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그 사랑의 끝에는 과연 어떤 것이 남게 될까 - 뮤지컬 '카르밀라'

과연 그들 사랑 이야기의 끝에는 영원히 해피엔딩이 남아있을까?
글 입력 2024.07.22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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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뮤지컬 <카르밀라>의

결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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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카르밀라>는 네버엔딩플레이와 라이브러리컴퍼니가 공동 제작한 뮤지컬로, 매혹적인 뱀파이어 소녀 “카르밀라”와 순수한 인간 소녀 “로라”의 위험하면서도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이 작품은 아일랜드 고딕 소설의 선구자 ‘세리던 르파뉴’의 고딕 소설 ‘카르밀라’를 재해석하여 탄생했다.

 

극중 첫 장면은 불멸의 삶에 지쳐 영생의 삶을 끝내려는 ‘카르밀라’ 앞에 순수의 존재 ‘로라’가 나타남으로써, 잃어버린 욕망이 되살아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이후, 비가 쏟아지는 어느 날 밤. 혼자 살고 있던 ‘로라’의 집에, 마차 사고로 도움을 요청하는 ‘카르밀라’와 ‘닉’이 찾아오며 본격 스토리가 시작되는데. 전체적은 극의 시놉시스는 아래와 같다.

 

 

오스트리아 슐로스. 외딴 집에서 혼자 외롭게 살아온 로라는 일주일 후, 그라츠로 떠나 새로운 삶을 시작할 꿈에 부풀어 있다.

 

폭풍우 치는 밤, 마차 사고를 당한 자매 카르밀라와 닉이 로라의 집으로 찾아온다. 낯선 손님들을 경계하지만, 그들의 선량한 모습에 마음을 열게 되는 로라. 그렇게 자매는 로라의 집에 머물게 되고, 카르밀라와 로라는 함께 지내며 점점 가까워지는데... 

 

흡혈귀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슈필스도르프 부제가 그 뒤를 쫓기 시작한다. 마침내 드러나는 이들을 둘러싼 숨겨진 진실. 과연 이 길의 끝엔 뭐가 있을까.

 

 

카르밀라_공연사진 (3).jpg

 

 

극을 보는 도중에도, 막이 내린 후에도 가장 많이 들었던 생각은 ‘공허함’이라는 감정에 대한 것이었다. ‘무한한 시간을 살아야만 하는, 영생이 주는 공허함’과 ‘오랜 시간 혼자 살아가는 시간 속에 느끼는 외로움 속 공허함’이 크게 느껴졌다.

 

작중 속 카르밀라는 ‘무한한 시간을 살아야만 하는, 영생이 주는 공허함’이라는 감정에 괴로워하는 인물처럼 비쳐졌다. 극중 첫 장면 역시 영생의 삶이 무의미함을 느끼고, 끝을 내려는 ‘카르밀라’의 모습이다. 그러다가 순수한 존재 ‘로라’를 마주하게 되면서 잊고 살았던 감정을 깨달으며 다시금 삶을 살아가게 된다. 이때 ‘카르밀라’가 ‘로라’에 대해 감정이 생겼던 것이 단순히 순수한 사람이기 때문이었을까?

 

미래에 대한 기대감도, 희망도, 즐거움도 없이 그저 어둡게만 느껴지는 무한한 시간을 살아가며 공허함을 느끼던 찰나. 유한한 삶 속에서 태동하는 ‘로라’의 반짝이는 생명력이 ‘카르밀라’의 눈을 밝히게 되면서, 다시 한번 삶에 대한 욕망을 깨닫게 됐다고 생각한다. 즉, 오랜만에 느껴보는 생명력이 ‘카르밀라’의 공허함을 깨뜨림으로써 ‘로라’에게 끌리지 않았을까 한다.

 

반면, ‘로라’는 ‘오랜 시간 혼자 살아가는 시간 속에 느끼는 외로움 속 공허함’을 느끼는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 시절 뱀파이어에 의해 아버지를 잃게 됐고, 마을 사람들과 교류는 거의 없이 혼자 저택에서 살아간다. 유일하게 친하게 지냈던 사람은 어렸을 때부터 친하게 지냈던 성직자 ‘슈필스도프트’ 뿐이었다. 이런 시간을 보내면서 아마 ‘로라’는 ‘외로움 속 공허함’이라는 감정을 어느 한 켠에 품고 살지 않았을까 싶다.

 

그랬던 ‘로라’에게 ‘닉’과 ‘카르밀라’의 등장은 그 감정을 깨뜨리는 엄청난 변곡점이 되는 순간이었을 것이다. 외로웠던 그녀의 삶에 자매처럼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등장하게 되고, 특히 ‘로라’에게 감정이 있던 ‘카르밀라’에게는 속절없이 끌릴 수밖에 없었을 거라 생각한다. 그랬기 때문에 로라는 아버지를 잃게 했던 가장 증오하던 존재로 살아가는 삶을 택하지 않았을까?

 


02. 뮤지컬 카르밀라_전민지 이서영.jpg

 

 

극의 결말은 결국 로라가 뱀파이어의 삶을 택하면서 끝이 난다. 죽어가는 ‘카르밀라’를 보며 혼자 살아가는 것에서는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 ‘로라’는 자신의 피를 줌으로써 ‘카르밀라’를 되살렸고, 결국 ‘카르밀라’는 ‘로라’를 자신과 같은 영생의 삶으로 끌어들이게 된다.

 

극은 둘의 관점에서 해피엔딩으로 끝이 났지만, 과연 그들의 이야기 끝이 영원히 해피엔딩일까 의문이 남는다. 그 사랑의 끝에 남는 것은 무엇일까. 결국 공허함과 집착의 감정만 남아있던 ‘카르밀라’와 ‘닉’과의 관계가 되어, 뮤지컬 ‘카르밀라’의 이야기가 반복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닉’과 ‘카르밀라’의 관계도 처음부터 이렇게 감정의 골이 깊어져, 풀리지 않은 마음들만 얽히고설켜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무한한 시간 속에서 각자의 감정은 다른 방향으로 뻗어 나갔을 것이고, 이러한 상황이 ‘로라’와 ‘카르밀라’의 관계에서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카르밀라’가 ‘로라’에게 빠지게 된 것은 유한한 삶에서 나오는 생명력이 아니었을까? 영생에 지쳐 있던 순간 반짝거리는 생명력에 매료되었던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똑같이 무한한 삶을 살아가게 된 ‘로라’를 보며 사랑이라는 감정이 지속이 될 수 있을까.

 

반면, ‘로라’는 ‘카르밀라’로 인해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해소시킬 수 있었는데, 그게 그녀에 대한 집착으로 변질되지는 않을까. 그 집착으로 인해 ‘카르밀라’는 또다시 공허함에 빠지지는 않을까. 라는 끝없는 질문들이 이어졌고, 결국 그 사랑의 끝에는 또 다른 ‘닉’과 ‘카르밀라’, ‘로라’의 이야기가 반복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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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로라’가 뱀파이어의 삶을 택하는 것이 아닌, 다른 결말이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살짝 있었다. 약간은 뻔한 결말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뱀파이어의 잔혹함을 알고도 있고, 영생으로 인해 괴로워하는 ‘카르밀라’의 모습도 봤음에도 불구하고 그 무한한 삶을 선택하는 ‘로라’의 마음이 명확하게 이해되지 않기도 했다.

 

만약에 ‘닉’을 죽이는 장면에서. 자신을 죽이려는 자들을 공격하려는 ‘닉’으로부터 ‘로라’를 지키기 위해, ‘카르밀라’가 ‘닉’을 안아 꼼짝 못 하게 잡은 상태에서 ‘슈필스도프트’가 동시에 두 뱀파이어를 찌름으로써 모두 소멸하게 되고, ‘로라’는 ‘카르밀라’를 그리워하며 살아가는 것은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런 결말에서 약간의 아쉬움은 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뮤지컬이었다고 생각한다. 기회가 된다면 한 번쯤 작품을 봐 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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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미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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