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VR로 경험하는 타인의 사적인 이야기 [미술/전시]

글 입력 2024.07.22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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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하윤(1981~)은 프랑스 낭트 보자르에서 조형예술 학사 및 시각예술 석사를 졸업하고 주로 한국과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미디어 아티스트이다. 그의 주요 작품으로 <489년>(2015), <새여인>(2017), <모델 빌리지>(2014) 등이 있으며, 3D 애니메이션과 가상현실(VR, Virtual Reality)같은 영상매체를 사용한다. 권하윤은 타인의 기억을 재구성해 이미지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현실과 가상, 실제와 허구 사이의 관계를 탐구한다.


그의 대표작 <489년>와 <새여인>은 개인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구현한 애니메이션 VR 작업이다.

 

 

486년.jpg

권하윤, <489년 489 Years>, 2015, 가상현실 설치, 3D 애니메이션, 컬러, 스테레오코픽, 사운드, 12분

 

 

<489년>은 DMZ에 매설된 지뢰를 모두 제거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의미내는데, 그곳에서 근무했던 병사의 인터뷰를 토대로 공간을 가상현실로 재구성한 것이다.

 

 

새여인.jpg

권하윤, <새 여인 The Bird Lady>, 2017, 가상현실 설치, HTC 바이브, 3D 애니메이션, 사운드, 7-15분.

 

 

<새여인>은 작가의 스승인 다니엘의 기억을 재구성한 것으로, 그의 작품 중 가장 사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한다.

 

권하윤은 "시공간을 가장 완벽하게 그려내고, 환상적인 요소를 가장 강력하게 받아들이게 해주는 매체가 가상현실(VR)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한다. 이러한 작업에서 보이는 가상현실은 모호한 공간의 성격을 지니며 관람자는 시공간의 배경에 의문을 품으면서도, 이곳을 생생하게 실감하기도 한다.

 

이러한 모순에 대해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인 박덕선은 부유하는 듯한 공간과 이미지는 실질적 경계를 더욱 모호하게 하고, 오히려 허상의 것이 현실의 본질을 담게 한다고 분석한다. 현실과 허상의 관계를 역전시키는 그의 작업은 초기작인 <모델 빌리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모델빌리지.jpg

권하윤, <모델 빌리지 Model Village>, 2013,installation, 3 models in wood, plastic, 230x120x20cm

 

 

<모델 빌리지>는 북한의 프로파간다 마을인 기정동을 상상에 의존해 재구성한 모형을 제작해 촬영한 작업으로, 영화 세트장 같은 마을인 기정동의 본질인 허구성을 담고 있어 오히려 마을의 본질에 가까워 보인다.

 

그의 작업은 VR이라는 뉴미디어를 사용하기에 이를 중점으로 파악되고 있으나 권하윤이 "이 매체를 주제 표현에 적합한 수단이기에 선택했다"고 말한 것을 토대로 작업의 주제 의식에 더 초점을 맞추어 바라보고자 한다.

 

위에서 살펴본 <489년>과 <모델 빌리지>는 우리가 직접 경험할 수 없는 공간들 속에서 끝나지 않는 이 전쟁을 다시 경험하도 록 만들고, 또 눈에 보이지 않는 분단선과 경계, 집단적 정체성을 떠올리게 만든다. 이러한 그의 작업은 불분명한 경계와 불완전한 기억을 소환한다.

 

이에 대해 상명대 조형예술학과 교수인 이인범은 역사적 현실에 대해 진실과 거짓이 불분명한 지점을 지적하며, 역사적 현실을 재현하고자 하는 역사적 증거물(신문 등)과 기억에 의해 재구성된 예술품(권하윤의 VR작업)의 차이를 묻는다. 이 질문의 의미가 예술의 구분, 정의를 묻는 것이 아닌 급 변하는 미디어 현실에서 우리는 허구와 사실이 뒤섞인 것들을 구분할 수 있는지, 그 가능성과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 능력을 소유했는지 묻는 것이라 생각한다.

 

다음으로 <새여인>, <증거부족>(2011)을 비롯한 권하윤의 작업 전반에서 주목할 지점은 그가 개인의 서사에 주목하는 태도를 일관적으로 보여주며 일상의 계기에서 시작한 의문을 작업으로 풀어내고, 대화의 방식으로 전쟁이라는 거대 서사와 역사를 서술한다는 것이다. 이인범은 이에 대해 "순환적 시간관에 의해 기존에 은폐되었던 일상적 삶의 이야기를 중심으 로 한 새로운 역사 쓰기가 가능해졌다."라고 말한다.

 

이를 토대로 기억을 재구성하는 권하윤의 작업이 기존의 사고와 시각을 되돌아보게 만들며,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모호해 지는 지점은 주체와 타자의 구분이 모호한 우리의 본질을 말한다고 보이기에 그의 작업이 현시대에 필요한 이야기라 생각한다.

 

 

[전다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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