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당신] 인생의 한 번뿐인 순간을, 세상에 하나뿐인 상품으로 기억하기 - 포포뉴 대표 김규리를 만나다

리부케 플로리스트이자 레진 아트 전문 1인 공방 포포뉴 대표 김규리를 만나다
글 입력 2024.07.23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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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꽃을 선물받는 것을 좋아하는 이유는 꽃집에 가서 머리를 긁적이며 어색하게 주문을 하는 상대방의 모습이 떠오르기 때문이라는 말이 있다. 원하는 물건을 사기 위해서 터치 몇 번이면 순식간에 구매완료 버튼을 누를 수 있는 시대에 누군가를 위한 선물을 고심하는 일은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단순한 이유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시간과 정성을 들여 상대에게 어울릴 만한 꽃을 고르고, 꽃말을 찾아보며 누군가에게 특별한 마음을 건넨다는 의미 역시 포함되어 있으리라.


그렇다면 그렇게 고른 꽃을 세상에 하나뿐인 제품으로 보관하는 일은 어떨까. 취향과 개성을 중시하는 오늘날의 소비자들은 인생의 한 번뿐인 순간을, 세상에 하나뿐인 제품으로 기억하기 위해 공방을 찾는다.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리부케 플로리스트이자 레진 아트 전문 1인 공방 포포뉴 대표 김규리 님을 만나보았다.

 

 

 

포포뉴 대표 김규리를 만나다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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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뉴 대표 김규리 (사진 제공: 김규리, 이하 모든 사진 동일)

 

 

부케 말리기 선물 리부케 플로리스트이자 레진 아트 전문 1인 공방 포포뉴 대표 김규리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스토어 명을 ‘포포뉴’로 작명하신 이유가 궁금해요.

 

하늘의 구름, 달, 별 등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것을 좋아해요. 마음이 평화로워지는 기분이 들거든요. 저는 벅차고 강렬한 행복도 좋지만 잔잔하고 포근하게 일상 속에 스며드는 행복에도 큰 기쁨을 느끼는 사람이에요. 그래서 이 중 하나를 공방 이름에 꼭 포함하고 싶었어요. 예전에 키웠던 고양이의 이름인 '포포'와 불어로 구름이라는 뜻을 가진 ‘뉴’를 합쳐 기억에 잘 남는 귀여운 이름인 포포뉴라고 짓게 되었습니다. 이름처럼 공방에 방문한 고객님들이 모두 포근한 마음으로 돌아가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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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포포가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다.

 

 

‘레진 아트’와 ‘리부케’라는 용어가 대중이 듣기에 생소한 감이 있을 것 같아요. 설명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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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부케는 부케 앞에 re가 붙은 합성어예요. 결혼식 때 드는 부케를 다시, 오래 볼 수 있게 만드는 거예요. 부케는 잘 관리하더라도 보존 가능한 기간이 3-5일이지만, 결혼식은 인생에 몇 없는 특별한 순간이잖아요. 웨딩의 순간을 오래 보관할 수 있도록 화형과 색깔을 거의 생화 모습 그대로 건조해서 오브제나 액자, 활용 가능한 반지 홀더, 보관함 등의 작품으로 재탄생 시켜드리는 공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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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진은 합성수지를 굳혀 만드는 공예의 일종으로 사전적 의미는 나무의 수액이 굳은 것을 말해요. 레진의 종류는 크게 세 가지가 있는데 저는 주로 자연 경화 레진을 사용해요. 자연 경화 레진은 제품마다 경화시간이 3~48시간 정도로 다르고, 굳으면서 열이 발생해요. 수차례에 걸쳐 작업 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과 정성이 많이 들어가는 공예입니다. 레진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은 책상, 키보드, 화병, 보석함, 악세서리등 무궁무진하고 다양해요.

 

제가 하는 작업은 생화 모습을 살려 특수 건조한 꽃다발이나 부케를 레진이라는 합성수지 액체에 넣어 디자인하고 굳히는 거예요. 레진을 원하는 모양의 몰드(틀)에 부어 장식품이나 보관함 등으로 이용하는 거죠. 레진에 넣어 실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작품으로 만들거나 부케 모습 그대로 말려 액자나 돔, 오르골 등으로 보관할 수 있어요.


시중에 판매되는 드라이플라워와 다른 점이 있을까요?

  

길거리를 거닐다 불특정다수가 우연히 구매할 드라이플라워가 아닌 나만의 특별한 날, 의미 있는 순간의 꽃을 오래 기억할 수 있도록 그대로 건조시킨 꽃이라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해요. 선물 받은 꽃이나 부케가 재가공 되어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작품이 되는 것이라서, 인생의 한 번뿐인 순간에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작품이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리부케 사업만의 장점이 있다면요?


플로리스트를 결심했을 당시 제가 가장 유의했던 점은 로스율이었어요. 생화라 며칠 못 가고 시들 텐데, 적게 사입해오면 고객이 꽃을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지나치게 제한적일 것 같고, 그렇다고 넘치게 많이 데려오면 새벽부터 꽃 시장에 가서 신중하게 데려온 꽃들을 다 버려야 하는 게 너무 속상할 것 같았어요. 그 악순환이 두려웠는데, 리부케 사업은 고객님이 맡긴 꽃으로 작업을 하는 일이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 자유로우면서도 꽃을 만질 수 있다는 것이 장점으로 느껴졌어요. 완성된 작품을 받아보시면 선물을 한 번 더 받은 것 같아서 행복하다고 말씀해 주시는데, 부케, 기념일 꽃 등 기억하고 싶은 소중한 추억을 오래 보관할 수 있는 예쁜 상품으로 돌려드리는 일이라 보람차고 행복합니다.


평소에 작업하는 순서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해요.


일반적인 경우에 리부케 작업 순서를 이야기하자면 우선 고객과 상담해서 어떤 제품을 원하는지 여쭤본 후, 맡기신 꽃을 최상의 상태로 만들기 위해 물올림을 먼저 해요. 시들어 있는 꽃에 물을 먹여서 다시 생생하게 살아나도록 하는 작업을 물올림이라고 하거든요. 생화의 컨디션이 좋을 때 건조를 해야 꽃의 색감과 화형 그대로 건조되어서 작품의 퀄리티가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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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음 특수 건조제에 꽃을 집어넣고 꽃 종류에 따라 2주에서 6주까지의 시간을 거쳐 건조제에서 꽃을 꺼내요. 이후부터는 액자 형식과 레진 중 무엇을 원하느냐에 따라 과정이 달라져요. 유리 돔이나 액자를 원하면 와이어링이나 화형을 다듬는 작업을 통해 꽃 한 송이의 모양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과정을 거쳐요. 레진 작품을 원하시면 몰드에 레진 액을 부어 꽃을 디자인 한 후에 여러 번에 걸쳐 굳히고 다시 작업하고를 반복하는 거예요. 제품 하나에 시간과 정성을 들이다보니 매번 정이 들어요.

 


 

포포뉴를 창업하다


 

포포뉴를 창업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요?


사실 전공은 예술과 무관한 항공과예요. 수석으로 졸업할 만큼 열심히 학교생활을 했지만 졸업 시기가 코로나와 겹치면서 이력서 한번 내보지 못하고 졸업하게 됐어요. 아무래도 관광산업이 활성화되지 않으니 인원을 뽑지 않더라고요. 어떤 길을 택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앉아서 고민만 하기보다 직접 부딪히며 나에 대해 하나씩 알아가 보기를 택했고요. 당시 관심 있던 일들에 모두 도전했고, 패션기업 md와 액세서리점 등을 거치며 하나씩 소거해 보니 저라는 사람에 대한 해상도가 높아지더라고요. 안 맞는 일을 하며 무기력한 순간이 이어지자 현실과 타협하며 잊고 있던 꿈들이 떠올랐어요. 어렸을 때부터 한자리에 오래 앉아서 손으로 꼼지락거리며 무언가를 만드는 걸 좋아했기에 공예를 배워야겠다고 다짐했어요.


공예에도 여러 종류가 있잖아요. 왜 하필 포포뉴였을까요?


평소 즉각적으로 결과물을 보는 것과 제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걸 좋아해서 다양한 공방을 많이 다녀봤어요. 모두 즐거운 경험이었지만 레진 수업을 들으면서 5-6시간을 꼬박 앉아서 몰입했는데 한 번도 힘들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고 시간이 순식간에 흘러가서 놀랐던 기억이 나요.


맨 처음에는 플로리스트라는 직업에 관심이 있었어요. 그래서 여러 꽃집을 탐방하며 수업을 듣고, 꽃 시장도 직접 가보며 생화 이해도를 높이려 노력했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꽃과 레진을 접목시켜서 만들 수 있는 ‘리부케’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어요. 브랜딩과 컨설팅을 배우며 결과적으로 이 분야에 발을 디디게 되었죠.


사실 저는 어떤 면에서든 안정적인 것을 추구하는 사람이거든요. 계획대로 일이 진행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요. 그런데 코로나 등으로 직업적인 선택에 있어 예상치 못한 장애물을 만나게 되니, ‘어차피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면, 해보고 싶은 일 한 번만 해보자’라는 용기가 생겼어요. 그래서 초반엔 스스로에게 아낌없이 투자한 것 같아요. 레진과 꽃에 대한 이해도와 전문성을 가지고 창업을 하는 게 맞는다고 생각해서 배우러 다니면서 공부도 하고 두 분야 다 자격증도 땄어요. 포포뉴를 창업하기로 다짐하면서 이전에 저보다 조금 더 대담하고 도전적인 태도를 갖게 된 것 같아요.


결혼율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잖아요. 리부케 사업을 준비할 때 해당 부분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나요?


의아함을 표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어요. 하지만 그 부분에 대한 두려움은 크게 없었던 것 같아요. 리부케 수요는 점점 늘고 있다고 생각해요. 결혼하는 인구가 점점 줄다 보니 그 가치는 오히려 더 상승해서, 결혼식을 하면 무조건 웨딩드레스를 입고 결혼식 대관을 하듯 리부케도 관습처럼 변화해가고 있고 점점 더 알려지고 있어요.


그리고 레진 공예는 부케 외에도 할 수 있는 게 많아요. 내가 기억하고 싶은 날에 받은 꽃이라면 어떤 꽃이든 공방에 맡겨서 주문 제작하고 오래 보관할 수 있어요. 그리고 요즘 연예인들이 역조공을 많이 하잖아요. 그렇게 역조공 꽃들도 작업 문의가 많이 들어온다고 해요.


그렇군요. 누군가의 소중한 기억을 보관하는 일은 여러 방면으로 의미 있는 일인 것 같아요. 이런 이야기를 듣다 보니 규리 님의 사업적인 꿈이 궁금해집니다.


반려동물 인구 1500만 시대잖아요. 반려동물의 털이나 유골, 혹은 아끼던 장난감이나 이름표 등을 넣어서 레진으로 보관하는 일은 개인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포포뉴라는 상호처럼 누군가에게 소중한 이름을 포근한 기억으로 추억할 수 있도록 돕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더불어 저만의 노하우가 많아지면 그것을 바탕으로 전문 클래스를 열고 싶어요. 저만의 색깔이 분명해졌을 때, 저만의 감성이 묻은, 포근한 버터 색깔 느낌의 1층 오프라인 공방으로 확장해서 저의 노하우와 지식들을 알려드릴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을 순 없을 것 같아요. (웃음)


사업을 시작하면서 난관이 있었나요?


아직까지 감당하기 버거운 만큼 어려운 일은 없었지만, 일상적으로 느끼는 어려움을 표현하자면 평소 완벽한 결과물을 내려고 애쓰는 경향이 있어요. 레진의 특성상 완벽주의인 사람은 할 수 없는 작업이라고 할 정도로 변수가 많아요. 몰드에 굳힐 때 처음 작업한 모습 그대로 보존되는 게 아니라 보통 24시간에서 48시간 동안 레진이 굳어지는 과정에서 디자인 해둔 꽃의 위치가 계속 움직여서 수시로 확인하고 다시 위치를 잡아주는 작업을 해야 하고, 기포가 아주 많이 발생해요.


제작 시에 디자인만큼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기포를 최소화하는 일인데 한 사람이 기계의 힘을 빌리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제작하다 보니, 꽃에 있던 공기방울들이 레진에 갇혀서 기포가 생기는 경우가 빈번하게 일어나거든요. 감사하게도 그것조차 예쁘다고 해주시는 분들이 많지만 저는 조금라도 더 높은 완성도를 위해 늘 긴장하며 일하는 편이에요. 최선을 다했다 생각하고 퇴근하려다가도 발길이 떨어지지 않아서 자꾸 한 번 더 들여다보고 기포 하나라도 더 잡으려고 노력하게 되더라고요. 포포뉴의 경우 꽃 물 올림부터 마지막 포장까지 다 저의 손길이 닿는 핸드메이드 작품이고 더욱이 꽃잎과 레진은 다루기 예민한 재료이기 때문에, 익숙한 일이라도 항상 성실한 마음으로 임해야 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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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일이 해야만 하는 일이 되기도 하잖아요. 정교한 작업을 반복적으로 자동화해서 처리하다 보면 처음만큼의 애정을 유지하기 힘들 때도 있을 것 같아요.


반복적인 작업이니 지루해지는 순간이 올 수도 있겠지만 그런 순간에도 매번 새로운 꽃과 새로운 디자인, 새로운 구성으로 제작하기 때문에 어느 순간 완전히 몰입해서 작업하게 되더라고요. 매 작품마다 즐거운 마음으로 하고 있어요. 하나하나 애정을 갖고 만들다 보니 제 자식들 같아서 완성 작품을 보내드릴 때 아쉬운 감정이 들어요. 그래도 고객님이 좋아해 주시는 모습을 보면, 단순히 혼자 작업을 완료했을 때와는 다른 종류의 보람이 밀려오는 것 같아요. 그리고 작업과정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다 보니까, 그때의 반응들이 저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 되어주곤 해요. 그리고 저는 의자 앉아서 레진을 붓는 순간부터 취미처럼 즐거워하며 작업하는 것 같아요. 즐길 수 있기 때문에 좋은 결과물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래도 힘들면… 잠깐 쉬어야겠죠. 바람 쐬고, 휴가도 다녀오고. (웃음) 훗날 주문 제작도 지속적으로 받을 예정이지만 수업도 병행한다면 오랜 기간 매너리즘에 빠져있을 것 같진 않아요. 어떤 일이든 오래 하면 지루해지는 순간들이 오지만, 저는 반복에서 오는 안정감을 사랑하기에 그 안정감과 지루함을 착각하지 않기 위해 애쓸 거예요.


혼자 작업도 하고 고객들도 관리하려면 하루가 정신없이 지나갈 것 같은데요. 눈뜨고 일어나서 일하기 전까지 루틴이 궁금해요.


빈속에 미지근한 물 한 잔을 마시고, 유산균을 챙겨 먹어요. (웃음) 너무 디테일한가요? 무엇보다도 건강이 최고잖아요. 그 이후에는 그날의 투 두 리스트 계획을 짭니다. 수업이 있거나 예약이 있으면 손님맞이 준비를 하기도 하고요. 이후에 SNS 관리나 서류 작업을 해요. 문의는 시간을 정해두지 않고 최대한 빠르게 답변하려 해요. 일하기 전, 일하는 중의 경계를 정하기 어려운 것 같아요. 쉬다가도 일을 하고 여행을 가서도 일을 하게 되더라고요.

 

 


인간 김규리



규리 님의 취향이 궁금해요. 좋아하는 계절이나 풍경, 영감을 받는 이미지가 있다면 이야기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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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을 하다가 찍은 풍경. ©김규리

 

 

싱그럽고 청량한 느낌이 드는 여름밤을 좋아해요. 평소 자연에서 영감을 많이 받는 것 같아요. 파스텔톤의 동화적인 풍경이 선명히 드러나는 이미지를 수집하곤 해요. 산책하다가 좋아하는 무드가 느껴지면 어김없이 카메라를 들어 사진을 찍어요.


<어바웃타임> 같은 영화처럼, 다시 돌아오지 않는 평범한 순간을 소중히 여기게 되는 이야기를 좋아해서, 평소에 자주 표현하고 사랑을 이야기할 수 있도록 노력해요. 또, 가장 좋아하는 미드가 프렌즈거든요. 저는 기쁜 일이든 슬픈 일이든 조금 무게감 있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는데 프렌즈를 보면서 가볍고 유머러스하게 웃어넘기는 방법을 배우고 있어요.

 

규리 님께서 평소에 품고 있는 가치관이 있을까요?


생각하는 대로 이루어진다고 생각해요. 여러 선택지가 주어졌을 때, “나 이거 하기 싫다”보다는 “나 이거 하고 싶다!”에 초점을 맞추는 편이에요. 그러면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해내기 위한 방법을 생각하고 행하게 되더라고요. 어떤 일을 시작하기로 다짐했을 때 “나는 잘할 거야. 나는 잘될 거야.”라고 생각하며 미래의 저를 믿는 편이에요. 자만이 아닌, 바람으로써의 다짐인 것이죠. 그 과정 중에 어려움은 있을 수 있지만 “나는 결국에는 잘될 거야”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으면 흔들릴 때 중심을 잡을 수 있더라고요.


1인 창업가로서 힘든 일이 있어도 자신을 혼자 일으켜 세워야 하잖아요. 그럴 때 감정의 방파제가 되어주는 것들이 있나요?


산책이요. 힘들 땐 산책을 통해 감정을 다스려요. 걷는 게 생각 정리에도 도움이 많이 되고, 부끄럽지만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모자를 푹 눌러쓰고 울 때도 많거든요. 발길이 닿는 아무 길이나 무작정 걸어도 좋지만 풍경이 예쁜 곳을 보면서 산책하는 걸 좋아해서 조금 멀더라도 한강이나 공원을 꼭 찾아가서 걸어요. 또 마음 맞는 친구들이랑 일상 이야기하면서 환기시키곤 해요. 가끔은 혼자 코인노래방에서 가서 노래를 부르기도 합니다.


삶 전반에 영향을 준 대상이 있나요?


초등학생 때부터 좋아하던, 이제 16주년이 되어가는 샤이니라는 그룹이에요. 초심을 잃지 않고 지금까지 최선을 다해 즐기며 일하는 모습이 저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불어넣어 줍니다. 힘들 때 위안이 되기도 하고요. 한자리에 머물지 않고 꾸준히 성장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다짐을 샤이니를 보며 매번 상기하는 것 같아요. 화려한 외면보다도 한 사람으로 봤을 때 직업적으로도 인간적으로도 배울 부분이 많은 멋진 사람들이라고 생각해요. 저도 샤이니처럼 16년 차가 되었을 때도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즐기며 일을 하고 있었으면 좋겠어요.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으로 춤과 노래를 꼽으셨어요. 그 부분에도 샤이니가 영향을 미쳤나요?


초등학생 때부터 매번 장기 자랑에 나가 춤추는 것을 좋아했어요. 하이 스쿨 뮤지컬이라는 영화를 어릴 적 외국에서 유학할 때 처음 접했는데, 그 영화를 대사도 다 외우고 필사할 정도로 좋아했어요. 그렇게 팝송을 좋아하기 시작했고, 한국에 돌아와서부터 케이팝에도 빠지게 됐어요.

 

운영하는 유튜브 계정에서 노래를 듣고 깜짝 놀랐어요. 음색이 너무 좋던데요?


음악 감상이 취미예요. 어렸을 때는 눈을 뜨자마자 이어폰을 끼고 하루를 마무리하는 밤에도 이어폰을 꼽고 잠들 만큼 노래 듣는 것을 좋아했어요. 워낙 듣는 걸 좋아하다 보니 저 역시 노래 부르는 것을 즐기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힘들 때 음악에서 위로를 많이 받아요. 산책할 때도 꼭 노래를 들으면서 걸어요. 유튜브는 취미로 운영하고 있지만 우연히 지나가다 제 목소리를 듣는 분이 계시다면 위로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시작하게 되었어요.


유년 시절에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어요. 가족들과 중미에 살았을 때의 일인데, 평균 기온이 40도인 나라의 밤이라 달리던 차에서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었어요. 그때 어셔의 so sick 이란 노래를 들으며 차에 기대서 으슬으슬 떨면서 자던 기억이 여전히 생생해요. 온 가족이 하루를 마무리하고 함께 차 안에서 같은 노래를 들으며 조용히 집으로 향하던 그 편안한 행복이 기억나요.  어떤 노래를 들으면 그 순간의 추억이 자동으로 재생되잖아요. 그 온도, 습도, 공기.. (함께 웃는다) 그런 추억들을 소중히 여기다 보니, 기억을 오래 보존할 수 있는 일을 하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네요. (웃음)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으세요?


굳이 한 가지 명사로 특정해두고 싶지는 않아요. 예전에는 제가 공방을 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으니까요. 다만 공통적으로는 위로와 행복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바람이 있어요. 목소리로든 손길로든, 평범한 순간을 소소한 행복으로 만들어주는, 행복했던 기억을 오래 떠올릴 수 있게 만들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앞으로의 활동 계획이 있다면요?


우선 새로운 디자인들을 배우고 작품 수를 늘릴 예정이에요. 그 이후에 반려동물과 아이돌 관련 산업으로도 확장하고 싶어요.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디자인적으로 오리지널리티가 생긴다면, 공예 페어에도 참석해서 저의 공방을 더욱 알릴 기회가 있다면 좋겠어요.


긴 시간 인터뷰에 정성껏 답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포포뉴에 관심 갖는 사람들에게 한 마디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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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뉴의 레진 작품들은 오브제 외에도 반지 홀더, 수납함, 트레이, 키링, 무드등 등으로도 이용이 가능해요. 집안 곳곳에 생명력을 더해준다는 느낌으로 저의 작품들을 이용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포포뉴와 김규리라는 사람에 대해 끝까지 관심 가지고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포포뉴와 제 삶은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어떻게, 어디로, 얼마나 더 성장하고 나아가는지 지켜봐 주세요. 저도 제 미래를 기대하며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살아갈게요. 빠르게 지나가는 하루하루들 사이에 있는 따뜻하고 포근한 순간들을 놓치지 않고 한 번씩 미소지으며 살아갈 수 있는 매일을 보내실 수 있기를 응원하겠습니다.


*

 

내 방 한 켠의 선반에는 눈에 잘 보이는 부분에 몇 개의 LP들이 꽂혀 있다. 유재하의 1집, 단발머리를 한 소녀의 응시를 담은 키린지의 음반, 학창시절 좋아했던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 ost 같은 것들이 손에 쥘 수 있는 물성의 형태로 자리하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모든 것을 스트리밍 할 수 있는 시대에 음반을 모으는 취미를 갖게 된 것은 닿을 수 없는 추억들을 실체가 있는 물건으로나마 간직하고 싶다는 열망 때문이다.


정말 소중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많은 것이 빠르게 생산되고 저무는 현실을 사는 우리들은 그런 시각적인 증표들을 통해서나마 잠시라도 숨을 돌릴 수 있고 시절을 감각할 수 있을 것이다.

 

순간의 추억을 세상의 하나뿐인 제품으로, 사랑을 담아 기억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포포뉴가 특별한 제안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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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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