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우리의 마음을 세탁해주는 따듯한 이야기 - 연남동 빙굴빙굴 빨래방

글 입력 2024.07.26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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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골목골목에서 빨래방이 보이기 시작했다. 세탁소와 달리, 빨래방은 개인이 직접 세탁기와 건조기를 돌리고 빨래를 수거해가는 형태다. 빨래방의 증가엔 아마 1인 가구의 증가가 한몫 했을지도 모른다.

 

가족과 떨어져 지내며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을 곳 없이,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반겨주는 이 없이 하루하루를 보내는 이들에게 빨래방이 소통의 공간이 되면 어떨까. 소설 <연남동 빙굴빙굴 빨래방>의 이야기는 여기에서 출발한다.


김지윤 작가의 장편소설 <연남동 빙굴빙굴 빨래방>은 따뜻한 이야기로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며 밀리의 서재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고, 인기에 힘입어 종이책을 출간했다. 그 이야기는 종이책을 넘어 아름다운 넘버와 함께 실시간으로 감동을 전달하는 뮤지컬로도 펼쳐지게 되었다.

 

 

연남동빙굴빙굴빨래방_포스터_최종 copy.jpg


 

진돗개와 사는 독거노인 장영감, 관객 없는 버스킹 청년 하준, 산후우울증에 육아 스트레스로 힘든 나날을 겪는 엄마 미라, 만년 드라마 작가 지망생 여름, 데이트 폭력을 당한 여대생 연우, 성형외과 의사이자 기러기 아빠 대주.


언젠가부터 ‘빙굴빙굴 빨래방’을 찾는 손님들은 테이블에 놓인 다이어리를 통해 각각의 고민을 털어놓고 위로를 받는다. 빙굴빙굴 빨래방의 비밀 노트에는 마음을 털어놓는 힘이 있다. 누군가가 고민을 적으면 누군가는 그 아래에 진심을 담아 위로의 글을 담아내며 서로를 보듬어주게 되는데… - 시놉시스


무대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저마다의 환경에서 각자의 고충을 안고 살아간다. 빨래방에 놓인 다이어리는 그들의 고민거리나 하고 싶은 말을 적을 수 있는 창구가 되고, 빨래방은 이제 고민상담소로서 기능하게 된다. 그리고 그 상담소의 중심엔 장영감이 있다.


장영감은 특유의 인자함과 연륜을 바탕으로 지치고 상처받은 미라와 연우에게 도움의 손길을 건넨다. 그 답변은 뿌리를 깊게 내리라는 등 다소 추상적인데, 그럼에도 그럼에도 미라와 연우, 그리고 관객인 우리가 답을 듣고 공감을 하며 위안을 얻는 것은 앞으로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안겨주기 때문일 것이다.


장영감은 동네에 한 두명 쯤 있는, 지혜로운 해결사 어르신이라는 클리셰적인 인물이다. 하지만, 주목할 만한 점은 이러한 장영감도 결국 해결하지 못한 자신만의 문제를 갖고 있던 것이다.


성형외과 의사로서 현재에 만족하지 못하고 아들을 해외에서 키우고자 했던 대주는 아버지 장영감의 조언을 무시하고 계속 금전적인 원조를 요청한다. 처음엔 단순히 아내와의 추억이 담긴 집을 내놓기가 싫어 그런 줄 알았지만, 나중에 미라네 가족에게 방을 내어준 것을 보면 그것만이 이유는 아니었다.


종반에 다다를수록 아들과의 깊은 관계에 대한 장영감의 아쉬움과 후회가 담겨 있음이 드러났다. 어릴 적 대주와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지 못한 것이 지금에 이르러 잘못된 일이었음을 깨닫게 된 것이다. 대주 역시 아버지의 마음을 빨래방의 다이어리를 통해 알게 되고, 아들을 귀국시키며 아버지와의 관계를 돈독히 한다.


장영감 외에도 보조 작가의 여름은 메인 작가 경희에게 응원과 용기를 얻기도 하고, 여름은 또 하준이 자신의 꿈을 이어나갈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되어주는 등 이야기 속 인물들은 서로에게 도움을 주기도 받기도 한다. 살아가며 어려운 문제에 봉착하거나 좌절을 경험할 때, 뮤지컬의 넘버에서도 들리듯 속마음을 털어놓는 것이 가장 필수적이다. 여기서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모든 것은 다시 좋은 관계, 서로간의 유대로 귀결된다.


빨래방은 대나무숲으로서 사람들의 답답한 심정을 풀어주는 역할을 하면서, 인물들이 유대를 쌓고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는 장소가 되어주었다. 곧 오염되거나 지저분한 의류를 세탁하는 장소에서 의미가 한층 확장되어 사람들이 안고있는 걱정, 불안을 털어내고 씻어내는 장소가 된 것이다.



 

[전다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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