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눈이 큰 아이와 함께한 하비에르 카예하 특별전

"이곳에 예술은 없다" 하비에르 카예하 특별전
글 입력 2024.07.26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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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세차게 내리는 7월의 어느 날, 하비에르 카예하의 특별전을 관람하기 위해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으로 향했다.

 

하비에르 카예하는 아시아가 사랑하는, 세계 미술 시장에서 경매가를 갱신한, 현재 가장 주목받는 스페인 말라가 출신의 작가이다. 국내에서는 '눈이 큰 아이' 작가로 알려져 있다. 눈이 큰 아이는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그린 그의 자화상이자 분신이라고 한다. 행복했던 순간을 회상하며 그려서일까, 그의 작품은 꿈과 희망을 품고 있는 듯했다. 하지만 약 30분간의 전시 관람을 마친 후엔 마냥 행복, 하나의 감정만을 그리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이곳에 예술은 없다>를 제목으로 열린 특별전은 제목만으로 이목을 끌 만하다.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전시회 속에 예술이 없다니 말이 안 되지 않는가. 하지만 당황은 단 1초. 1초 후엔 생각이 뒤바뀌었다. 오히려 더 예술 같은 예술이 공간을 채우고 있기에, <이곳에 예술은 없다>는 반어법을 사용한 것일 수도 있겠다며.

 

전시회장에 들어서자마자 또 한 번 당황했다. No Art Here 푯말, 새하얀 캔버스와 "출구" 표시가 되어 있는 다음 전시장 화살표가 끝이었기 때문이다. 커다란 공간 속에 존재하는 3가지는 해당 전시의 궁금증과 기대감을 증폭시키기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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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현대 예술 작품을 난해하고, 어렵다고들 말한다. 나도 이런 생각에 동의한다. 그 덕분인지, 나는 현대 예술 작품을 볼 때마다 곰곰이 생각해가며, 오랫동안 감상하곤 한다. 그리고 그 시간 속에서 재미를 찾는다. 그 때문에 평소처럼 하비에르 카예하의 작품을 바라보았지만, 당황스럽게도, 큰 눈동자 외엔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았다.

 

하지만 조금 더 직관적으로 부담 없이 편안하게 작품을 감상해 보자고 마음을 먹자마자 나의 눈동자들은 큰 눈동자들을 따라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 속에서 작품 의도를 느꼈다. 기존 예술의 고정 관념으로부터 자유로워지겠다는 선언에서 비롯되었다는 <이곳에 예술은 없다> 제목에 큰 깨달음을 얻었던 순간이었다. 하비에르 카예하 특별전은 가볍고 편안하게 관람하기 좋은 전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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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타주를 그릴 때 가장 중점을 두는 신체 부위가 눈이라고 한다. 사람들이 가장 먼저 눈을 바라보기 때문에. 우리는 상대방과 인사할 때 꼭 눈을 맞추며 안녕을 나눈다. 서로의 눈동자를 보면, 그 사람의 마음 상태를 알 수 있다. 슬플 땐 눈동자에 눈물이 맺혀있고, 화가 날 땐 눈동자가 떨린다. 나는 눈이 가장 솔직하다고 믿으며, 눈으로 마음을 전달할 수 있다고 믿는다.

 

하비에르의 작품 속 아이들의 눈은 얼굴에 비해 정말 크다. 자연스럽게 눈에 시선이 간다. 자세히 보면, 아이들의 눈동자는 각기 다르다. 파란 눈동자, 초록 눈동자, 검은 눈동자, 초롱초롱한 눈동자, 충혈된 눈동자 등등. 우리는 아이들의 눈을 마주 보는 것만으로 아이가 무엇을 생각하는지를 대충 짐작해 볼 수 있다. 하지만 하비에르는 그림 속 글자를 통해 우리에게 의미를 확실하게 전달한다. 그 덕분에 하비에르의 작품은 여타 현대 미술 작품보다 편안하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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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비에르 카예하 특별전은 나에게 힐링이었다. 아이들 티셔츠에 적힌 문구들은 나를 응원해주기도, 나의 마음을 대변해주기도, 나를 대신해서 욕을 해주기도 했다. 나의 하루들을 사랑스러움으로 꽉 안아주었던 작품들이 아직까지도 생각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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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예술은 없다> 전시를 보면서 묘한 쾌감을 많이 느꼈다. 작가가 단지 본인의 작품을 보여주기 위해 연 것이 아니라, 작품과 본인의 생각을 전시하고자 한 마음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캔버스에 국한되지 않고, 더 나아가 전시회장 벽면까지 아름다운 손길로 채운 전시회장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커다란 눈방울이 매력적인 아이들과 눈 큰 검은 고양이들로 가득 채워진 하비에르 카예하의 특별전은 10월 27일까지 한가람미술관에서 관람할 수 있다. 바쁜 일상을 보내기에 바빠, 순간들을 섬세하게 향유하거나 떠올리지 못하는 분들에게 사랑스러움으로 가득 찬 전시를 추천한다.

 

 

 

에디터 최서영 태그.jpg

 

 

[최서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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