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리얼 뱅크시 -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뱅크시는 돈을 어디에 쓸까 [전시]

글 입력 2024.07.23 17:51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

스포주의

 

 

포스터_기본.jpg

 

 

뱅크시는 내게 ‘풍선을 든 소녀(Girl with Ballon), 2004’ 작품을 파괴한 사람으로 각인되어 있었다. 어디에선가 사회 풍자적인 메시지를 던지는 예술가. 그는 누구일까 내심 궁금했었다. 전시를 보면서 이 정도로 미친놈일일줄은 몰랐지만 말이다.

 

리얼 뱅크시 전시를 기획한 그라운드 서울은 원래 좋아했던 전시관이다. 지하 4층부터 지상 1층까지 구성된 이곳은 중간에 있는 공간이 뻥 뚫려 있다. 그 거대한 압도감이 굉장히 즐거운 기분을 준다. 마치 놀이공원에 놀러온 듯한 기분. 공간들이 퀄리티 높은 작품들로 밀도 있게 가득차 있어서 높은 만족감을 선사한다.

 

이 전시관은 지하에서 시작할 때도 있고 지상에서 시작할 때도 있는데 이번 전시는 지하 4층이 시작점이었다. 계단을 내려가는 데 벽에 그려진 쥐들이 날 반겨주었다. 그렇게 쥐에 대한 궁금증으로 가볍게 시작된 전시.

 

뱅크시의 작품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파괴적이고 불편한 자본주의를 동화스럽고 마치 아이처럼 바라본다. 헬리콥터에 분홍색 리본을 다는 것만으로 무서운 무기가 순식간에 우스운 장난감이 되고 말았다. 아이들이 경찰복을 입고 웃으며 뛰어다니는 것도 그렇다.

 

 

Group 1.jpg

 

 

그는 예술은 모두의 것이라고 말한다. 손에 락카를 들고 그림을 그리려 길거리를 나서는 것만으로 당신은 거리 예술가가 되는 거라고 말한다. 그것이 뱅크시가 만드는 작품의 기본적인 생각인 듯 보였다. 그는 거리에서 그림을 그리다가 경찰이 지나가면 토하는 척하며 숨는 데 그는 그 순간을 즐긴다고 이야기한다. 그렇게 그림을 그리고 집으로 오면 그 순간을 회상하는 즐거움이 있다고. 속된 말로 미친놈 같았다.

 

그가 박물관에 잠입하여 자신의 그림을 몰래 거는 건 또 얼마나 미친놈 같은지. 그는 마치 사회가 정해놓은 규율을 갖고 노는 것처럼 보인다.

 

전시관 입구에 있던 문구가 떠올랐다.

 

“예술은 불안한 자들을 편안하게 하고, 편안한 자들을 불안하게 해야 한다.

Art should comfort the disturbed and distrube the comfortable." - Banksy


규범과 규율을 지키지 않는 그의 모습이 우리에게 어떻게 다가오는지 그리고 그것을 어떤 의미로 느껴야 하는지 알게 해주는 문구였다.


문득 이 전시는 누가 구성한 건지 궁금해졌었다. 뱅크시는 얼굴 없는 화가이지만 그가 설립한 회사가 있다. 바로 ‘페스트컨트롤’이라는 회사로 뱅크시가 직접 설립하여 뱅크시 작품을 판매하거나 진품 여부를 판정해 준다. 이번 전시의 기획은 뱅크시 연구의 권위 있는 큐레이터들의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기획되었다.

 

그런 연유 때문인지 정말 뱅크시가 직접 전시를 기획한 것처럼 마치 그의 손길이 느껴지는 듯했다.


전시는 그래피티, 영상, 조각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작품들이 있었다. 그의 작품 활동을 찍은 아카이빙 영상을 통해 그가 어떤 식으로 작업하는지 볼 수 있는 점도 좋았다.

 

 

IMG_1327.jpg

 

 

특히 그라운드 서울의 시그니처라고 부를 수 있는 중간의 거대한 거울로 구성된 홀은 디즈멀랜드로 꾸며져 있었다. 디즈멀랜드는 디즈니랜드를 풍자한 기획으로 디즈니랜드의 동화적인 모습과 다르게 폭력적인 현실을 그렸다. 전쟁과 총, 죽음과 삶, 그리고 흑백의 고독한 성.

 

최상층인 1층에 도달했을 때 나는 큰 반전과 함께 충격을 받았다. 디즈멀랜드를 천진난만하게 구경했던 나를 뱅크시가 위에서 쳐다보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를 감시하고 있는 규율과 지배 구조를 한순간에 피부로 느끼고 말았다. 끔찍함과 수치스러움이 일순 몰려왔다. 그가 충격요법을 통해 우리에게 어서 깨어나라고 말하는 것만 같았다.

 

 

IMG_1336.jpg

 

 

뱅크시의 작품은 굉장히 고가다. 혹자는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뱅크시가 돈을 많이 버는 것에 모순이 있다고 주장한다.


뱅크시는 이렇게 말했다.

 

“요즘 내 작품이 가져다주는 돈이 나를 좀 불편하게 하지만, 문제는 간단하죠. 징징댈 것 없이 그냥 모두 나눠주면 돼요. 내가 세상의 빈곤에 대한 예술을 만들면서 그 돈을 혼자 다 쓸 수는 없다고 봐요. 그건 내게도 너무 아이러니한 일이죠.”


뱅크시의 Festival(Destroy capitalism) 작품은 자본주의에 저항하는 히피족과 고스족이 반자본주의 축제에서 티셔츠 굿즈를 사는 자본주의 행위를 하는 모순을 보여주고 있다. 이 작품에서도 알 수 있듯이 돈을 정직한 방법으로 벌었다면 돈을 버는 것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돈을 어디에 사용하느냐가 결국 자본주의의 폐해를 보여주는 것이다.

 


959.jpg

 

 

뱅크시는 번 돈을 기부하거나 기부 물품을 사는 데 사용한다. 어떻게 보면 예술가로서 완벽한 자유를 찾은 듯 보인다. 돈에 얽매이지 않으면서 자신의 예술을 하는 사람. 나의 작품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나의 행위에는 어떤 본질이 담겨 있는지. 수많은 껍질로 나를 감싸 진실을 찾는 데 헤메고 있다면 많은 깨달음을 줄 전시임이 분명했다. 하지만 세계를 지탱하는 규율의 모순, 전쟁의 참혹함, 뱅크시가 되지 못하는 고통도 느낄 것이다.

 

아름다운 전시를 구성한 그라운드 서울에 감사함을 보내고 싶다.

 

 

 

박차론.jpg

 

 

[박차론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9.07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