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당신] 너에게 나에 대해 물었습니다

글 입력 2024.07.27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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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월 관람한 전시에서 본 알렉스 마졸리의 <루이비통 컬렉션>. 선명한 색감이 눈에 들어오는 작품이다. 사진 직접 촬영.

 

 

 

들어가며


 

이따금씩 내가 머문 족적을 바꿔보고 싶을 때,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을 때. 심지어는 아트인사이트의 에디터를 지원할 때도 자기소개서를 썼다. 물론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었지만, 어딘가 새로움은 없었다.


이야기의 출처를 바꿔보기로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틀에 박힌 표현과 시선에서 벗어나, 나를 깊이 보아온 벗에게 나에 관해 물었다. 당신의 시각에서 나는 어떤 사람인지, 또 당신에게 어떤 사람인지.


그렇게 완성된 사전 질문지는 아래와 같다. 나 스스로가 아닌 주변이에게 인터뷰를 진행한다는 의미를 살리기 위해 '관계'라는 코드를 집어넣었다.


 

<사전 질문지>

 

1. 짧은 자기소개를 부탁드려요! 김서현과 어떤 관계에 있으신가요?

2. 당신이 바라본 '김서현'은 어떤 사람인지 자유롭게 묘사해 주세요. 

3. 처음 김서현을 만났을 때를 떠올려주세요. 그때와 김서현이 가장 달라진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3-1. 반대로, 세월이 지나도 김서현이 변하지 않는다고 느꼈던 지점은 무엇인가요?

4. 김서현을 떠올렸을 때 생각나는 단어 세 가지만 말씀해 주세요. 이유도 함께 부탁드립니다.

5. 김서현과 함께한 추억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6. 김서현에게 고마웠던 순간이 있나요? (없어도 괜찮습니다!)

6-1. 김서현이 당신을 속상하거나, 서운하게 한 적이 있다면? (반성하겠습니다..)

혹은 바라는 점을 말씀해 주셔도 좋습니다.

7. 김서현은 당신에게 어떤 존재인가요?

 

 

 

너를 통해 배우는 나


 

이번 인터뷰에 나의 소중한 친구 A, B와 짝꿍 C가 응해주었다. 진심을 담아 질문에 답변해 준 세 사람에게 깊은 감사를 표한다. 아래는 세 사람과의 일문일답.


- 당신이 바라본 '김서현'은 어떤 사람인지 자유롭게 묘사해 주세요.

 

A : 마음 따뜻한 사람. 같이 있기만 해도 용기가 전해지고 기분이 좋아진다. 사람을 좋아하고, 개인보다 공동체를 생각하는 다정함과 온기가 있다.

 

B : 물복숭아 같은 사람이다. 부드럽고 세심한데, 그 속에 단단한 심지 같은 게 느껴진다. 말랑한 속에 딱딱한 씨가 핵심에 들어차 있는 복숭아처럼.

또 개성 있는 사람이다. 좋아하는 것이 확고하고, 이걸 본인과 잘 어울리는 것으로 만드는 능력이 있다. 옷을 입는 스타일도 그렇고, 서현이가 평소에 문화생활을 많이 하는 편인데 그 속에서 본인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내는 모습이 개성이 넘친다고 생각했다. 

 

C : 밝고 에너지 넘치는 사람. 늘 긍정적이고, 운동/전시 등 이것저것 새롭게 시도해 보려는 에너지가 가득하다. 그리고 가면이 없다. 거짓말을 잘 못하고, 있는 그대로 해야 하는 사람이다. 앞에 있는 물웅덩이를 못 보는 덤벙한 모습도 있다.


- 처음 김서현을 만났을 때를 떠올려주세요. 그때와 김서현이 가장 달라진 점이 있다면?

 

A : 생각해 보니 10년 전의 이즈음이다. 돌이켜보면 서현이는 즉흥적인 돌발행동이 많았다. 자습실에서 방가방가 햄토리를 보기도 하고, 간식 꾸러미를 잔뜩 사 들고 오기도 했다. 안경을 끼던 서현이가 처음 렌즈 착용을 시도할 때 옆에서 도와줬는데, 지금은 렌즈를 혼자서도 잘 뺀다(웃음).

 

B : 서현이를 뮤지컬 동아리에서 처음 만났는데, 꽤 수줍어했다. 우리 둘 다 동아리 신입이어서 노래를 시켰는데, Rolling in the deep을 잘 불러서 수줍지만 동시에 당차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도 단단한 복숭아씨의 연장선 같다(웃음). 그런데 지금은 그때보다 더 단단해졌다. 

 

C : 예의가 바르고, 긍정적인 사람일 것 같다는 게 내가 느낀 첫인상이었다. 달라진 점은 없다. 처음 보았던 때의 인상 그대로다.


- 반대로, 세월이 지나도 김서현이 변하지 않는다고 느꼈던 지점은 무엇인가요?

 

A : 여전히 고민이 많은 친구다. 고등학교 때도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10년 후의 우리가 무엇을 하고 있을 것 같냐는 질문에 디즈니랜드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 같다는 답변이 기억에 남는다. 또 내 걱정을 자신의 일처럼 함께 걱정해 준다는 점도 변하지 않았다.

 

B : 말을 할 때 배려해 주는 점. 최근에 고민 상담을 했는데, 자신의 의견만 말하는 게 아니라 이러이러한 점에서 다른 친구의 의견도 들어보면 좋겠다는 말에서 생각이 깊다고 느꼈다. 

 

C : 대부분 변하지 않았는데, 그중에서도 앞으로 가장 없어지지 않을 것 같은 부분은 긍정적인 에너지다.


- 김서현을 떠올렸을 때 생각나는 단어 세 가지만 말씀해 주세요. 

 

A : 우산, 떡볶이, 블루. 

B : 귀여운 단발, 문화생활, 맛집 레이더.

C : 햇빛, 불도저, 웃는 기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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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7월 일본 모리미술관에서 열린 전시 에 조성된 작품. 공간 빼곡히 도자기가 담겨있는 모습이 기억의 보물창고 같은 인상을 준다. 사진 직접 촬영.

 

 

- 김서현과 함께한 추억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A : 작년에 함께 유럽 여행을 다녀온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우리가 머문 모든 여행지에서 추억이 가득 쌓였다. (이후 15분 동안 유럽여행 추억 이야기)

B : 호캉스하면서 우정책도 채워보고, 별거 아닌 소재의 이야기만으로도 즐거워하는 우리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C : 함께 산책을 자주 한다. 우리 둘 다 산책을 좋아하는데, 사실 따져보면 특별할 것 없는 일상임에도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서 소소한 것에서도 행복을 찾을 줄 아는 사람이구나를 느꼈다. 


- 김서현에게 고마웠던 순간이 있나요?

 

A : 함께 추억을 쌓을 수 있던 매 순간. 여행 같이 큰 이벤트도, 이렇게 소소하게 만나 밥 먹고, 영화 보고…서현이와 함께했던 모든 순간이 고맙다.

B : 가장 최근 기억이 고민 상담이어서 이 사례가 계속 생각난다(웃음). 내 고민과 관련해 진솔하게 조언해 주어 고마웠다. 사안을 솔직하게 파고들다 보면 아플 수도 있는데도, 배려가 담겨 아프지 않았다. 서현이와 대화를 하다 보면 다른 시각을 제시해 준다고 느낄 때가 많다. ‘아, 이렇게 접근해 볼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C : 배려가 고맙다. 나는 다소 내향적인데, 서현이는 좀 더 활동적이니까. 콘서트 같은 곳들을 더 많이 가고 싶을 수도 있을 텐데, 평소 데이트를 할 때 그런 다름을 수용해 주는 모습에서 고마움을 느꼈다. 


- 김서현이 당신을 속상하거나, 서운하게 한 적이 있다면? 혹은 바라는 점을 말씀해 주셔도 좋습니다.

 

A : 아프지 말고, 요가도 꾸준히 잘 해줬으면 좋겠다. (친구는 요가를 꾸준히 해왔고, 나는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다.)  

B : 거리가 멀어서 더 자주 보지 못하는 점이 아쉽다. 더 많이 볼 수 있었으면. 

C : 바라는 점은 없다. 있는 그대로 그냥 너답게 있어 주면 된다.


- 김서현은 당신에게 어떤 존재인가요?

 

A : 나에게 미소 같은 존재다. 힘든 순간에도 미소가 있으면 힘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B : 행복한 순간을 함께할 때는 두 배로 즐겁고, 슬프고 힘든 순간을 함께하면 두 배로 위로가 되는 친구. 인생의 순간순간마다 서현이가 있어서 나이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C : 나에게 소중한 사람. 같이 있으면 좋으니까. 태양 같아서 항상 주변 사람을 밝게 해준다. 내 어두운 부분에 색깔을 더해주는, 알록달록한 물감 같은 사람이다.

 

 

 

나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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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장 사랑하는 영화, <라따뚜이>의 레미 인형. 맛난 식사를 마친 뒤 담요를 돌려드리다 발견했다. 사진 직접 촬영.

 

 

하루에 몇 번이고 생각이 휘몰아친 경험이 많다. 생각이 많아서 고민도 많고, 걱정도 스멀스멀 뒤따르는 매커니즘이다. 카카오톡 내게 쓰기에 간단히 내용물을 적어놓고 일과가 끝난 밤을 기약하는데, 휘발된 채 다음날을 맞이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그만큼 하지 않아도 될 고민도 많았다는 의미다.


하지만 동시에 공평하게도 좋은 회복탄력성을 지녔다. 걱정하다가도 금세 툭툭 털어낸다. 심란한 감정이 피어나다가도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어느새 감탄만 남는다. 타고난 기질의 영향도 있겠지만, 이렇게 침체를 금방금방 잘 극복할 수 있게 된 데에는 명확한 출처가 있다. 각자의 방식으로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따스한 시선으로 바라봐주는 주변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긍정적인 사고가 자리잡을 수 있도록, 행복한 기억을 잔뜩 만들어준 덕분이다.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나의 면모들도 접하고, 시간에 묻혀 잊고 있던 추억들도 생생히 되살렸다. 나는 내 생각보다 더욱 밝은 색채의 사람이었다. 이 글을 보는 여러분도 가끔은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과 나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면 좋겠다. 그 순간 또한 서로에게 또 다른 선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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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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