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이곳에 예술은 없다 - 하비에르 카예하 특별전

글 입력 2024.07.2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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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Art Here'. 이곳에 예술은 없다.

 

전시의 제목이자 대표작의 이름이기도 한, 'No Art Here'은 그 자체로 굉장히 모순적이다. 예술작품을 만들고, 전시를 하면서 예술은 없다니. 그럼 그것들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처음 하비에르의 작품을 마주했을 때 들었던 느낌은 '귀엽다' 그리고 '가볍다' 였다. 전자의 경우 그림 속에 그려져 있는 캐릭터들이 귀여웠기 때문에 든 생각이었고, 후자의 경우 아이들도 쉽게 볼 수 있을 만큼 가벼운 전시였기 때문에 들었던 생각이다. 실제로 주말 기준으로 어린 아이들도 굉장히 많았다.


전시를 모두 보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모두 깊게 생각할 거리 없이 슥 둘러보아도 충분한 내용이었고, 규모가 엄청나게 큰 것도 아니었다.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이 꽤 잘 마련되어 있어 사진을 즐겨 찍는다면 더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간단히 찍고 넘어간다면 30분이면 모두 즐길 수 있는 전시였다.


다 보고 난 후, 조금 오만한 생각도 들었다. 이 정도 규모와 깊이의 전시가 예술의전당에서 할 만 한가? 너무 귀엽고 가볍기만 한 전시라 무언가 무게감 있고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어야 할 것만 같은 '예술의전당'이라는 장소와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순간 이 전시의 제목이 내 머릿속을 스쳤다. 'No Art Here'. 그래. 예술이 없는 전시였다. 그야말로 예술이란 무겁고 진지해야만 한다는 오만함이었던 것이다.


이전에 '예술'에 관한 글을 쓴 적이 있다. 내가 생각하는 문화예술이란, 누구나 어떤 방식으로던 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자기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예술이 될 수 있다고 말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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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avier Calleja Courtesy of NANZUKA

 

 

하비에르 카예하의 전시는 그 무엇보다도 캐릭터성이 강렬하게 메시지를 던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메시지는 '기존의 예술의 틀에 규정하려는 노력에서 벗어나 표현하는 것'이었고, 그것은 제대로 전달되었다. 그는 다양한 예술적 실험을 통해 그만의 독창성을 찾아냈고, 그것을 온전히 자신을 작품에 투영하는 것이라는 확고한 신념 아래 창작활동을 해 왔다.


회화와 텍스트의 실험부터 크기의 변화, 다양한 매체, 형식, 포맷을 사용하거나 작품을 제시하는 방식까지 카예하는 기성 예술의 관습의 모든 것에 도전한다.

 

실제로 전시에서도 사람의 몸보다 큰 풍선껌을 부는 아이, 입체적인 모형 등으로 기존의 평범한 전시에서 찾아볼 수 없는 활기를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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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avier Calleja Courtesy of NANZUKA

 

 

그의 작품에도 반복되는 구성은 분명히 존재한다. 눈이 큰 캐릭터를 가운데 두고, 짧은 문구를 위나 아래에 적어 넣는 방식이다.

 

캐릭터와 그가 전하는 메시지들은 모두 사랑스럽다. 단순하지만 확실한 메시지들은 우리에게 힘을 주기도 한다. 특히, 'Have a nice lazy day'는 게으른 하루에 자괴감을 느끼는 나에게 위로를 전했다.


전시는 꼭 무거워야 할 필요는 없다. 깊이 생각하지 않고 웃으며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것 역시 예술이 될 수 있다. No Art Here이지만, 각자 자신만의 예술을 찾아보기를 바란다.


'하비에르 카예하 특별전 - 이곳에 예술은 없다'는 2024년 7월 12일부터 2024년 10월 26일까지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린다.

 

 

[윤영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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