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애증의 몽골, 그래도 - 몽골 여행기 ep.1 [여행]

글 입력 2024.07.26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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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여행이 지금처럼 흔치 않았던 십여 년 전, 나는 몽골로 떠난 세 여자의 여행기를 봤다. 그들이 전하는 몽골은 드넓은 초원이 끝없이 이어지는 곳, 밤하늘을 수놓은 수많은 별들을 볼 수 있는 곳이었고, 언제 어디서나 동물들과 교감할 수 있는 곳이었다. 지구 어디에서도 만나볼 수 없는 풍경과 경험들이 가득한 곳. 그게 몽골이라는 나라를 처음 접했을 때의 인상이었다. 나는 ‘언젠가는’ 몽골에 가볼 생각이었던 것 같다. 버킷리스트처럼, 늘 마음속 한편에 담아두고는 누군가 떠나고 싶은 여행지를 묻는다면 나는 몽골이라고 대답하곤 했다.


그리고 올해 7월 초, 나는 언제나 떠나고 싶었던 미지의 땅 몽골로 향했다. 몽골의 가장 남쪽인 고비사막부터, 몽골 중부를 지나, 가장 북쪽인 홉스골로 향하는 15박 16일의 기나긴 일정이었다.

 

 


몽골이 ‘애증’인 이유


 

몽골 여행 8일 차, 아무도 없는 게르에서 나는 그만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머리는 깨질 듯이 아팠고, 오한이 들었으며, 속은 메스꺼웠고, 배가 너무 아파 계속 설사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몸이 아픈 것보다 나를 더 서럽게 했던 것은, 게르 밖을 나서면 드넓은 초원뿐이라는 사실이었다. 그래, 이곳에는 병원도, 약국도 찾을 수가 없다. 냉난방을 비롯한 모든 시설이 매우 미흡한 게르에서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하기도 어렵다. 한국에서 챙겨온 약들을 삼키며 버티는 것 말고는 어쩔 도리가 없었던 나는, 갑작스럽게 밀려오는 막막함에 눈물이 났다.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오직 자연뿐인 이곳에서 몸이 말썽이라니. 이렇게 아픈 몸으로 절반이나 남은 일정을 소화할 수 있을까, 걱정하면서 말이다.


몽골을 다녀온 사람으로서, 이것 하나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몽골 여행이 정말 힘들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몽골 여행하면 으레 떠올리는 화장실, 샤워 등의 문제는 말할 것도 없고, (한국과 비교하여) 숙소 상태나 전반적인 위생도 좋지 않다. 재래식 화장실도 많고, 운 좋게 양변기를 만난다 해도 물이 잘 내려가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샤워실이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은 게르에서는 샤워를 포기해야 하고, 세면대 물이 잘 나오지 않거나 물이 더러울 경우엔 미리 구입한 생수를 바가지에 부어 양치와 세수를 해야 했다. 샤워실이 있는 숙소에서도 찬물밖에 나오지 않아 샤워를 포기해야 했던 적도 있었다. 여행 초기에 나름 새롭고 신선하게 느껴졌던 몽골의 화장실과 샤워실은 여행 후기로 갈수록 피로함을 안겨주었고, 내 마음속에는 수많은 불평, 불만들이 쌓여갔다.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 힘들기도 했다. 몽골의 주식은 양고기다. 몽골 전통음식은 물론이고, 대부분의 로컬식당에서는 양고기 음식을 내놓는다. 워낙 음식을 가리지 않고 잘 먹는 터라, 음식이 입에 맞지 않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여행 내내 나는 양고기 특유의 냄새에 적응할 수 없었다. 로컬 식당에 들어서자마자 은은히 퍼지는 양고기 냄새는 식욕을 잃게 했고, 선택지가 없어 양고기를 먹어야 하는 순간에는 새 모이만큼만 먹고는 음식을 거의 남기곤 했다. 식당 측에도, 가이드님께도 죄송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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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적게는 4시간, 많게는 8시간까지 푸르공을 타고 이동하는 일도 쉽지 않았다. 몽골은 도심, 시내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비포장도로를 달려야 한다. 제대로 된 도로가 없는 자연의 한가운데에 놓여 수많은 양 떼, 소 떼, 낙타 떼들을 볼 수 있었고, 그림 같은 풍경에 입이 쩍 벌어질 때도 있었다. 하지만 울퉁불퉁한 오프로드를 달리는 일, 3~4시간 가까이 꼼짝없이 차에 갇혀 있는 일은 무척이나 고된 일이었다. 이동 일정이 긴 날에는 차를 잠깐 세워 쉬는 시간을 주기도 했는데, 그때마다 꼬박꼬박 스트레칭을 해줬다. 오프로드에 익숙치 않았던 여행 초기에는 멀미할 때도 있어서 멀미약을 챙겨 먹어야 했다.


몽골의 크나큰 일교차와, 냉난방 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숙소는 더위와 추위 모두 맨몸으로 이겨낼 것을 요구한다. 낮에는 한증막 같은 더위에, 저녁과 밤에는 찬 공기와 싸워야 한다. 낮에는 반팔에 쿨토시를 입다가도, 저녁이 되면 기모로 된 옷과 패딩을 꺼내 입고 핫팩을 꺼냈다. 여행 내내 적응할 수 없었던 것 중 하나다.


쌓인 게 나름 많았는지, 몽골 여행에서 힘들었던 점을 열거하니 생각보다 글이 길어졌다. 하지만 몽골에 다녀온 사람으로서 또 하나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몽골이 이 모든 고생스러운 것들을 견뎌낼 가치가 충분한 여행지라는 것이다.


몽골 여행에서 기대하는 것들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나의 로망은 초원과 고요였다. 사람이 미어터지는 좁디좁은 도시를 벗어나서, 끝도 안 보이는 드넓은 초원에 나 홀로 서 있고 싶었다. 그 초원 한가운데에서 마구 내달리고 싶기도 했다. 그리고 몽골 여행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나는 나만의 로망을 실현할 수 있었다. 주위에 아무것도 없는, 몇 개의 게르와 몇몇 사람들이 있긴 하지만 그조차도 콩알만큼 작아 보이는 넓은 초원을 자주 만났다. 여기가 정확히 어디인지, 어떤 이름을 가진 곳인지, 혹은 이름이 있기는 한 것인지 알 수 없는 그 미지의 초원에서 나는 홀로 산책하고, 아주 조금이지만 뛰어보기도 했다. 높은 건물이 없기 때문인지, 하늘이 매우 가깝게 느껴졌다. 아주아주 가까이에 있는 것 같은 그 하늘을 올려다보고, 그 무엇도 없는 고요한 주위를 둘러볼 때 느꼈던 자유로움과 해방감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그때 결심했다. 언젠가 한 번은 이곳을 다시 찾으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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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여행의 또 다른 로망 중 하나는 밤하늘을 수놓은 별빛일 것이다. 안타깝게도 나는 밤하늘의 별을 자주 보진 못했다. 해가 늦게 지는 탓에 별을 보기 위해선 밤늦게까지 기다려야 했는데, 나는 고된 일정에 늘 일찍 잠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름 쌩쌩했던 여행 초기에는 별을 보러 자주 나왔다. 우리가 묵는 게르 앞에 돗자리를 깔고, 여행을 함께 온 사람들과 나란히 누워 별을 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북두칠성 등 별자리를 찾아보기도 했다. 별에 큰 관심이나 로망은 없었던 나였지만, 늘 꿈꿔왔던 이 미지의 땅 어느 곳에 누워서, 수많은 별들을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이 마냥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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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동물들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것도 새로웠다. 푸르공을 타고 이동할 때마다 우리 앞을 막고 있는 양, 소, 말 등의 동물 무리를 눈앞에서 볼 수 있었다. 차와 동물 무리가 함께 뒤엉키는 모습은 그 자체로 낯설고 이국적이었다. 우리가 찾은 몽골의 관광지들은 물론이고 숙소에서도 언제나 수많은 동물들이 있었고, 그들은 늘 정말 가까웠다. 홉스골에서 머물던 게르에서는, 비가 오자 소가 비를 피해 게르 안으로 들어서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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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들에게 가까이 다가가곤 했는데, 대부분은 사람이 다가오면 피하거나 도망쳤지만 몇몇 동물들은 나에게 다가오거나, 신기한 눈빛으로 나를 관찰하기도 했다. 드넓은 초원에서 풀을 뜯고, 무리와 함께 이동하며 보다 자유롭게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은 낯설게 느껴졌다. 소, 말, 양, 야크, 낙타에 이르기까지, 이렇게나 다양하고 수많은 동물들의 모습을 울타리나 철장 등 어떤 경계도 없이 마주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고, 넓은 초원에서 홀로 그들을 관찰할 때면 그 순간이 경이롭게 느껴지기도 했다.


 

[한수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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