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꿈같은 사랑의 흔적을 찾아서 -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도서]

현실과 타협하는 사랑의 방식은
글 입력 2024.07.2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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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로버트 제임스 월러가 1990년에 발표한 작품으로 전 세계 40여 개국에 번역되고 5천만 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다. 국내에서도 출간 직후 100만 부가 판매된 명작으로 잘 알려져 있다. 로맨스를 다룬 작품 중 단연 ‘운명적인 사랑을 다룬 고전’으로 꼽힐 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찬사를 받는다.

 

그러나 나는 책을 처음 접했을 때 당황한 얼굴을 감추지 못했다. 로맨스를 다루는 대부분의 작품처럼 젊은 청춘 남녀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기보다 중년층의 사랑을 다룬다는 점. 그리고 엄연히 불륜이라는 전제가 깔린 사랑이라는 점에서 다소 멈칫했다. 그런데도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출간 이후 연이은 호평을 받아오며 전 세계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이 소설에 열광하는가? 내 궁금증은 이 지점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소설은 화자가 마이클과 캐롤린이라는 남매로부터 24년간 숨겨져 있던 이야기를 듣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들은 이 이야기를 소설로써 세상에 공개하거나, 아예 발설하지 않기를 원한다. 이들은 프란체스카의 자녀들로, 모친이 작고하자 유품을 정리하던 중 비밀스러웠던 진실을 파헤치게 된다. 아빠가 아닌 다른 남자를 열정적으로 사랑했던 엄마의 기록을 발견하고 적지 않은 충격을 받지만, 그들은 결국 이 이야기를 세상에 내놓기로 결심한다.


프란체스카와 로버트의 사랑은 순수하고 고결한 로맨스라기엔 비도덕적이다. 그러나 일반적인 불륜으로 간주하기에는 사랑을 대하는 자세에서 깊은 무게감이 느껴진다. 사랑이라는 이상보다 눈앞의 책임감이라는 현실을 우선시했기 때문에 독자는 직접적으로 제시되는 윤리적인 문제에 앞서 두 남녀의 정열적인 사랑과 에로티시즘을 먼저 느끼게 된다. 한 마디로 그들의 사랑은 모든 조건에서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을 최소화한다.


프란체스카는 가족이 집을 떠나 있는 일주일 동안 로버트와 사랑을 시작하고, 지속하며, 끝맺는다. 그녀는 부엌에서 촛불을 켜놓고 춤을 추던 여성으로 머물던 것도 잠시, 다시 시골 농부의 아내 역할로 돌아온다. 자신의 이상이자 꿈은 저 뒤편으로 미뤄놓은 채 그녀를 기다리는 현실 곁으로 돌아온다.


그들에게 온전히 사랑할 수 있었던 경우의 수가 아예 전무했던 것은 아니다. 이 애처로운 연인에게 하루의 시간이 남았을 무렵, 로버트는 프란체스카에게 함께할 것을 제안한다. 그러나 이미 가정에 속해있고 터전이 존재했던 그녀는 정중하게 거절한다. 이 결정은 온전한 자기 자신에게서 기인했다기보다는 '누군가의~' 라는 조건이 붙어 완성되었다. 누군가의 아내이자, 누군가의 엄마이자, 누군가의 이웃일 그녀는 자신의 도피로 불어올 혼란의 바람을 견디지 못한다. 그 바람이 그녀 자신만은 지나쳐 갈 것을 알지만, 그렇기에 그녀의 주변에 피해가 다가오는 것을 견딜 수 없어 한다.


로버트의 경우에는 어떤가. 그는 생업으로 사진 촬영을 하며 세계 곳곳으로 잡지에 실릴 사진을 만든다. 어느 곳에도 정착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방랑해 온 그는 우연히 프란체스카를 만난다. 가정이 있는 그녀에게 다가가지 않으려고 노력해 보지만 결국 운명의 이끌림을 받아들인다. 사랑의 절정에서 그는 그녀와 함께 삶을 꾸려나가는 안정되고도 비현실적인 꿈을 잠시나마 꾸게 된다. 그러나 프란체스카가 반대의 뜻을 보이자, 다시는 설득해 오지 않는다. 로버트는 그녀의 결정을 최우선으로 존중하고자 한다. 그녀의 사진과 원고가 담긴 한 건의 소포 외에는 삶에 침범하지 않고 영원히 거리를 유지한다.


서로를 사랑하되, 현재 처한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것은 나흘 간의 사랑과 22년간의 이별이라는 조건으로 그들에게 사랑을 나눌 자격을 부여한다. 긴 단잠을 잔 것과 같은 이 꿈의 만남은 두 사람이 작고한 이후를 제외하면 현실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그들은 불현듯 일어난 운명적인 만남에서 진심을 내보였고, 그렇기에 독자들은 그들을 질타하기보다 연민하게 된다. 감정의 충돌 사고는 예기할 수 없게 생긴다는 것을 모두 은연중에 인식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왜 프란체스카의 자녀들이 충격과 울음과 슬픔에 잠겨있으면서도 이야기를 소설로 출판하고자 했는지 알 것만 같다. 부모와 자식의 혈연관계에서 벗어나 하나의 인간으로 이 이야기를 바라보았을 때 그들의 사랑은 비극적이기만 하다. 그들은 이생에서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사랑을 향해 돌진했다. 세상에 존재했던 흔적이 사라져가는 두 사람의 정열적인 사랑을 그렇게 해서라도 기록하고 싶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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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유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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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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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운양파아몬드
    • 오늘도 잘 봤습니다. 제목이 낯이 익더라니.. 몇 년 전 뮤지컬로 만났던 작품이네요. 유진님 글을 보니 소설로도 만나보고 싶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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