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기대 이상, 그보다 좋았던 전시 - 하비에르 카예하 특별전

글 입력 2024.07.22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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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다시, 예술의전당을 찾았다. 비가 많이 오는 계절에 방문하는 것은 처음인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여전히 좋은 공간.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 주는 공간이다.

 

전시를 보러 왔다. 이번에는 <하비에르 카예하 특별전>을 보기 위해, 한가람 미술관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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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비에르 카예하는 큰 눈망울과 더벅머리, 그리고 살짝 올라간 입꼬리를 가진 사내아이를 자주 그리는 스페인 출신의 아티스트이다. 즉 자신만의 캐릭터를 가진 일러스트레이터이다. 이번에 처음 알게 된 작가였지만, 나를 빼곤 아시아권에서 인기가 좋은 편인 모양이다. 컬렉션으로서도 꽤 높은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나에게는 생소한 작가이자 작품이었기에, 방문 직전까지 큰 기대감이 들진 않았다. 그저 내가 좋아하는 공간에서 새로운 작품 경험을 할 생각에 기대가 되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하비에르 카예하 특별전>은 기대 이상이었다. 작품의 수는 많지 않았지만, 꽤 진한 인상을 남긴 전시였기 때문이다.

 

처음 전시장에 들어가면 휑한 기분이 들지도 모른다. 아동 관객에게 친숙한 방식으로 설계한 전시라는 점을 감안해도, 작품에 비해 공간이 넓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스럽게 시시하게 끝나버릴까 봐 걱정이 되었다.

 

조금 더 들어가 보니 커다란 눈을 가진 다양한 캐릭터들이 가득한 공간이 나왔다. 이 아이들은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일까? 그러던 중 우연히 아동 관객을 대상으로 도슨트를 진행해 주시는 큐레이터 분의 작품 설명을 듣게 되었다.

 

'이 캐릭터는 지금 어떤 기분일까? 힌트는 눈과 티셔츠의 글귀, 그리고 색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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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avier Calleja Courtesy of NANZUKA

 

 

그렇구나, 그렇단 말이지! 큐레이터 선생님의 말을 따라 캐릭터의 눈을 바라보았다. 눈 주위가 빨갛게 충혈된 것이 보였다. 티셔츠에는 BYE BYE BEE라고 적혀 있었다. 벌에게 잘 가라고 인사를 하는, 조금 운 것 같은 사내아이. 이 아이에게 벌은 친구였던 모양이다. 좋아하는 친구와 작별을 하게 되며 아쉬움의 눈물을 흘렸나 보다. 하지만 친구의 안녕을 빌어주는 착한 마음씨를 가진 듯하다. 애써 웃어 보이는 입꼬리가 어쩐지 짠하게 느껴진다.

 

하나의 작품을 설명과 함께 자세히 보게 되니, 순식간에 흥미가 일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한 번 자세히 읽어보자! 작품의 메시지를 따라가 보자!'

 

나름의 결심을 한순간이었다.

 

한 점 한 점의 작품을 눈여겨보니, 작품들을 이어주는 공통의 주제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바로 꿈과 희망. 나의 이 느낌은 작가와의 인터뷰 영상을 통해 단단해졌다.

 

하비에르 카예하는 작은 작업실에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그곳에서 할 수 있는 작은 작품들을 만들었다. 중요한 부분은 작지만 '자신이 하고 싶은 작품'을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작은 작품과 함께 작은 성공을 만들어 내며, 점차 큰 작품으로 나갈 수 있는 희망을 보았다.

 

따라서 그는 작품을 하며 희망을 잃었을 때가 가장 힘들었다고 말한다. 그래서 어쩌면, 자신의 작품을 통해 희망을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을 꾸준히 나아갔을 때, 언젠간 희망을 꽃피울 수 있다는 믿음을 전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 관점에서 나는 아래 작품이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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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avier Calleja Courtesy of NANZUKA

 

 

발 하나 편히 딛기 어려운 위태로운 초록 동산 위에 한 사내아이가 편안한 미소를 지으며 걸어가고 있다. 그의 모자에는 그의 꿈을 상징하는 예쁜 꽃이 피어있고 믿음을 의미하는 'Faith'라는 단어가 적혀있다.

 

남이 보기에 위험하고 불안하고 어려운 길일지라도, 자신만의 믿음을 가지고 한 발 한 발 걸어나간다면 꿈을, 예쁜 꽃을 피워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그러니 웃으며 나아가라고, 편안히 걸어가라는 응원의 메시지이다.

 

얼핏 보면 그저 귀여운 캐릭터이지만, 그 속에 내포한 의미를 생각하며 보니 괜히 가슴이 뭉클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아시아권에서 인기가 좋은 이유를 알 것도 같았다.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살아가야 하는 아시아권의 시민들에게 하비에르 카예하의 귀여운 위로가 마음을 울린 것이 분명하다.

 

<하비에르 카예하 특별전>에서 만난 큰 눈망울의 아이들은 나라는 사람을 뜨겁게 응원해 주고 있었다. 오늘은 조금 게을렀대도 괜찮다고, 너만의 이야기가 없어도 괜찮다고, 삶이란 그 자체로 충만하기에 걱정 말고 너의 길을 가라고 응원해 주었다.

 

무해한 위로는 언제나 힘을 준다. <하비에르 카예하 특별전>의 공간은 하릴없이 넓은 것이 아니었다. 그 속엔 넘쳐나는 응원과 희망이 담겨 있었다. 그 속에서 참 따스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기대 이상, 그보다 좋았던 전시 후기를 마친다.

 

 

[김규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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