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빈지노는 이제 Always Awake와 같은 노래를 낼 수 없다.

아니, 내서는 안된다.
글 입력 2024.07.26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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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빈지노는 랩스타를 넘어선 슈퍼스타다. 한국 힙합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공감할 표현이다. 나에게 있어 그의 음악은 ‘청춘’과 ‘개성’, 그리고 ‘성공’을 상징한다. ‘멋’을 의인화하면 빈지노이고, 청각화하면 빈지노의 음악이다.

 

 


 

 

그의 모든 디스코그래피를 좋아하지만 특히 의미 있는 트랙은 ‘Always Awake’이다. 나에게 있어 혁오 밴드의 ‘Tomboy’와 함께 대표적으로 ‘청춘’을 상징하는 곡이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청춘들이 공감할 수밖에 없는, 녹록지 않은 현실 속에서의 찬란한 희망을 노래한 Always Awake는 자연스럽게 빈지노를 청춘 아이콘으로 만들어 준 곡이다.


 

 

그렇지만 이제 빈지노는 Always Awake와 같은 곡을 내서는 안된다.

 

7년 만에 빈지노의 정규 2집 가 나왔을 때, 주위 반응은 생각보다 엇갈렸다. 나는 매우 좋게 들었지만, ‘Dali Van Picasso’ 시절의 빈지노를 그리워하는 사람, <24:26>에서 청춘을 노래하던 풋풋한 빈지노의 사운드를 그리워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또한 그의 노래가 더 이상 공감을 불러일으키지 않는다는 아쉬움의 목소리도 있었다. 공교롭게도 이 앨범이 나오기 11년 전 같은 날(7월 3일), 그의 대표작 <24:26>이 발매되었다. 11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몇몇 사람들은 ‘그 시절의 빈지노’를 그리워한다.


그 시절의 감성, Always Awake의 청춘 이야기를 그리워하는 팬들이 이해되긴 한다. 하지만 이제 빈지노는 슈퍼스타이자 30대 중반이다. 'Smoking Dreams'에서 담배를 피우며 엄마의 잔소리에 괴로워하고 ‘나는 누구? 또 여긴 어딘가?’를 내뱉으며 자아탐색을 하던 빈지노는 이제 서울에서 번 돈을 스웨덴에서 쓰고, 마음만 먹으면 비행기를 타고 뉴욕 브루클린으로 넘어가거나 휴가를 떠나는 비행기에서 가사를 쓰는 슈퍼스타가 되었다. 그는 Always Awake에 담긴 ‘꿈의 근처에 도달한 삶’을 살고 있다. 더 이상 내일을 걱정하는 불안한 청춘을 찾아볼 수 없다.


이런 아티스트가 아직도 청춘과 희망을 노래한다면, 이것이 과연 진실하게 리스너들에게 다가올까? Always Awake뿐만 아니라 재지팩트를 대표하는 노래 중 하나인 Smoking Dreams도 마찬가지이다. 빈지노조차 이런 말을 했다. 지금의 본인이 Always Awake와 같은 곡을 낸다는 것은 변태 같다고. 나도 동의한다. 너무나도 이질적이어서 오히려 실망할 것 같다.

 



 

 

근데 계속해서 20대 청춘에 머무르는 사람이려고 하면 진짜 졸* 징그러운 거 같아요. 제가 가끔 그런 식으로 음악 작업하다 보면 약간 또 뭔가 ‘Always Awake’의 그런 끓는 열정과 청춘을 하고자 하는 저의 그런 50대 아저씨 느낌이 좀 있거든요. 그런 의식 상태가 될 때가 있는데 그러면 ‘지금 내가 뭐 하는 거지?’ 이거 좀 약간 징그럽고 약간 느끼하다는 생각이 좀 드는 거 같아요.

 

느끼하잖아요! 계속해서 청춘 얘기하고 계속해서 열정, 나의 꿈, 이것만 얘기하는 사람은 그건 좀 징그러운 거 같아요. - 빈지노 인터뷰 中

 

 

빈지노는 더 이상 청춘을 억지로 생산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내 삶은 모든 게 내 맘대로 된다'는 가사가 빈지노의 라이프 스타일에서는 진실에 가깝다. 평가를 떠나 '노비츠키'는 빈지노의 솔직한 ‘요즘’을 담은 작품이다. 누구도 이 아티스트에게 과거를 요구할 수 없다.


사람은 성장할수록 변해간다. 지극히 당연하다. 어렸을 때의 치기 어린 행동은 결국 나이를 먹어가며  사회적 통념과 제약에 직면하게 된다. 신체도 변하고 식습관도 변하고 가치관도 변한다. 우리가 멋있다고 생각했던 그 시절의 행위들을 ‘흑역사’로 치부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치열하게 산 사람은 1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가 매우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진정한 예술가라면 변화해야 한다. 유명한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시대순으로 나열하면 변화가 보이는 것처럼 말이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되는 가치관들을 작품에 녹여내야 한다. 만약 빈지노가 처음부터 지금까지 청춘을 노래했다면 과연 위대한 아티스트로 평가받을 수 있었을까?

 

 

이 밤이 와도 이 밤이 가도 I'm always awake!

태양이 밤하늘의 달빛을 가려도 always awake!

이 밤이 와도 이 밤이 가도 I'm always awake!

태양이 밤하늘의 달빛을 가려도 always awake!

 

- Always Awake 가사 中

 

 

빈지노의 앨범들을 순서대로 플레이하면 빈지노의 성장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이제 더 이상 Always Awake와 같은 가사를 쓸 수 없을 정도로 성장했고 성공했다.


옛날 빈지노의 노래를 그리워하는 건 마치 예(구 카니예 웨스트)의 요즘 앨범을 들을수록 ‘올드 칸예’를 그리워하는 것과 같은 반응이라 본다. 물론 나도 올드 칸예 시절의 음악을 좋아한다. 하지만 우리가 올드 칸예의 음악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가 어떻게 보면 그 시절의 우리를 그리워하는 것은 아닐까?

 

 

 

 

이와 유사하게 빈지노가 속한 재지 팩트(Jazzy Fact)의 미발매곡인 ‘삐걱삐걱’이 있다. 과거 빈지노의 유튜브를 통해 공개되었던 미발매곡으로 아직까지도 많은 팬들이 ‘삐걱삐걱’의 발매를 원하고 있다. 하지만 빈지노는 발매를 할 계획이 없다고 한다. 이유 또한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과거에 발매된 곡이기는 하지만 빈지노의 표현을 빌리자면 지금 발매하기에는 너무 징그럽기 때문.


더 이상 이때의 사운드를 강요하고 바래서는 안 된다. 억지 청춘은 거부감을 만들 뿐. 그 시절을 추억하면서 청춘이 꺾일 때마다 듣자.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Always Awake는 영원히 우리에게 청춘일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컬쳐리스트 명함.jpg

 

 

[노세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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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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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insdo
    • 공감해요. 지금 재지팩트 시절 음악을 내놓는다면 기만(너무 간 듯하지만) 같이 느껴질 듯해요. 재지팩트를 듣던 나는 너무 낡았지만 가끔 찾아듣던 터라 글이 반가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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