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예술은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 전시 '리얼 뱅크시'

Banksy is NOWHERE
글 입력 2024.07.24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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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아니 애초에, 예술이 무언가를 할 수 있는 분야일까?

 

이 질문에 답하려면 먼저 ’예술‘에 대한 정의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여기, 예술에 대한 확고한 자신만의 답을 가진 예술가가 있다. 거리예술가이자 사회운동가, 행위예술가이자 스스로를 예술 테러리스트로 칭하는 얼굴 없는 화가, ’뱅크시‘가 그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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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크시는 1974년생의 영국 브리스톨 출신의 백인 남성으로 추정되며 현재까지 자신의 정체를 숨긴 채 동시대 예술계를 장악하고 있다. 그는 그래피티라는 거리 예술의 형식을 지속적으로 주요하게 활용하며 공공의 영역 혹은 타인의 사유지를 무단 점거함으로써 자신의 메시지를 남긴다.

 

이는 빈 벽 혹은 다른 작가의 그래피티를 약탈하듯 작업하는 이전의 낙서미술과 달리 자신의 그림이 담긴 정치 사회적 메시지와 장소와의 관계, 그리고 작업의 시기를 면밀히 고려한다. 이는 실체가 없는 그를 예술가로서 ‘실존’하게 만든다.


이번에 인사동에서 열린 [리얼 뱅크시(REAL BANKSY: Banksy is NOWHERE)] 전시는 지금까지 국내에서 열린 뱅크시 관련 전시 중 최대 규모로, 대표작 '풍선을 든 소녀(Girl with Balloon)', '꽃 던지는 소년(Love is in the air (Flower Thrower))', '몽키 퀸(Monkey Queen)' 등 '페스트 컨트롤'의 공식 인증을 받은 29점을 포함하여, 관련 아카이브, 영상 등 총 130여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페스트 컨트롤'은 뱅크시가 직접 설립한 인증 기관으로 뱅크시의 작품을 판매하거나 진품 여부를 판정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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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층 규모의 전시장을 따라 올라가며 곳곳에 숨겨져있는 작품들과 포토존, 작품 설명을 읽어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1 전시장에서는 뱅크시가 꾸준하게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팔레스타인 장벽에서의 활동 기록과 우크라이나 전쟁과 난민문제, 자본주의에 대한 냉렬한 비판을 담은 디즈멀랜드, 2015년의 활동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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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공중에 (꽃을 던지는 사람)'는 그의 대표 작품 중 하나로, 2003년 예루살렘 베들레험의 팔레스타인 장벽에 이 그림을 남기며 크게 주목받았다. 마치 무기를 던지는 듯한 남자의 손에 꽃다발을 대체하여 평화와 자유를 지지하는 메시지를 담았다. 760km의 장벽에 달하는 팔레스타인 장벽에 대한 전세계인의 관심을 지속적으로 도모하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폴리스 키즈’로도 알려진 이 작품 ‘잭앤질’은 두 어린이가 순진하고도 평온하게 뛰어놀듯 달려가고 있는 장면이다. 잭 앤 질을 한국어로 표현하자면 철수와 영희 같은 평범한 아이의 이름인데, 평범한 어린 아이들이 즐겁게 뛰어놀지만 방탄조끼를 입고 있다는 점에서 시각적인 역설이 작용한다. 파란 하늘과 같은 순수한 어린아이들과 대조되는 군사적 보호 장치가 이 작품에 강한 긴장감을 만들고 있다. 유독 파랗고 순수한 아이들과 삭막하고 어두운 방탄조끼가 주는 괴리감이 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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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가장 인상깊었던 전시는 ‘디즈멀랜드’ 전시였다.

 

‘디즈멀랜드’는 2015년 데미언 허스트를 포함한 여러 예술가들과 손잡고 거리미술가 뱅크시가 만든 일종의 테마공원이다. 디즈니랜드랑 Dismal을 합해 만든, 디즈니랜드의 안티테제를 의미한다. 본격 애들에게 어울리지 않는 가족 테마파크를 표방하는 막장 테마파크랄까. 현대 사회를 풍자하는 여러 메시지를 담고 있고 5주간 하루 4000명의 관람객을 유지하다 현재는 문을 닫은 상태이다. 세상 따분한 표정을 짓고 있던 직원들의 표정 – 그렇게 의도된 것 – 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그리고 디즈멀랜드 전시를 보다보면 어느 순간, 전시장 저 위 구석에 관람객들을 내려다보고 있는 듯한 뱅크시의 모습이 보인다. 전시장에 들어와 포토존이라며 사진을 찍고 소비하는 관광객들로 비로소 이 뱅크시의 전시가 완벽했다는 점에서, 현대미술이자 행위예술 그 자체인 순간이다. 그의 작품은 관객들이 관조하는 수동적인 위치로부터 벗어나서 그의 작품에 참여하도록, 더 나아가 변화된 행동으로 나아가도록 이끈다. 뱅크시는 자신의 작품이 우리 삶에 대한 성찰, 혹은 캠페인과 같이 유용하기를 자처한다.


가장 충격적으로 인상 깊었던 뱅크시의 작품은 평범하게 아이들이 타고 노는 돌고래 장난감인형에 그물을 씌운 작품이었다. 별거 아닌 간단한 장치임에도 갑자기 엄정 큰 충격을 받았다. 이렇게 간단한 그물 장치 하나로 이렇게 강렬한 이미지와 환경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니? 이미 유명해진 그의 작품을 처음 접했던 사람들도 이런 신선한 충격을 받은 느낌이었겠구나, 짐작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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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전시장에서는 동시대의 예술과 우리의 삶을 리얼하게 묘사하는 뱅크시의 자본주의 리얼리즘 작품을 만날 수 있었다.


뱅크시의 “풍선과 소녀”는 가장 인기있는 작품이자 뱅크시를 상징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2019년 소더비 경매장에서 낙찰 직후 액자 속에 감추어진 파쇄기가 작동한 퍼포먼스로 더욱 주목받게 된 작품으로, 예술의 자본화를 극렬히 저항하는 뱅크시의 메시지가 담겨져 있다. 세계 최초의 퍼포먼스로 경매 역사상 경매 진행 중에 완성된 최초의 작품이자, 현대예술계에 한 획을 그은 기념비적 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다. 경매장 퍼포먼스는 예술의 진정한 가치를 추구하며 자본주의에 침식당하는 우리의 영혼을 구원하고 싶었던 그의 ‘자기파괴행동’이지 않았을까?


실제로 그는 예술계 기득권이 가진 엘리트주의가 예술의 자본화와 결합하는 것을 겨냥하며 주요 미술관과 경매장을 해체하는 활동을 수차례 성공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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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여러분은 그저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게 됩니다.

 

- 뱅크시

 

 

뱅크시 전시를 쭉 둘러보며 가장 좋았던건 그의 전시가 그저 소비하는 것이 아닌 ‘생각하게 되는’ 전시였다는 점이다. 예술이 관객에게 전달하는 근본적인 아름다움 그 이상의 묵직한 메시지를 뱅크시의 작품들은 남긴다. 이게 뭐지? 라는 신선한 충격으로 한 번 돌아보게 되고 아.. 라는 깨달음으로 두 번 돌아보게 되는 트와이스(?)의 매력을 가지고 있다.


그저 생각에 그치지 않고 행동으로 옮기고, 그렇게 실제로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다는 점에선 존경심마저 느껴졌다. 지나치게 현실과 동떨어져 있고 허상 속의 꿈을 쫓는 듯한 예술 작품들과는 다르게 뱅크시의 작품은 우리의 삶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고 때론 작품의 한 부분으로 대중들을 자연스럽게 편입시킨다.

 

 

요즘 내 작품이 가져다주는 돈이 나를 좀 불편하게 하지만, 문제는 간단하죠. 징징댈 것 없이 그냥 모두 나눠주면 돼요. 내가 세상의 빈곤에 대한 예술을 만들면서 그 돈을 혼자 다 쓸수는 없다고 봐요. 그건 내게도 너무 아이러니한 일이죠.


- 뱅크시, 뉴요커와의 인터뷰 중

 

 

자본주의 사회 안의 시스템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는, 한 명의 개인으로서 낸 뱅크시만의 답안에도 납득하며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그의 예술은 세상을 변화시킨다. 자신이 서 있는 곳, 주어진 환경 안에서 때론 타협하고 때론 저항하는 움직임이 작품 안에서 생생하게 느껴진다.


과연 예술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래서 예술이란, 결국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한 독창적이고 신선한 뱅크시만의 답을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전시다.

 

 

[박주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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