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Have a nice Lazy Day! – 하비에르 카예하 특별전

지루한 하루에 건네는 인사
글 입력 2024.07.27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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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출신 예술가 하비에르 카예하(Javier Calleja)가 예술의전당을 찾아왔다. 이번 특별전은 10점 이상의 신작을 비롯하여 회화, 드로잉, 조각 등의 전반적인 작업을 살펴볼 수 있어 여름철 아이들과 함께하는 가족 단위 나들이로 안성맞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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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에 들어서면 구슬같이 크고 투명한 눈망울이 특징적인 캐릭터들이 우리를 반긴다. 세상에 대한 호기심으로 반짝이는 눈은 바깥을 향하며, 캔버스 밖으로 시선이 향하게 한다. 카예하가 전시 주제로 삼은 ‘No art here’의 문구처럼 작품과 장소를 벗어나 나만의 의미를 찾아보라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의 작품은 그 자체로 아트인 것이 아니라, 관람자가 자기만의 예술을 찾아갈 수 있게 방향을 가리키는 이정표인 것이다.

 

그것은 작품에 사용되는 컬러를 통해서도 느낄 수 있다. 캐릭터를 더욱 천진난만하게 만들어주는 파스텔 톤의 색상들이 눈에 띈다. 현실에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캐릭터들을 통해 우리는 현실의 문제에서 잠시나마 벗어난다. 잃어버린 꿈과 상상의 세상을 불러오는 듯한 묘한 노스탤지어를 느낄 수 있다. 특히 테두리를 명확히 하지 않고 번지는 듯 문질러진 채색은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Have a nice Lazy Day!”

 

그림에 함께 쓰이는 문구들에 주목해 보는 것도 좋겠다. 카예하가 우리에게 솔직하게 외치는 메시지니 말이다. 현실에선 어느 누구도 게으른 하루를 보내라며 인사하는 사람이 없다. 특히나 한국에서는 더욱이. 나태하고 비효율적인 사람은 인생에서 도태되며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한다. 하지만 그는 현실의 규율을 깨고 여유로운 걸음으로 삶을 산책하길 권한다. 내가 진실로 게으르지는 못하더라도, 사회가 정한 선 밖의 사람들에게 눈길을 돌릴 잠깐의 여유는 있다는 것을 알려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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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예하의 인터뷰 내용 역시 인상적이었다. ‘요시모토 나라’라는 일본 작가에게 영감을 받았다는 사실로 운을 띄우며 말했다.

 

“진정한 독창성은 온전히 자신을 작품 속에 투영하는 것”

 

작업 초반에는 작업관이 튼튼하지 않아서 방황하며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다녔다. 그리고 한 갤러리에서 요시모토의 작업을 돕게 되며 많은 것이 변화했다. 자기에게 맞는 옷을 찾으며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뒤에야 뿌리를 둘 곳을 찾을 수 있었다. 타인과 나를 비교하기보다 오롯이 ‘나’를 투영하는 것이 진정한 남다름이라는 것을. 그렇게 그의 ‘단순하지만 쉽지 않다(simple but not easy)’라는 모토가 세워지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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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하지만 세상을 향한 호기심을 드러내는 모습이 사랑스러운 고양이처럼 그의 세계도 그렇다. 질서보단 자유를, 논리보단 모순을 드러내고자 하는 그에겐 어떠한 의도를 설명할 의무가 없다. 단지 의문을 제기하고 이야기를 나눌 장을 열어주는 일로 할 일을 마쳤다.

 

관람자에게도 진지하고 따분한 감상을 듣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저 유연하게 느끼고 자유롭게 즐기길 바랄 뿐. 그 과정에서 무언가 영감을 얻거나, 불필요한 짐을 던져버리는 것 두 행위만 존재할 뿐이다. 권위적인 예술의 논의가 들어설 공간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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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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