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0일과 21일 양일간 KBS아레나 일대에서 사운드베리 페스타가 열렸다.

공연장 근처 버스 정류장에 내리니 무더운 여름의 열기를 피해 시원하고 쾌적한 실내 뮤직 페스티벌을 찾은 사람들의 긴 행렬이 보였다. 나도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빠르게 그 행렬에 합류했다.

사운드베리 페스타는 언제나 그랬듯 이번에도 알찬 라인업을 자랑했다. 첫날에는 I.M, 다섯, 마치(MRCH), 씨엔블루, 아일, 오월오일, 원위(ONEWE), 장기하, 죠지, 크리스피, 키드밀리, 태버, 한요한의 무대가 이어졌고 둘째 날에는 FT아일랜드, Hi-Fi Un!corn, 로이킴, 소수빈, 신지훈, 엔플라잉, 정준일, 채무자들, 최유리, 카더가든, 폴킴, 후이, 92914의 무대가 펼쳐졌다.

감미로운 발라드부터 트렌디한 R&B/힙합, 통통 튀는 인디, 신나고 익숙한 밴드 음악까지 수많은 음악 취향을 아우르는 다채로운 라인업이 마음을 사로잡았다. 장르를 가리지 않고 음악을 듣는 나에게는 최적의 구성이었고, 음악 취향이 다른 친구나 가족과 함께 가더라도 충분히 함께 즐길 수 있을 만한 페스티벌이라고 생각했다.

공연은 KBS아레나와 제2체육관 두 곳으로 나뉘어 진행되었다. 두 공간을 오가며 공연을 봐야 한다는 게 처음에는 부담스럽게 느껴졌는데, 실제로는 두 공간이 입구를 서로 마주하고 있을 만큼 가까워서 이동이 어렵지 않았다.

KBS아레나는 플로어 구역 외에도 좌석이 충분히 마련되어 있어 다리가 아프거나 체력이 부족할 때는 객석에서 쉬어갈 수 있었다. 공간의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 데다가 실내 페스티벌의 특성상 음향이 빵빵해서 어느 자리에 앉더라도 공연을 제대로 즐길 수 있었다.

반면 제2체육관은 원래의 용도답게 좌석이 따로 마련되어 있지는 않았다. 기대하고 있던 아티스트들의 무대가 대부분 제2체육관에서 진행되었는데, 앉아서 공연을 볼 수 있는 공간이 따로 없어서 어쩔 수 없이 계속 서서 공연을 봤다.

하지만 공간이 넓다 보니 사람들이 별로 없는 플로어의 뒤편이나 구석에서 자유롭게 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실제로 많은 이들이 공연을 보다가 일부러 뒤쪽으로 이동해 쉬는 모습을 여러 차례 보았다.

다양한 먹거리를 즐길 수 있는 취식존은 공연장 바깥 야외 공간에 마련되었다. 날이 너무 후덥지근한 나머지 뜨거운 열기를 느끼며 음식을 먹을 생각을 하지는 못했지만, 시원한 맥주를 비롯한 다양한 종류의 음식이 준비되어 있었고 취식존 위에 설치된 햇빛 가리개용 천막을 보고 나서는 주최 측의 세심한 배려를 느꼈다.

개인적으로 실내 페스티벌은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공원에 피크닉을 온 듯한 느낌을 불러일으키는 야외 페스티벌과 달리 실내 페스티벌은 마치 아티스트의 단독 콘서트에 온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었다.

암흑 같던 공연장에서 무대에 빛이 들어오고 이윽고 흐르는 아티스트의 목소리가 공간을 가득 채우는 순간이 참 좋았다. 무더운 여름의 피서지를 고민하고 있다면, 다음 해에 열릴 사운드베리 페스타에 꼭 방문해 볼 것을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