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얼굴 없는 화가의 뼈 있는 메시지 - 리얼 뱅크시 REAL BANKSY

글 입력 2024.07.21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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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크시는 예술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이름이다. 그는 누구나 알고 있지만 그 누구도 알지 못하는 예술가이다. 그의 정체에 대한 추측은 난무하지만, 어느 것도 확실치는 않다. 분명한 것은 그가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뿐이다.

 

뱅크시는 스스로를 예술 테러리스트라고 칭한다. 그는 1990년 후반 미술계에 나타나 세계 곳곳의 도시에 작업하며 미술, 정치, 사회 등에 대한 다양한 이슈를 시의적으로 다룬다. 최근에는 러시아 폭격으로 큰 피해를 입었던 우크라이나에 벽화 작업을 선보이며 전 세계 사람들에게 반전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그는 주로 건물 외벽 등에 작업을 한다. 따라서 그의 작품은 장소 특정적이기에 만나볼 수 있는 기회가 적다. 하지만 그라운드 서울에서 열리는 <리얼 뱅크시 REAL BANKSY> 전시에서는 가능하다.

 

익명의 예술가 뱅크시가 직접 설립하여 그의 작품을 판매하거나 진품 여부를 판정해 주는 회사 페스트 컨트롤에서 직접 정식 승인한 작품들과 영상 작품들을 포함한 국내 최대 규모 기획전이다. 따라서 ‘진짜 뱅크시’를 알 수 있는 전시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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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 is in the air (Flower Thrower) (2003)

 

 

화염병 대신 꽃을 든 시위대의 모습이다. 이 작업의 벽화는 팔레스타인의 베들레헴에서 발견되었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오랜 분쟁 지역으로, 평화의 메시지를 담은 뱅크시의 작업이 큰 의미로 다가오는 곳이다. 그는 그 무엇보다 강력한 무기는 사랑과 평화라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었을 것이다.

 

 

Happy Choppers(2003).jpg

Happy Choopers (2003)

 

 

이 작업은 2002년도 런던 중심부에 있는 White Cross Street Market 근처에 그래피티로 처음 발표되었다.

 

이후 뱅크시는 헬리콥터 형태를 모티프로 하여 다양한 형식적 실험을 선보였다. 2000년대 초반 동료 예술가들과 함께 팔레스타인에서 기획한 크리스마스 산타 게토 전시회에서 이 작업을 위와 같은 실크 스크린 형태로 전시했다.

 

"Chopper"라는 용어는 한국전쟁에서 헬리콥터의 공격에 대한 미국의 속어이다. 파괴적인 군사 무기에 귀엽고 친근한 분홍색 리본을 매달아 둔 이 작업은 뱅크시의 주요 주제인 반군사주의를 시작적으로 제시한다.

 

뱅크시는 자신의 저서 Wall and Piece에서 "가장 중대한 범죄는 사람들이 규칙을 안지켜서 생기는 게 아니라 지켜서 일어난다. 폭탄으로 마을을 대학살하라는 명령을 따르는 존재가 사람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Flying Copper(2003).jpg

Flying Copper (2003)

 

 

이 작업은 뱅크시의 대표적인 반전 이미지 중 하나이다. 폭동 진압복을 입고 있는 경찰이 아주 상냥한 미소의 얼굴을 하고 있다.

 

이 스마일 얼굴은 행복, 어린 시절의 순진함 등을 떠올리는 평화으로, 뱅크시의 다른 작업에서도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얼굴의 상징성과 천사같은 날개는 중무장한 경찰의 기관총, 제목 등과 모순을 이루며 관객들에게 메시지를 전한다.

 

경찰의 날개와 웃는 표정은 당장이라도 쏠 수 있는 기관총과 진압 장비 앞에서 한없이 무력하고 쓸모없다. 갈수록 폭력이 흔해지고 체계화 되어 가는 분위기 속에서 이 작업은 평화의 수호자와 위험의 이중성을 포착하여 우리로 하여금 권위와 권력을 쥐고 있는 이들을 회의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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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rl with Balloon (2004-2005)

 

 

이 작품은 그림 자체보다도 작품에 얽힌 경매장에서의 소동으로 유명하다. 2019년 소더비 경매장에서 낙찰 직후 액자 속에 감추어진 파쇄기가 작동한 퍼포먼스로 주목받았다.

 

뱅크시는 예술의 자본화를 극도로 지양하며 저항한다. 경매장에서의 이 퍼포먼스는 예술의 진정한 가치를 추구하며 자본주의에 침식당하는 우리의 영혼을 구원하고자 하는 그의 자기파괴적 행동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해당 퍼포먼스로 인해 이 작품의 가격은 훨씬 더 높아졌지만 말이다.

 

뱅크시의 작업은 이렇게 늘 경쾌하면서도 신랄하다. 단순하고 재밌지만 핵심을 꿰뚫으며 많은 생각을 남긴다. 이 세점을 비롯하여 대표작으로 꼽히는 20여점의 작품들과 이와 관련된 영상 작업들을 감상하며 뱅크시의 작품세계를 이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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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전시장 곳곳에 뱅크시 작업의 현장성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공간들이 마련되어 있어 진짜 뱅크시 작품을 만나보는 것과 같은 경험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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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불안한 자들을 편안하게 하고, 편안한 자들을 불안하게 해야 한다.”

 

불안한 자들에게 희망을, 편안한 자들에게 경종을 울리자는 신념 아래 활동하는 뱅크시의 작업을 두 눈으로 직접 관람하고 체험하고 싶다면 10월 20일까지 진행되는 <리얼 뱅크시 REAL BANKSY> 전시에 방문해 볼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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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아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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