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시리도록 짧으나 애틋한 -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사흘 동안 영원에 새겨진 사랑의 기억
글 입력 2024.07.25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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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필자는 감정선이 깊거나 흔히들 독자들이 바라는 행복한 결말이 아닌 작품을 잘 못 보는 편인데, 그 때문에 그리 길지 않은 이 소설을 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작품 속 인물들이 겪고 느끼는 감정들에 공감을 하는 수준이 아니라 푹 적셔져 한동안 헤어 나오지 못할 것을 너무나도 잘 알아서, 마음의 준비를 한 채 한 템포씩 끊어가며 소설을 읽었다.


 

매디슨다리_표1.jpg


 

 

수많은 우연 속 필연으로 닿게 된 첫 만남


 

제목부터가 아이오와주의 작은 지역에 위치한 다리인 것처럼, 책 속의 배경도 소박한 시골 농장에 자연의 섬세하고 풍부한 모습을 닮은 두 사람, 프란체스카와 로버트가 등장인물로 소개된다. 둘은 참 다르다면 다를 수 있으나 흔한 사람들, 특히나 그 주변의 인물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공통점으로 서로에게 첫눈에 빠져든다.

 

사람은 참 알 수 없고 신기한 존재이다. 때로는 이런 신비함이 가족조차, 심지어는 표면적으로 가장 가까워야 할 남편조차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프란체스카라는 인물을 로버트는 짧은 순간 알아채고 이해하며, 진심으로 다가간다.


프란체스카가 그의 인상을 세밀하게 묘사해두었듯, 그는 결코 마음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거나 그녀가 부담을 느낄 만큼 내색을 하지 않는다. 그의 몸에 밴 자연스러운 배려들은 사소한 부분들에서 계속해서 드러나게 된다.

 

이를테면 누군가는 소리 나게 닫고 누군가는 살며시 닫을 수 있는 방충만 문을, 그는 부엌 안에 있는 프란체스카를 생각하여 소리 없이 닫는다.




끝을 알고 있음에도 시작할 수밖에 없는 사랑


 

그들이 함께 했던 4일이라는 기간은 누군가에겐 단편적인 정보만을 인지하는 데에도 그칠 기간이었겠으나, 그들에겐 평생을 좌우할 순간들로 남는다.

 

너무나도 조심스럽지만 강렬하게 서로를 향해 가까워지는 그 시간들이 너무나도 빛나고 애틋하여 그 작은 시골집에서 마치 몇 달의 시간이 흐른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후반부로 갈수록 그들의 사랑이 결실을 맺기를 바라는 마음이 커지는 만큼 동시에 그 사랑이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상대를 자신보다 더 사랑하게 될 때, 사람은 자신의 욕구와 마음보다 상대를 더 위하고 희생하게 된다. 그 결과가 죽을 때까지 사랑하는 이를 다시 보지 못하는 길일지라도. 살아오며 종종 절실히 느꼈던 이 문장을 두 사람을 보며 다시금 확신할 수 있었다.




사랑하는 이를 위한 순수한 희생


 

이 책은 그 모든 감정 선과 인물들의 이야기를 배제하고 소재 자체만을 봤을 때 요즘의 드라마들처럼 자극적으로 비칠 수도 있고 그저 그런 사랑 이야기로 보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진정으로 프란체스카와 로버트의 누구보다 길고 진실했던 사랑을 조금이라도 느꼈다면, 눈물이 나리만치 순수한 그들을 응원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프란체스카가 세상을 떠난 후 남긴 유언을 그녀의 아이들이 읽으며 그들의 사랑에 대해 추억하는 만큼, 겉으로 봤을 땐 현실이나 이면적으로는 가족에 대한 책임과 헌신으로 그들은 이별을 택한다. 어떤 기준과 도덕적 시선과 여러 가지 가치를 두고 보았을 때 이는 다양하게 해석이 될 수 있겠으나 그 순수한 사랑 앞에서 희생이라는 단어 외에 떠올릴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책을 읽기 전부터 예상했지만, 둘의 사랑은 오래도록 마음에 남아 한동안 일상 속에 문득 떠오를 것만 같다.

 

길고 긴 밤 그리운 사람이 떠오를 때 이 책을 꺼내 읽게 될 것만 같다.

 

 

[이상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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