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흐릿해지지 않는 사랑,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도서]

글 입력 2024.07.24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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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조용히 흐르는 강물처럼 우리 마음의 깊숙한 곳을 부드럽게 파고드는 소설이다. 한적한 시골 풍경 속에 감춰놓은 인간의 복잡한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내고, 세상의 소음 속에 묻혀 있던 섬세하고도 열정적인 사랑의 존재를 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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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세하고도 열정적인 사랑의 존재



 

“그런 점이 그녀를 혼란스럽게 하면서도 끌어당겼다. 믿을 수 없을 정도의 강인함. 

하지만 자제할 수 있고, 따스함과 존귀함이 뒤섞인, 화살 같은 강인함.”

 

-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149P

 


프란체스카는 현실적인 이유로 이탈리아에서 미국으로 이주해 안정적인 가정을 이루며, 잔잔하고 보수적인 농촌 마을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그녀의 일상은 반복되는 평온함에 숨겨진 고요한 정적과도 같아서, 가슴 뛰는 일도, 특별한 이벤트도 없었다. 이렇게 흘러가는 하루들은 그녀에게 안정감을 주었지만, 동시에 그녀가 무언가 갈망할 수 없게 했다.

 

반면, 로버트 킨케이드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로, 사진을 찍으며 세상을 누볐다. 그는 마을에서 마을, 나라에서 나라, 한 세계에서 다른 세계를 넘나들며 다양한 경험을 쌓고, 수많은 피사체를 관찰한다. 그의 렌즈에 담긴 풍경들은 단순한 이미지가 아닌, 그가 느끼고 경험한 세계의 일부다. 로버트의 삶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순간들로 가득 차 있으며, 그는 그 순간들 속에서 진정한 자신을 탐구한다.

 

이토록 서로 다른 이들이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에서 만난 사건은 두 개의 대조적인 세계가 충돌하는 순간이다. 그들이 본격적으로 사랑을 표현하기 시작한 나흘 남짓한 짧은 시간은 흐르는 강물처럼 끊임없이 흘러가지만, 그들은 그 순간들을 영원처럼 느낀다. 

 

로버트가 프란체스카의 삶에 등장하면서, 프란체스카의 일상은 마치 잔잔한 호수 위에 던져진 돌멩이가 일으킨 파장처럼 흔들리기 시작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프란체스카는 로버트를 통해 잊고 지냈던 ‘열정과 꿈’을 다시금 떠올리게 되며, 로버트는 프란체스카를 통해 자신이 찾고 있던 ‘평화’를 발견한다. 그들이 공유하는 깊은 감정과 꿈이 그들을 강하게 연결 짓는다. 그렇게 두 사람은 서로에게서 삶의 의미를 재발견하며, 그들만의 작은 세계에서 일어나는 모든 순간을 한 편의 시처럼 그린다.

 

 

 

오직 꿈을 간직한 사람들만이 사랑할 수 있다  



 

“애매함으로 둘러싸인 이 우주에서, 이런 확실한 감정은 단 한 번만 오는 거요. 

몇 번을 다시 살더라도, 다시는 오지 않을 거요.”

 

-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168P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그저 작은, 특별할 것 없는 마을의 작은 다리이지만 이들에겐 그렇지 않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단순한 구조물이 아니다. 이는 두 영혼을 이어주는 통로이자, 현실과 이상 사이에 걸쳐진 유연한 경계선이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통해, 이들의 사랑은 단순한 우연으로 그쳐지지 않는다. 그들은 눈에 보이는 사랑을 했다. 한없이 아름답고, 동시에 무거운 사랑의 본질을 보고, 그로 인한 고통까지 감수했다. 그들의 사랑은 결국 현실의 벽 앞에 무릎 꿇지만, 한 평생 마음 속에서 영원히 빛나는 별처럼 살아 있다.

 

사랑은 꿈과도 같다. 그 본질은 간절한 바람 속에 숨겨져 있지만 모든 꿈이 실현되지는 못 하듯이, 사랑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무한한 가능성과 환상을 품고 있지만, 현실의 벽 앞에서 뜨겁고 진실한 감정들은 때로 흐릿해지기도 한다. 


지금 우리의 사랑이 그토록 찾아보기 힘들고, 이들의 사랑이 이토록 매혹적이며 신비로운 이유는, 그것이 그 누구에게도 실현되기 어려운 꿈이기 때문이다. 사랑의 실현 여부는 언제나 미지의 영역에 놓여 있다. 하지만 우리가 특정한 관계라는 결과를 이루어내려 애쓰는 동안에도, 이는 희미한 별빛처럼 우리 마음 속에서 반짝이며 그 자체로 존재하는 아름다움을 지닌다. 

 

그러므로 사랑의 과정과 그 속에서 얻은 깨달음은 우리를 성장시킨다. 사랑의 진정한 가치와 아름다움은, 그 자체로 존재하는 꿈의 불확실성과 그 꿈을 추구하는 여정에 있을 것이다.   

 

 

 

사랑과 도덕, 미덕의 경계


 

 

“자비심도 없이, 시간이, 당신과 함께 보낼 수 없는 시간의 통곡 소리가, 

내 머릿속 깊은 곳으로 흘러들고 있소. 당신을 사랑하오. 깊이, 완벽하게. 

그리고 언제나 그럴 것이오.”

 

-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199P

 

 

시간은 유한하다. 착실하게 흘러가며 동시에 내 삶과 아주 유관하게 흘러가는 이 시간은 유한하다. 가끔 이 사실은 우리를 겁먹게 만들기도 한다. 머지않아 모든 감각이 차단되고, 더는 무언가를 상상하고 그릴 수 없으며, 추억은 흐릿해질 것이다. 사랑은 여전히 선명하지만, 그 사랑을 표현할 수 있는 시간은 점점 줄어든다.

 

삶의 유한함 속에서, 역설적이게도 함께할 수 있는 순간들은 더욱 소중해진다. 사랑은 꿈을 실현할 수 있는 열린 가능성 자체다. 때로 사랑은 도덕적 한계를 넘어서며 미덕의 경계를 시험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무언가를 재고 따지기에 우리에겐 남은 시간이 많이 없다. 

 

사랑은 그저 두 세계가 만나 하나의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과정이다. 책임감으로 매몰된 일상의 틀에서 벗어나, 사랑은 순간의 아름다움을 누리게 한다. 어쩌면 찰나의 그 속에서 우리는 인생의 진정한 의미를 발견하고, 생의 기쁨을 맞이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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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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