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페스티벌을 통해 계절을 느껴 - Soundberry Festa 24

사운드베리 페스타
글 입력 2024.07.27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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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음의 방이 많은 사람이다. 최신 유행가보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듣는 것을 즐긴다. 음악에 대한 전문 지식은 얕지만, 난 나 스스로가 어떤 음악을 좋아하는지만큼은 분명히 알고 있다고 자부한다. 나는 나의 음악 취향을 안다. 그리고 나만의 음악 세계를 넓히고 싶다는 욕심에 나름 진심이다. 그 때문에 바쁘더라도 꼭 시간을 내어 음악 디깅을 한다. 이 시간은 언제나 나에게 힐링이며, 잃고 싶지 않은 나의 습관 중 하나이다.

 

새로 찾은 노래들로 가득 채워진 플레이리스트를 볼 땐 벅찰 정도로 행복하며 든든하다. 어디서 무얼 하든 나의 플레이리스트와 함께하고 싶단 생각을 한다.

 

느낌이 좋은 노래 한 곡을 만나면, 무조건 그 아티스트의 프로필에 들어가 본다. 그리고 임의 재생을 통해 그들의 앨범을 찬찬히 훑어본다. 나만의 기준을 통과하면, 그들이 나의 일상 속으로 들어오길 희망한다. 기꺼이 자리를 내어준다. 이런 반김의 순간을 수도 없이 마주한 난, 어쩌면 당연하게도 좋아하는 아티스트분들이 많다.

 

여름 풀 향을 잔뜩 머금은 7월의 어느 날, 양일에 걸쳐 진행된 사운드베리 페스타에 다녀왔다. 나는 페스티벌에 가는 걸 주저하지 않는다. 시간만 허락된다면, 계절마다 최소 1곳 이상의 페스티벌에 흔쾌히 간다. 그곳에선 계절을 여과 없이 느낄 수 있다. 덕분에 모든 계절을 사랑하게 되었다. 여름을 싫어했던 내가, 여름 페스티벌에서 라쿠나의 '언제나 여름'을 들은 후부터 여름을 기다린다. 이처럼 페스티벌은 강력한 힘을 품고 있다. 사랑이란 이름을 하고 있는, 혹은 청춘이란 이름에 포장된 힘을.

 

나는 하루를 완전히 안고 싶어 양일 중 하루만 다녀왔다. 오월오일, 다섯, 원위 등등 평소 응원하는 밴드 분들이 토요일 무대에 이름을 올려서 솔직히 토요일도 탐이 났다. 토요일도 갈껄 그랬나 하는 내심 아쉬운 마음이 있었지만, 아쉬운 만큼 일요일에 더 즐기겠노라 다짐했다. 이번만큼은 만나야 할 사람은 언젠가 꼭 만난다는 말을 맹신해 보고 싶다. 오월오일, 다섯, 윈위 밴드를 다른 페스티벌에서 혹은 단독 공연을 통해 꼭 뵐 수 있길 고대한다.

 

일요일 라인업은 일요일을 행복의 날로 만들어 주기에 충분했다. 고등학생 때부터 플레이리스트를 책임져주시는 로이킴 님과 근 1년간 정말 많이 사랑한 최유리 님, 92914 밴드를 같은 날, 같은 무대에서 볼 수 있는 건 나에게 행운 같은 일이기에.

 

7월 여름 한 가운데 열린 사운드베리 페스타는 다행히도 KBS 아레나, 실내에서 개최되었다. 덕분에, 더위에 지치지 않고 하루를 온전히 즐길 수 있었다.

 

 

 

첫 번째 아티스트, 92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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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혹은 작업을 할 때 방해 되지 않는 선 안에서 음악을 옆에 틀어놓는다. 92914는 집중 시간 때마다 꾸준히 찾는 아티스트 중 한 팀이다.

 

"Okinawa"가 대표곡인 만큼 나 역시도 해당 노래를 통해 92914를 처음 알게 되었다. 편안하고 여유로운 감성의 앨범 아트처럼 "Okinawa"는 평화로운 노래이다. 솨아 솨아.. 잔잔한 파도 소리와 끼룩 끼룩.. 우는 갈매기들. 자연 소리로 가득찬 도입 14초는 우리를 아주 잔잔한 항구 도시로 데려가 준다. 그리고 이어지는 이준기 님의 목소리는 모래 위에 앉아 있는 나의 온몸을 이완시킨다.

 

92914의 노래 중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Moonlight"다. 꿈속을 유영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몽환적이지만 그렇다고 축 처지는 노래가 아닌 "Moonlight". 계속해서 반복되는 리듬과 단순한 노래 가사들에 홀린 듯 따라가게 된다.

 

 

세상에 대한 가치와 고민, 선택과 두려움 그리고 현실과의 갈등.

삶의 무게는 우리 모두에게 주어지지만

각자가 느끼는 것은 서로 다르다.

 

식지 않는 열정과 같은 달빛.

누구에게나 똑같이 비춰지지만

서로의 삶에게 다른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오늘 달빛은 나에게 감사함을 이야기한다.

 

- Moonlight 앨범 소개

 

 

공연장에서 라이브로 들은 92914의 음악은 정말이지 환상적이었다. 라이브가 맞는 건가 의심이 들 정도로, 음원과 똑같은 목소리와 연주들. 그리고 배경 그래픽까지. 92914의 감성으로 공연장을 채웠다. 

 

어떻게 기타로 이렇게까지 아름다운 소리를 낼 수 있는지. 어떻게 자연을 온몸으로 안아보고 싶게끔, 자연의 소리를 이토록 예쁘게 곡 안에 녹여낼 수 있는지. 92914의 음악들은 무척이나 아름답고, 편안하다.

 

 

 

두 번째 아티스트, 최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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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함이 음악의 모습을 한다면, 최유리가 아닐까. 최유리의 음악은 다정하다. 최유리의 가사들은 한 글자도 흘려 듣고 싶지 않다.

 

자극적인 것에 더 많은 관심을 쏟고, 서로를 쉽게 미워해버리고, 자신에게 너무 각박한 기준을 들이밀며 살고 있는 지금 이 시대에 최유리가 있어 다행이다.

 

아마 최유리를 모르더라도 <숲>이란 노래는 한번쯤 들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요가 학원에서 명상 시간만 되면 꼭 흘러나올 정도로 최유리의 <숲>은 편안하다. 위로, 힐링 노래로 잘 알려져 있다. 가장 잘 알려진 노래이기에 사운드베리 페스타 중간에 <숲>을 불러주셨다. <숲>의 앞과 뒤는 페스티벌에서 잘 부르지 않는 노래들과 단독 콘서트 버전의 노래들로 꽉꽉 채워주셨다.

 

모든 앨범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곡이 넘치도록 많은 나는 한 시간 동안 꿈을 꾸는 것만 같았다. 스탠딩에 사람이 많아 앞뒤 양옆으로 꽉꽉 껴 있었음에도, 노래를 듣는 순간만큼은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

 

최유리의 간질간질, 깃털 같은 목소리는 마냥 가볍지만은 않다. 살랑살랑 다가와 묵직하게 내 마음에 와닿는다. 여운이 진하게 남는다. 오래도록 노래 해주셨으면 한다. 같은 시대에 태어나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어 기쁘다.

 

 

 

세 번째 아티스트, 로이킴


 

아주 오랫동안 좋아하고 있는 로이킴. 일정이 맞지 않아 아쉽게도 단독 공연은 아직 한 번도 가보지 못했지만, 페스티벌 덕분에 이번이 벌써 세 번째 만남이다. 매번 느끼지만, 로이킴이 노래를 하는 순간엔 주변 공기가 바뀌는 것 같다. 가장 노래를 잘하는 가수라고 감히 외쳐본다.

 

무대 장악력, 매너, 센스, 유머 모든 걸 갖춘 분답게 사운드베리 페스타의 마지막을 너무나도 완벽하게 장식했다. 더불어 이번 사운드베리 페스타의 무대 그래픽은 아름다웠다. 노래에, 그 순간에 집중할 수 있게끔 도와줬다.

 

작년 여름에 "We go high" 신곡 소식을 들었는데, 벌써 일 년이 지나 풀버전 라이브를 듣다니. 새삼 시간이 빠르다고 느꼈다. 대표곡인 <봄봄봄>, <그때 헤어지면 돼>부터 비긴어게인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콜드플레이의 "Fix you", 이문세의 <소녀> 커버까지 아낌없이 노래해 주셨다.

 

몇 번이나 로이킴의 음악을 들으며 아프고 힘든 시간을 지나왔는지 모르겠다. 매번 묵묵하게 다정한 위로를 건네는 로이킴을 이번 여름에도 만나 행복했다.

 

 

 

 

어디 아픈 덴 없니

많이 힘들었지

난 걱정 안 해도 돼

너만 괜찮으면 돼

가슴이 시릴 때

아무도 없을 땐

늘 여기로 오면 돼

 

- 로이킴 Home 중

 

 

나의 청춘도 남부럽지 않을 만큼 찬란하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끼고 왔다. 평소 정말 아끼는 마음으로 응원하던 아티스트분들과 너무나도 '청춘' 그 자체였던 엔플라잉의 무대를 방방 뛰며 즐길 수 있어 행복했다.

 

벌써 몽글몽글한 추억이 되었다. 찬란했던 7월 사운드베리 페스타 날의 기억을 품은 채로 이번 여름을 무사히 보내야겠다.

 

 

[최서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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