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대만을 사랑하게 되었다 [여행]

대만 타이페이 3박 4일 패키지 여행
글 입력 2024.07.27 14:25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Prologue : 패키지 여행에 대한 반감


 

KakaoTalk_20240725_152525421.jpg

 

 

대만을 좋아한다. 언제부터인가 대만이 궁금했고, 가보고 싶었고, 대학 졸업하기 전에 꼭 자유여행으로 가리라 다짐했었다. 그런데 이렇게 빨리 가게 될 줄 몰랐다.

 

수능이 끝나고, 정시 원서 접수를 앞두고 있던 어느 저녁이었을 것이다. 사실 수시 추가합격 직후였는지, 그 전이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넷플릭스에서 볼 영화나 드라마를 찾고 있던 내가 기억에 남는다. 보고 싶은 컨텐츠가 너무 많아 하나만 고르기 어려워하고 있던 참에, 유난히 눈에 띄는 드라마가 있었다. 평소 즐겨 보지 않은 타국의 컨텐츠를 보고 싶었는지, 무언의 이끌림 때문이었는지, 허광한과 가가연 주연 드라마 <상견니> 포스터가 날 사로잡았다. 여자 주인공이 왼쪽에 서서 정면을 공허하게 응시하고 있었고, 두 남자 주인공이 각각 약 45도의 틀어진 각도로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렇게 세 인물의 눈빛에 이끌려 클릭했다. 별 기대 없이, 잠깐 보다가 말겠지, 생각했다. 그런데 3화부터 다음 편이 궁금해지기 시작했고 상견니 전편을 밤새 정주행한 나를 발견했다. 한번으론 아쉬워 다시 정주행했고, 결국 유튜브 클립 영상과 메이킹 영상들을 찾아보며 점점 '상친자(상견니에 미친 자)'가 되었다. 청량과 빈티지 사이, 축축과 눅눅 그 어디즈음에 상견니가 있었고 리쯔웨이가 있었다. 그때 결심했다. 상견니 촬영지에 꼭 가보겠다고.

 

원하던 자유여행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3박 4일 동안 패키지 여행으로 대만에 가게 되었다. 그렇게 대만에 가겠다고 노래를 불러서 그런지 엄마가 대만 패키지 여행을 예약해주셨다. '꿈만 같았던 대만에 가게 되다니!' 기쁘기도 했지만, 솔직히 쇼핑이 포함된 패키지 여행을 선호하지 않는 나로서는 아쉬움이 컸다. 올해 2월 말, 일본 자유여행이 행복한 추억으로 남을 수 있었던 건 직접 내 손으로 비행기 티켓을 끊고, 교통패스, 관광지 등 사전 조사를 하여 자유롭게, 주도적으로 여행을 계획했기 떄문이었다. 그래서 여행 전날까지도 기대와 설렘이 부풀기 보다 아쉬움과 답답함이 더 컸던 것 같다.

 

 

 

불안감: 추억으로 간직할 만한 여행이 될 수 있을까


 

[크기변환][포맷변환]KakaoTalk_20240725_150849591_05.jpg

 

 

여행 첫날이 되었다. 그래도 꿈에 그리던 대만에 가는 거니까 먹고 싶은 것, 패키지 관광 명소들을 검색해봤다. 청주 공항에 도착한 엄마와 동생, 그리고 나는 수하물을 부치고 비행기 티켓을 받아 2층으로 올라왔다. 어제 술을 마신 것도 아닌데 속을 풀고 싶었던 나는 얼큰한 육개장을 주문했다. 공항에서 먹는 음식은 기대할 만큼 맛있지는 않기에 배를 채우는 목적으로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배가 고파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빨간 국물의 육개장은 생각보다 맛있었다. '평소 육개장을 즐겨 먹지도 않은 내가 이렇게 맛있게 먹는다고? 여행 스타트, 나쁘지 않은데?' 속으로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육개장을 먹었다.

 

착륙 준비를 하기 전에 위기를 한번 느꼈다. 육개장을 완뚝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기내에서 숨이 턱 막히는, 산소 부족이 찾아왔다. 기압이 높아서 그런가? 싶다가도 불현듯 찾아온 산소부족은 처음 있는 일이 아님에도 당황스러웠다. 일단 화장실로 달려갔고, 승무원을 보자마자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 앉았다. 다행히 산소 부족으로 창백했던 얼굴에 다시 활기가 돋았지만, 승무원분들의 걱정과 호의를 한 몸에 받게 되어 감사하면서도 약간 부담스러웠다. '그래, 얼마나 좋은 여행이 될 거길래 도착하기 전부터 스펙타클한 걸까!' 애써 침착해하며 원영적 사고를 시도해봤다.

 

우육면으로 대만 여행을 시작해 서문정 거리, 고궁박물관, 101타워를 다녀왔다. 첫날은 무난했다. 고궁박물관은 마치 우리나라 청동기 박물관에 온 듯한 느낌을 주는 유물들로 가득했고, 서문정 거리에서 맛 본 망고 빙수는 싱싱했다. 전망대를 좋아하지 않아 101타워를 보고도 별 감흥이 없어 사진이라도 남기기 위해 노력했고, 저녁은 만두 코스요리로 배를 채웠다. 중간중간 이동할 때 가이드의 대만 역사 이야기를 들었다. 그렇게 대만에서의 첫날이 끝났다.

 

 

 

'화산 1914' : 대만을 사랑하기 시작했다


 

[크기변환][포맷변환]KakaoTalk_20240725_150849591_06.jpg

 

 

둘째 날 아침, 대만 호텔 조식 뷔페에 갔다. 한국인 입맛에 맞는 음식들이 많았다. 코로 향신료 냄새를 맡아보고 이 정도면 먹을 수 있겠다, 싶은 음식을 골라 담았다. 아침부터 이렇게 배불리 먹을 수 있다니. 패키지 여행의 반감은 계속되어도 맛있는 밥은 지나칠 수 없구나.

 

둘째날 여행의 핵심은 '우라이 마을'이었다. 대만의 온천 마을로 대만 원주민들이 모여 사는 동네라고 했다. 그래서인지 버스를 타고 꼬불꼬불한 길을 통과해 마을로 들어갔다. 케이블카를 탔고 본의아니게 등산을 했다. 가파른 길은 아니고 산 속 절에 가기 위해 약간의 계단을 오르는 정도였다. 그렇게 우라이 마을을 구경하고 점심을 먹으러 갔다. 우리가 간 곳은 한국의 시장통 같은 거리에 자리한 식당이었다. 음식은 건강했고, 간을 적게 한 나물들이 많았다. 그래도 향신료가 적게 들어간 건지 나물의 민족에게 우라이 마을 현지식은 대체로 맞았다.

 

우리 패키지 여행은 '옵션'이 있었다. 바로 마사지를 받는 것. 추가 요금을 내는 거라 안 하고 싶었지만 다들 하는 분이기였고, 한국에서부터 안 하겠다고 하던 엄마조차도 이미 전신을 하기로 마음을 굳힌 상태였어서 어쩔 수 없이 발 마사지만 하는 것으로 합의를 보았다. 젊은 남성분께서 발 마사지를 해주셨는데, 간지러우면서도 너무 아파서 참느라 애먹었다. 그래도 마사지를 우롱차로 마무리하니 한결 개운한 기분이 들었다.

 

여기까지는 내게 크게 임펙트가 없는 여행이었다. 이대로만 흘러가면 대만에 왔다는 느낌보다 국내 어느 시골로 휴가 잘 다녀왔다는 느낌이 더 크게 남았을 것이다. 하지만 때마침 대만 여행을 하는 느낌이 나게 만들었던 곳을 만났다. 바로 '화산 1914'였다. '화산 1914'는 과거 타이완에서 가장 큰 양조장이었던 곳으로, 현재에 들어 문화 복합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그래서인지 외관은 오래되었는데, 내부는 아기자기한 소품들로 꾸며져 있었다. 과거 양조장이었던 건물이 소품샵, 아이스크림 가게, 카페 등의 복합 건물로 재탄생했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건물에서 빛이 나는 것 같았다. 워낙 아기자기한 소품들을 보고 소장하는 것을 좋아해서 '화산 1914'가 추억으로 간직할 만한 건물로 다가왔는지도 모르겠다.

 

 

 

스펀 천등 날리기: 소원을 가득 담아


 

[포맷변환]KakaoTalk_20240725_150849591_03.jpg

 

 

드라마는 서서히 폭탄을 터트리는 장르다. '빌드업'이라는 말이 있듯, 드라마에는 발단, 전개, 위기, 절정, 결말이 있다. 서서히 인물과 배경, 사건의 서사를 쌓아가는 것이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서사는 정점을 찍고 결말로 넘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 이번 대만 패키지 여행도 마찬가지였다. 심심했던 여행에 뜻깊은 의미가 더해진 건 스펀에서 천등을 날렸던 날부터 였을 것이다. 타이페이 여행의 별미라고 하는 '스펀 천등 날리기'는 너무 유명해 이미 많은 관광객들이 꼭 한번 다녀가는 코스 중 하나이다. '길상 천등 상점'은 허광한 주연 대만과 일본 합작 영화 '청춘18X2 너에게로 이어지는 길'의 촬영 장소이기도 하다.  엄마, 동생, 그리고 나는 천등에 각자 쓰고 싶은 소원을 붓으로 그려 천등을 날릴 준비를 했다. 상점 직원분들이 천등에 불을 붙여 주시고 열정적으로 사진을 찍어주셨다. 워낙 한국인이 많이 방문하는 곳이라서 그런지, 자연스럽게 한국어로 말하며 능숙하게 천등과 세 가족이 모두 나오도록 정성스레 찍어주셨다. 이런 따듯한 서비스 덕분에 행복한 기억으로 남을 수 있었지 않았나 싶다. 더불어, 비록 허광한과 스펀에 온 시간은 다르지만 같은 공간에서 천등을 날려보니 내 마음도 천등을 따라 같이 날아가는 기분이 들었다.


 


아쉬움과 기대 : 목표가 생겼다


 

[크기변환][포맷변환]KakaoTalk_20240725_150849591.jpg

 

 

지우펀에서 마신 따듯한 차와, 붉은 노을과 셀 수 없이 많았던 홍등, 저녁으로 먹은 한국인의 입맛에 딱 맞았던 현지식까지. 대만 여행 3일차는 내게 아주 완벽했다. 패키지 여행으로 온 게 전혀 후회되지 않았고, 자유여행으로 다시 한번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기회가 된다면, 대만에서 한 달을 살아보고 싶다는 꿈도 생겼다. 또 하나의 목표가 생긴 것이다.

 

대만 여행을 하면서, 패키지 투어의 장점 하나를 발견했다. 함께 패키지 투어를 한 사람들. 나는 내가 모르는 사람들에게 먼저 말을 걸고 스몰토크하는 걸 잘 하진 못 한다. 가족, 친구 등 아는 사람들과 함께 여행하는 걸 더 선호하는 편이다. 이번 여행을 하면서 여행에 대한 가치관이나 신념이 변한 것은 아니지만, 패키지 투어를 함께 한 사람들 덕분에 조금은 패키지에 대한 열린 마음을 갖게 되었다. 7명의 대가족이 함께 패키지 여행을 왔는데, 그 중 다섯 살 아이와 일곱 살 아이가 있었다. 한번은 가이드를 따라 계단을 내려가는데, 뒤에서 아이들이 노래를 부르며 내려오고 있었다. 무슨 노래일까, 들어봤는데, 여자 아이들의 '아픈 건 딱 질색이니까'였다. 아이들의 요즘 취향을 알게 된 나는 발 마사지를 받고 잠깐 쉴 때 아이에게 내 헤드셋을 씌워주며 그 노래를 틀어주었다. 차분하게 따라 부르는 아이들을 보며 흐뭇했는데, 어쩌면 이것은 패키지 여행에서만 얻을 수 있는 소소한 기억이 아닐까. 뭐, 그럼에도 누군가 '패키지 여행 vs 자유 여행'이라는 밸런스 게임을 내던진다면 단연코 '자유여행'을 선택할 테지만.

 

 

[양유정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9.07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