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뱅크시는 INFJ가 틀림없다 - 리얼 뱅크시

뱅크시의 MBTI
글 입력 2024.07.23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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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놈의 MBTI 지겹지도 않나. 그러나 MZ 세대에겐 통성명하듯 MBTI를 묻는 것이 관례가 된 요즘이다. 'MZ가 가장 열광하는 예술가' 뱅크시의 유형을 감히 추측해보자면, 아마 INFJ 유형일 것 같다.

 

 

I  : 내향형(Introversion) 

N : 직관형(iNtuition)

F : 감정형(Feeling) 

J : 판단형(Judging)

 

- 내가 추측하는 뱅크시의 MBTI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뱅크시는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아티스트임에도, 성별, 나이, 국적, 본명 등 어떠한 정보도 스스로 밝히지 않았다. 자신을 밖으로 드러내길 꺼려하는 걸로 보아 'I'로 추측해본다. 또한, 그는 사회 모순을 고발하며 전쟁과 핍박이 없는 이상적인 세상을 꿈꾸는 걸 보니 'N' 일 것 같다. F와 T는 헷갈리긴 하는데, 사회적 약자를 향한 연민과 그들의 상황을 대변하는 걸 보면 'F'일 수도 있다. (실제로 반골 기질이 강한 EN'T'P와 가장 비슷한 유형이 IN'F'J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경찰의 눈을 피한 그래피티 작업은 철저한 계획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시간, 공간을 치밀하게 계산하지 않았다면 이미 붙잡혔을테니, 아무리 봐도 'J'는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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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디즈멀랜드를 개장하면서 공개한 초상화와 본인 사진>

 

 

사실 뱅크시의 성격 유형이 뭐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 뱅크시란 '예술 테러리스트'가 사회에 어떤 궤적을 만들고 있는가에 집중하자. 뱅크시는 예술계를 비판할 뿐 아니라, 반권위적으로 사회와 정부를 비판한다.


뱅크시의 작품에는 '쥐'가 자주 등장한다. 쥐는 무정부주의를 상징하며 동시에 뱅크시 자기 자신을 의미한다. 쥐는 뱅크시의 트레이트마크다.


본 전시장에 도착하니, 벽에 그려진 쥐가 자신을 따라오라고 손짓하고 있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한계단씩 따라 내려갔고, 뱅크시의 작품들을 만났다.


전시장의 작품 중 <나는 쓸모없는 존재니까>라는 쥐를 모티프로 한 작품도 기억에 남는다. 뱅크시는 2005년 「Wall and Piece」에 직접 쓴 말이다.

 

"더럽고 하찮고 사랑받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쥐야말로 더할 나위 없는 롤모델이다." - 뱅크시

 

스텐실 그래피티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블레크 르 라(Blek le Rat)도 초기작에 검은 쥐를 그렸는데, 뱅크시도 그의 영향을 받은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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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쓸모없는 존재니까>, 뱅크시

 

 

<리얼 뱅크시> 전시는 국내 최대 규모이고, 페스트컨트롤이 인증하였다. 페스트컨트롤은 뱅크시가 직접 설립한 회사로, 작품 판매 및 진품 여부를 판정한다. 전시장인 그라운드 서울은 지하 4층부터 지하 1층까지 4층의 전 층 모두 진짜 뱅크시의 작품들로 가득하다. 정체불명의 뱅크시를 이렇게 잘 알게 될 기회가 또 있을까. 뱅크시를 잘 모르는 사람도, 이미 그의 팬들도 치열한 궤적을 따라가며 작품의 모든 면면을 마주한다.


전시장 벽면 곳곳은 그래피티를 재현해 뱅크시의 감성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작품과 관람객이 분리되어 관조하는 느낌이 아닌, 전시장 자체가 마치 하나의 거대한 작품처럼 느껴졌다. 뱅크시의 작품 안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었다. 전시장을 한 층씩 올라가다 보니, 어느새 내 무의식은 평범한 소시민에서 '사회 혁명가'로 변했다.


뱅크시는 스텐실(stencil) 기법을 이용한다. 스텐실은 그림 모양을 투각한 종이를 벽에 대고 스프레이를 뿌리는 기법이다. 경찰에게 단속되지 않으려면 속도전이 중요한데,  스프레이를 뿌리는 것만큼 빠른 방법도 없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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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크시는 무얼 그렇게 갈급하게 전하려 했을까. 그는 세상의 부조리, 공권력의 치부, 인종차별 등 민감한 문제를 낱낱이 고발했다. 진심이 통한 걸까? 그래피티는 더이상 불법과 합법으로 판단하지 않는 예술품이 되었고, 모두가 한 마음으로 그를 응원하게 되었다.


실제로 영국은 뱅크시가 낙서를 한 건물의 가격이 오르고, 관광지가 된다. 뱅크시 맵(banksy map)이라고 해서 뱅크시의 그래피티 작품 위치가 공유된다. 본 전시장의 초입에도 'Where is Real Banksy?'라는 문구와 함께 뱅크시가 자취를 남긴 지도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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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크시는 자신의 귀여운 낙서 따위를 범죄로 보지 않았다. 오히려 정부의 말을 고분고분 따르는 것이야말로 범죄로 보았다. 사회 제도에 비판 의식 없이 전쟁을 하고, 사람을 죽이는 것이 진짜 범죄다.

 

"이 세계의 거대한 범죄는 규율을 어기는 것이 아니라 규율을 따르는 데에 있다. 명령에 따라 폭탄을 투하하고 마을 주민을 학살하는 사람이 곧 거대한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다." - 뱅크시

 

생각없이 사는 나날이 점점 늘어간다. 기술이 발달할수록 생각하기가 귀찮다. 알고리즘은 편하고 재미있지만, 왠지 석연찮은 느낌은 지울 수 없다. 우리는 생각하는 힘, 즉 주체성을 잃어가고 있다.


우리는 누군가 잘 세팅해놓은 덫에 갇힌 쥐일지 모른다. 뱅크시는 몽롱한 현실에서 깨어나 '진짜 자신이 되어라'고 한다. Real Banksy의 전시를 보고 'Real Me'에 조금은 가까워졌길 바라본다.

 

 

[한대성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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