션 <최애의 아이>를 봤다면 내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귀여운 외모와 무대 위 시선을 잡아끄는 카리스마로 관중들을 사랑의 포로로 만드는 능력을 갖춘 ‘호시노 아이’는 프로 아이돌이다. 언제나 흐트러짐 없는 완벽한 무대 매너를 보여주는 그녀는 천상 연예인이 틀림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런 그녀에겐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 꿈과 사랑의 메시지를 전하는 일을 업으로 삼으면서도 그것이 실재한다고 믿지 못한다. 아이에게 최고의 사랑은 거짓말이다. 그녀의 모든 사랑의 언어는 거짓되지만, 같은 언어로 소통하고자 노력하는 팬들은 그것을 진심으로 받아들인다. 발화자보다 수용자의 해석에 따라 행복으로, 때로는 위로로 받아들여진다. 지나가는 말로 던진 서비스 멘트로 한 사람의 인생이 변화하기도 한다.

 

이처럼 아이돌과 팬이라는 마법적인 관계는 쌍방이고 싶은 외사랑이다. 제3자는 ‘그 연예인은 네 존재도 몰라’라며 상처에 아무렇지 않게 소금을 뿌리고 간다. 하지만 우리가 얄팍한 애정을 갈구하는 마음으로 그들을 응원했다면 이 거짓말 같은 사랑을 계속해서 지속할 수 있었을까. 한 사랑시의 구절처럼 처음은 너를 위했지만, 결국은 나를 위한 새로운 사랑이 시작된다.

 

 

 

<내가 너를>

                     나태주

 

내가 너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너는 몰라도 된다

 

너를 좋아하는 마음은

오로지 나의 것이요,

나의 그리움은

나 혼자만의 것으로도

차고 넘치니까

 

나는 이제

너 없이도 너를

좋아할 수 있다

  

 

아무런 대가 없이 무조건적인 애정을 타인에게 부어줄 수 있다는 사실은 생각보다 행복하다. 재고 따지는 인간관계에 지친 사람들에겐 돌아올 대가보다 나의 감정에 더 솔직할 수 있는 관계가 신선할 수 있다. 사랑하는 이의 행복을 바라고 나의 진심을 쏟다 보면 언젠간 더 나은 내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나의 몫을 챙기는 일보다 남의 앞길에 따스한 햇살이 들기를 바라면 내가 웃을 일이 더 많아진다.

 

물론 가끔은 태양처럼 빛나는 그의 그림자가 되는 일에 회의감이 들 때도 있다. 즐거우면서 버겁고, 풍요로운데 공허하다. 내 안이 한 사람으로 가득 차서 내가 없어지는 건 아닐지 두려울 때도 있다.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유일무이한 존재라 소중했는데 그게 나에게 독이 되는 건 상상도 못 한 일이니까.

 

높은 곳에서 건네는 감사의 인사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외치는 ‘사랑해’가 의심될 땐 마음이 쓰라리다. 더 높이 올라가길 바라지만 같은 곳을 바라봤으면 좋겠다는 모순된 감정이 피어날 땐 알게 모르게 서운하다. 발목을 잡고 싶지 않은데 은연중에 그의 발목을 쳐다 보게 된다. 그리고 다시 그런 내가 밉다.

 

그럴 땐 그가 나만의 인형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한다. 내가 좋을 대로 움직이도록 훈련된 인형이라서 그를 좋아했던 게 아니라, 자유롭게 무대 위를 밝히며 사랑받는 그 모습을 동경하는 것. 그것이 내 삶의 원동력이었다는 걸 새삼스럽게 느끼면 난 어제처럼 다시 사랑에 빠진다.

 

아이는 사랑받지 못하고 자란 어린 시절에 대한 자기방어로 감정에 솔직하지 못했지만, 결정적인 순간엔 그 말들이 사랑을 담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거짓말은 최고의 사랑이라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던 그녀의 마음에는 이미 싹이 움트고 있었다.

 

나의 최애의 아이에게도 그런 작은 진심들이 느껴진다면 난 언제나 그를 사랑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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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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