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나를 그리는 방법 - 큐레이터 송한나의 그림 사는 이야기 [도서]

송한나의 '그림 사는 이야기' 전시회
글 입력 2024.07.22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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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보리는 이 작품에 대해 마치 머릿속 기억과 감정을 쓰레받기로 모두 쓸어 담아 쏟아내듯 작업하였다고 말한다. 그녀의 자화상을 모아 둔 집합체, 허보리의 기억과 경험이 담긴 감정의 형상이 작품의 형태로 구현된 한 폭의 캔버스야말로 진정한 그녀만의 자화상이라 생각된다. 본인 스스로를 감정의 채집자로 표현한 드로잉처럼 허보리의 <장미극장>은 새로운 기억과 감정으로 연중무휴 운영되고 있다."] - 200~201p

 

나에게는 수집벽이 있다. 다이어리, 줄 노트, 책, 스티커와 같은 다이어리 꾸미기 재료들, 볼펜, 형광펜, 아이돌 굿즈 등 좋아하는 물건이 있으면 지갑의 여유가 있는 한 중고로라도 구매하고 본다. 함에 보관해두거나 다어어리에 부착하는 등 '전시'하고 '수집'의 공간은 나의 성격과 관심사를 알 수 있기도 하지만, 공간의 규모가 확장되면 전시회, 미술관, 박물관으로 탄생하기도 하는 것이다.

 

큐레이터 송한나의 '그림 사는 이야기'도 송한나의 수집전이자 10명의 작가들의 다양한 장르의 미술품들을 25000원이면 감상할 수 있는 책이다. '조지 몰튼-클락', '아담 핸들러', '카우스', '뱅크시', '비플', '페르난도 보테로', '이완', '강준영', '허보리', '조광훈'. 해외 작가들부터 우리나라 작가들까지. 예술을 통해 사람 사는 이야기를 공간에 담아 전달하는 큐레이터 송한나가 그녀의 시선으로 그림을 바라본 경험을 독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마치 미술관에서 큐레이터가 마이크를 들고 관람객들에게 작품에 깃든 스토리를 설명하듯이.

 

 

그림 사는 이야기_평면.jpg

 

 

랑데부, 조지 몰튼-클락의 그림 그리는 방법 - 랑데부는 '인공위성이나 우주선이 한 공간에서 만나는 현상이다. 인공위성과 우주선은 철저한 계획 속에서 궤도를 따라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무수한 변수를 머금은 채 유영한다. 송한나는 조지 몰튼의 작품을 '랑데부'라 표현하면서 그의 작품의 매력은 '익숙함과 불편함 사이의 오묘한 경험을 전달하는 것이라 한다. 실제로 책 속에 수집된 조지 몰튼의 작품들을 보면 캐릭터들을 왜곡 및 변형하기도 하고 새로운 선들을 난해하게 더하면서 새로운 크로키로 재탄생시키기도 했다. 일종의 그림 사인 같기도 한 조지 몰튼의 작품들은 무한한 상상력을 엿볼 수 있다. 또, 꼭 그림이 한 가지 정형화된 캐릭터나 정물화일 필요는 없다는 것을 그림으로 보여주고 있다.

 

아이들도 함께 웃을 수 있는 솔직한 그림 - 난해한 그림은 순간 멋있어 보일 순 있어도 결국 그 그림을 이해하고 다채롭게 해석해내는 사람은 작가 본인이 아니라 관객이다. 아담 핸들러는 그 관객의 폭을 넓혔다고 느꼈다. 아담 핸들러는 한때 시인이 되고 싶었던, 현재 아이들도 재미 있게 보고 공감할 수 있는 추억을 그리는 아티스트다. 아이처럼 그림을 그려 아이들도 즐길 수 있는 그림을 그린다는 건 자신에게 솔직해지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도 아티스트의 길을 걸어오며 수많은 난관을 겪어왔을 것이 분명한데, 이를 무겁게 다루기 보다 함께 감각할 수 있는 작품들을 만듦으로써 서서히 그의 작품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아담 핸들러의 귀여운 [Girl] 시리즈는 '소녀의 실제 모습이 아닌 소녀가 지니고 있는 감성과 감정을 표현'하여 '아티스트가 아닌 내가 화자가 되어 수많은 추억과 상상의 이야기를 펼쳐낼' 수 있게 했다. 귀엽고 깜찍한 그림 속 솔직한 감정을 여보고 싶다면 아담 핸들러의 작품을 만나보는 게 어떨까?

 

사회의 문제를 꿰뚫는 어디로 튈지 아무도 모르는 작가, 뱅크시 -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아는 영향력 있는 작가지만 얼굴과 신원은 아무도 모르는 작가, 뱅크시. '얼굴 없는 작가', '신출귀몰', '그래비티 아티스트' 등 그를 표현하고자 하는 수식어들은 많지만 정작 '뱅크시'의 진짜 모습은 알 수 없다는 사실이 참 아이러니하다. 그럼에도 그의 예술 활동은 계속된다.

 

가장 인상깊게 읽었던 내용이 있다. 바로 '미술시장을 향한 뱅크시의 헤프닝'인데, 2018년 세계적인 옥션 하우스인 소더비에서 뱅크시의 대표작 [Girl with Balloon] 시리즈 원화가 공개된다고 하여 많은 콜렉터들이 몰려들었던 적이 있었다. 작품이 308억 원에 낙찰되었지만, 그 순간 사이렌 소리와 함께 작품이 자동으로 분쇄되기 시작했다. 왜 뱅크시는 이런 헤프닝을 벌인 걸까? 이는 그의 SNS를 통해 밝혀졌는데, 작품명의 원제가 [Love is in the bin]으로 바뀐 것에 그 이유가 있다. '쓰레기통 속의 사랑'. 즉 뱅크시는 '작품의 가격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어쩌면 가격보다 그 작품 속에 숨은 내막을 이해하는 것이 훨씬 가치가 있는 일이라는 걸 보여주려고 한 것이 아닐까.

 

송한나의 <그림 사는 이야기> 전시회 - 큐레이터 송한나는 '그림 사는 이야기'를 통해 10명의 작가들의 그림을 공개했다. 서로 다른 색채와 형태를 가진 그림 속에서 작가들의 일상을 엿볼 수 있었다. 작품을 보고 수집하는 과정은 결코 짧거나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책 속에도 나왔듯이 송한나는 작가와 인터뷰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연락했다고 한다. 수집한 작품의 의도와 작가의 그림 특성을 파악해 네이밍하고 순서 배치를 하며 자신의 생각을 덧붙여 한 권의 책으로 만드는 일 또한 예술이다.

 

10명의 작가들의 일상과 작품의 가치를 널리 알리는 기회를 독자들이 경험할 수 있도록 내어주면서, 앞으로 '나는 어떤 사람으로 무엇을 전달하며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유도한다. 결국 송한나는 '예술은 본인만의 틀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개성 넘치는 그림들을 통해 말하고 있는 것이다.

 

 

[양유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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