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당신만의 바다가 있나요? - 연남동 빙굴빙굴 빨래방

모두의 작은 바다, 연남동 빙굴빙굴 빨래방
글 입력 2024.07.24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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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궂은 요즘이다. 날이 궂음에 따라 빨래도, 기분도 눅눅해지기 마련이다. 눅눅하고 쳐진 마음까지 뽀송하게 말려줄, 뮤지컬 [연남동 빙굴빙굴 빨래방]을 보기 위해 대학로에 다녀왔다.

 

뮤지컬 [연남동 빙굴빙굴 빨래방]은 김지윤 작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제작되었다고 한다. 평소 다양한 장르의 문화예술을 접하면서 탄탄한 스토리가 창작물의 굉장히 좋은 매력이 되어준다는 것을 자주 느꼈는데, 소설을 원작으로 한 덕분인지 탄탄하면서도 현대 한국을 배경으로 한 스토리가 친숙하게 다가왔다.

 

 

뮤지컬_연남동빙굴빙굴빨래방_ 사진 (1).jpg

 

 

현대 한국을 배경으로 한 덕분에 등장하는 인물들 또한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모습들이다.

 

연남동 빙굴빙굴 빨래방의 방명록에 글을 남기기 시작한 인물이자, 아들인 대주를 무척 걱정하고 아끼는 장영감, 자식에게 남들 하는 것은 다 시켜주려 부단히 노력하는 대주, 어려워진 집안 경제 상황을 걱정하며 일자리를 찾는 미라, 각각 공모전 당선과 음악적 성공이라는 꿈을 좇는 여름하준, 애인과 이별 끝에 자신의 중심을 찾으려 애쓰는 연우 등, 어쩌면 우리 스스로의 이야기일 수 있는 서사를 가진 인물들이 무척이나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이러한 인물들에게 연남동 빙굴빙굴 빨래방은 만남의 장소이자, 상담소이자, 동시에 쉼터가 되어준다. "누구나 목 놓아 울 수 있는 자기만의 바다가 필요하다. 연남동에는 하얀 거품 파도가 치는 눈물도 슬픔도 씻어 가는 작은 바다가 있다."라는 공연의 도입부처럼, 연남동 빙굴빙굴 빨래방은 단지 빨랫감을 세탁하고, 건조하는 일반적인 빨래방의 역할만을 하지 않는다.

 

빨래방에 놓인 작은 방명록을 쓰며 인물들은 해결될 것만 같지 않던 각자의 고민을 돌아본다. 또한 단순히 돌아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자신의 상황을 방명록에 써보고, 다른 이의 고민에 조언과 위로를 보내며 위안을 얻어간다.

 

물론, 현실적으로 생각해보면 방명록에 무언가를 쓰는 것만으로 직접적으로 고민들이 해결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빨래방이라는, 익숙하면서도 개인의 삶과 어느 정도 분리된 공간에서 사람들은 서로의 상담사나 친구가 되거나, 혹은 잊고 있던 자신의 역할을 떠올리기도 한다.

 

이러한 점에서, 빨래방은 넓게 보면 '목 놓아 울 수 있는 바다' 가 되어주기도 하지만, 좁게 보면 종종 우리 주변에서도 볼 수 있는 벤치의 역할을 해주고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연남동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땀을 식히며 벤치에 앉아 잠시 무언가를 먹고, 동행한 이와 대화를 나누는 것처럼 공간 자체가 대단한 일을 해주지 않더라도, 다시 일어설 힘을 얻게 해주는 점에서 뜻깊다는 생각을 했다.

 

잠시 쉬어갈 벤치조차 드물고, 하물며 음료 등으로 돈을 지불하고 앉는 카페의 의자 또한 편치 않은 도시에서 이러한 공간은 너무도 필요하지만, 동시에 찾아보기 힘들지 않은가.

 

 

연남동빙굴빙굴빨래방_포스터_최종 copy.jpg

 

 

누구에게나 넘어지거나 지칠 때가 있고, 아픔을 견디고 울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러한 사람을 머물게 해줄 공간 또한 필수적이다. 우리 모두는 목 놓아 울 바다가 있어야 하고, 그리고 서로를 그런 바다로 인도해줄 때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연남동 빙굴빙굴 빨래방]처럼, 댓가 없이 편히 쉬어갈 수 있는 바다가 우리 곁에도 있었으면 좋겠다.

 

 

 

KakaoTalk_20240724_214339413.jpg

 

 

[윤소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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