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서로를 발견하는 사랑 -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어쩌면 사랑은 서로를 계속 새롭게 보아주고 발견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글 입력 2024.07.27 14:14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20240702210634_qzsmvmcx.jpg

 

 

이야기는 작가가 어느 남매의 연락을 받고 그들과 만나는 것으로 시작한다. 남매는 어머니가 겪은 사랑의 이야기를 써달라고 작가에게 부탁한다. 도대체 어떤 사랑이었기에, 아버지가 아닌 사람과 사랑에 빠졌던 어머니의 이야기를 선뜻 기록으로 남겨달라고 하는 것일까? 이런 의문을 품고 이야기를 읽기 시작했고, 이내 서로에게 낯선 이였던 두 사람이 빠져드는 과정을 덩달아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지켜보았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속 장면들은 사랑에 빠지는 순간, 또는 그 과정을 상세하게 적어 내려간다면 이것이 가장 적확한 방식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섬세하다. 마음속에 피어오른 찰나의 생각, 순간의 시선조차 놓치지 않으려는 듯이 모든 과정을 파고들어 간다.

 

독자들은 때로는 로버트가 바라보는 프란체스카를, 때로는 프란체스카가 바라보는 로버트를 함께 바라본다. 자세히 바라보았을 때만 보이는 사소한 지점들, 이를테면 머리칼의 흔들림이나 무더운 날씨로 인해 맺힌 땀방울, 부츠를 벗는 모습까지 독자가 목격하는 사랑의 과정에 포함된다.

 

 

 

강렬한 사랑을 원하던 프란체스카


 

이탈리아에서 태어나고 자란 프란체스카는 남편 리처드를 따라 아이오와로 이주하여 가정을 꾸리고 살아간다. 하지만 섬세하며 예술적인 것을 향한 열망을 품은 프란체스카에게 농가에서의 일상은 정신적으로 아주 중요한 부분을 충족시켜 주지 못한다. 남편 로버트와의 관계도 마찬가지로, 서로를 사랑하는 연인이라기보다는 동업자로서 함께 살아가는 의미가 더 크다.

 

이런 결핍을 가진 프란체스카는 자신과 비슷한 면을 가진 로버트를 만나면서 마음이 뒤흔들린다. 그리고 자신에게 이런 사람이 다시 나타나지 않을 것이란 걸 직감하고 자신의 마음에 충실한 선택을 한다. 로버트에게 길 안내를 직접 해주겠다고 하고, 그를 저녁 식사에 초대하며 마음속에 품은 열망을 피워내려고 적극적으로 다가선다.

 

 

 

고독한 사진작가 로버트, 그리고 고독한 프란체스카


 

바삐 사진 촬영을 하며 끊임없이 떠돌아다니는 삶을 사는 사진가 로버트. 그 역시 지적이며 흐른 세월에 따라 깊이를 간직한 프란체스카에게 첫눈에 끌림을 느낀다. 많은 여성과 만났었지만, 상대방을 덩달아 고독하게 만들었던 로버트의 기질은 그를 더욱 외롭게 만들었다.

 

로버트는 사진 촬영을 위해 들른 아이오와에서 우연히 프란체스카를 만나고 역시나 인생의 사랑이 찾아올 수도 있다는 직감을 느낀다. 무엇이 먼저라고 말하기는 어렵겠지만, 시인 예이츠를 향한 애정을 시작으로 두 사람은 서로를 알아본다.

 

일찍이 어린 시절부터 독특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한 로버트에 관해 그의 어머니가 선생님에게 한 말이 있다.

 

[“로버트는 자기가 만든 세계 속에서 살고 있어요. 내 아들인 것이 분명한데도 이따금씩은 그 애가 남편과 나 사이에서 나온 것이 아닌 것 같아요. 그 애가 돌아가려고 애쓰는 다른 세상에서 이 세상으로 유배된 아이 같다는 기분이 들 때가 있어요.”]

 

이 말은 로버트에게만 해당하지 않고 아이오와의 농가에서 살아가는 프란체스카에게도 해당하는 말이다. 어쩌면 로버트와 프란체스카는 돌아가고 싶은 세계가 있는, 그곳으로부터 떨어진 곳에서 외로워하는 이방인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두 사람의 사랑은 서로에게 돌아가고 싶은 세계가 되어준다.

 

 

 

서로를 발견하는 사랑


 

짧다면 짧은 사흘이라는 시간 속에 이토록 깊게 서로를 마주 보는 두 사람이 있다. 시간은 상대적이라는 걸 증명하는 것처럼. 내가 원하는 시선으로 나를 보아주지 않는 사람들 속에서 외롭던 두 사람은 자신과 비슷한 물질로 만들어진 상대방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토록 찾아 헤매던 시선으로 서로를 본다.

 

어쩌면 사랑은 서로를 계속 새롭게 보아주고 발견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모든 형태의 신뢰가 산산조각이 나고, 사랑이 편리성의 문제가 되어버린 이 세상에서(11p)’ 프란체스카와 로버트의 사랑 이야기가 기록으로 남겨져야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트인사이트_에디터_안소정.jpg

 

 

[안소정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9.1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