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청춘물의 태풍같은 영화 - 태풍 클럽 [영화]

글 입력 2024.07.31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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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이 영화가 여타 청춘물처럼 발랄하기보다 청소년기의 역동성과 불안을 표현한 약간 서늘한 작품이라고 한다. 물론 맞지만 이 글에는 그보다 소마이 신지 감독의 청소년을 향한 사랑에 초점을 두고 싶다. 그 이유는 영화가 죽음과도 같은 운명 속에서 벗어나려는 그리고 실제로 벗어나는 청소년들의 용감한 성장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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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핵심 질문인 '개는 종을 초월할 수 있을까'에 대해 주인공들은 '네'라고 답한다.

 

여기서 잠깐 개랑 종에 대해 짚자면, 일단 미카미의 형 말을 빌려 종(종족)은 달걀이고 개(개인)는 닭이다. 이는 곧 종은 인간이자 성인이고 개는 청소년으로 추측된다. 달걀이 닭으로 진화하는데 그 반대가 아니냐고 할 수 있지만 인간은 끝내 모두가 성인이라는 최종단계가 있는 종족이고 청소년은 그 최종단계에 아직 해당하지 않는 불완전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또한 영화에서 주인공들은 항상 주변 어른들과는 반대되는 행동을 하려 한다. 미카미는 담임처럼 무책임하지 않으려 애쓰고 리에는 엄마처럼 시골에 남고 싶어하지 않아 도쿄에 가며, 켄은 주정뱅이 아빠처럼 인간성을 져버리지 않고 미치코의 상처에 자괴감을 느낀다. 다른 여학생 둘도 보편적인 사랑의 형태가 아닌 동성애를 추구한다. 이렇게 주인공들은 각자의 방법으로 어른들이 걸어온 길을 부정하고 자기만의 길을 개척, 즉 초월하려 한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초반, 담임 여친의 엄마가 찾아와 학생들에게 '이런 선생에게 뭘 배우냐 애들아'라고 할때 애들이 주체적으로 '뭔상관이냐' 며 대응하는 부분이다. 추가로 초반부 여자들한테 된통 당하는 남학생이 유일하게 태풍에 갇히지 않은 이유는 이미 아버지의 길을 따라가기로 한 아이이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근면한 농삿일을 도우러 가는 결말이 그 증거다. 비를 먼저본 이유도 마찬가지다.

 

그럼 다음 핵심 질문인 '죽음은 종의 개에 대한 승리일까?'에 대한 답변도 유추 가능하다. 이 질문은 쉽게 말하면 '죽음은 어른이 청소년에게 승리하게 할까?' 라는 말이다. 우선 죽음은 자연현상처럼 인간에게 당연하다. 그리고 죽음에 이르려면 사고사 같은 게 아닌 이상 보통 먼저 성인이 돼야 하는데, 그럼 결국 청소년들은 죽음이란 정해진 운명 앞에서 성인이라는 결말을 맞이할 수 밖에 없다는 뜻인 셈이다.

 

그러니까 청소년들이 아무리 벗어나려 해도 언젠간 성인의 세상에 입장해야 하기에 그것은 한때일 뿐, 자연사하는 한 어른의 승리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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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질문에 주인공인 미카미는 자살 시도로 '아니오'라며 반박한다. 여러 연출 상 리에는 저승으로 잠깐 갔다가 가까스로 돌아온 듯 보이는데 이는 미카미의 자살 시도 덕이기 때문이다. 미카미는 야구를 모종의 이유로 원치 않게 그만둔 탓인지 자신감이 꽤나 없고 리에의 마음도 모른 척한다. 마치 담임이 여친과의 결혼을 계속 미루는 것처럼. 이대로라면 미카미는 담임 같은 성인이 되거나 리에의 행방조차 모른 채 후회하며 눈을 감을 테다.

 

그러나 미카미는 끝내 용기를 내고 죽음을 비웃듯 재밌는 걸 보여준다며 성인이라는 엔딩이 아닌 스스로 자신만의 엔딩을 내버린다. 그리하여 리에는 미카미의 사랑을 향한 용기 덕에 살아나는 것이다.

 

물론 미카미가 이런 생각을 하고 실제로 자살시도를 하진 않았으리라. 아마 미카미한테는 자신도 다른 이들처럼 변화하고 싶어서 그랬거나 나중에 애들이 어른들에게 혼나지 않게 시선을 돌리려고 했거나 정도겠다. 그리고 진짜 죽었는지는 이런 장면들 대부분이 그렇듯 중요하지 않다. 어디까지나 그 시도 자체가 중요한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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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소마이 신지는 태풍이라는 자연 재해를 죽음이라는 자연의 법칙과 연결시켜 이를 이겨내며 자신만의 미래를 개척해 나아가는 청소년의 모습을 표현하려 한다. 이를 통해 청소년의 주체성과 무한한 가능성을 믿는 소마이 신지의 진심이 여실히 느껴져 깊은 감상에 젖게 한다.

 

 

[유민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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