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애매함으로 둘러싸인 우주에서의 단 한 번의 순간 -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우연을 넘어 필연이 되기까지
글 입력 2024.07.27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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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이야기가 있소, 한 가지만. 다시는 말하지 않을 거요, 누구에게도. 그리고 당신이 기억해 줬으면 좋겠소. 애매함으로 둘러싸인 이 우주에서, 이런 확실한 감정은 단 한 번만 오는 거요. 몇 번을 다시 살더라도, 다시는 오지 않을 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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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다시 오지 않을 것만 같은 감정을 느껴본 순간이 있을까?

 

나는 미술관에서 잘 만든 작품을 볼 때나, 굉장히 마음에 드는 공연을 관람할 때, 그리고 스스로의 힘으로 무언가 성취해냈을 때의 감정이 정말 기억에 남는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의 주인공, 프란체스카와 로버트는 모두 50년에 가까운 시간을 달려서야 삶에서 다시 오지 않을 것 같은 감정을 느끼게 된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프란체스카의 두 자식을 만나 인터뷰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7년 전 뮤지컬로 이 작품을 처음 접한 뒤 소설을 읽었는데, 공연과는 달랐던 이 부분이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실제로 있었던 일처럼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면서, 로버트 킨케이드와 프란체스카 존슨이 정말 실존하는 사람처럼 느껴졌다는 생각을 했다. 그 이야기를 어머니 프란체스카의 편지를 발견한 자식들의 입을 통해 듣는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했다. 자식들의 입을 통해 이를 듣는다는 점에서, 어쩌면 부정적인 불륜으로 비추어졌을 법한 프란체스카와 로버트의 만남이 프란체스카의 소중한 기억의 일부로 받아들여져 더욱 좋게 느껴졌던 것 같다.

 

이야기는 로즈먼 다리를 찍으러 온, 꿈을 좇아 무척이나 자유롭게 살아가던 로버트와, 젊은 날의 꿈을 가슴에 묻어두고 평범한 주부로 지내던 프란체스카를 중심으로 흘러간다. 두 사람은 너무도 다른 삶을 살아왔지만, 자석이 다른 극에게 끌리듯 서로를 보자마자 강렬한 이끌림을 느낀다.

 

사실, 개인적으로 창작물에서 느껴지는 운명적 만남이나 이끌림에 대해서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생각하여 마냥 긍정적으로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이 책에서는 오히려 그들이 살아온 배경부터, 만난 장소와 계기까지 수많은 우연이 겹쳐 그들의 만남이 이루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이 만났던 시간이 아주 짧았다는 것 또한 이 이야기가 매력적인 이유라고 생각한다. 잠깐의 일탈로도 비추어질 수 있을 만큼 짧은 시간이지만, 그 짧은 만남을 통해 둘은 평생을 살아낼 아름다운 기억을 얻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둘은 서로를 너무나 소중하게 생각했고, 그 소중함 때문에 그리운 서로를 만나지 않고 삶을 마무리 지었다. 때로는 상대방과 닿지 않는 것이, 아무런 연락 없이 멀어지는 것이 상대를 위한 것임을 그들은 너무도 잘 알았던 것이다. 우연으로 시작한 만남이었으나, 되려 필연적으로 서로를 만나기 위해 살아왔던 삶이었던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애매함으로 둘러싸인 이 우주에서, 여러 우연이 겹친 끝에 만난 그들이 서로에 대한 감정을 가슴에 묻어두기까지는 얼마나 긴 시간이 걸렸을까? 어떠한 감정이나 상대를 가슴에 묻어두기 위해 애쓰는 이들에게도, 어떠한 우연을 기대하며 살아가는 이들에게도 큰 위로와 감동을 주는 소설이라는 생각을 끝으로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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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소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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