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한 시절은 음악으로 기억된다 [음악]

서른의 자리에서 되돌아보는 그 시절 음악
글 입력 2024.07.27 19:50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요즘 나의 최대고민은 ‘무엇을 해야 인생이 재미있을까’이다. 내가 가장 좋아했던 취미생활은 책 읽기였다. 도서관에 가서 신간이나 에세이코너에서 책을 읽고 새로운 정보나 깨달음을 알아가는 것이 큰 재미였다.


그러나 2년 전부터 책 읽는 시간이 부쩍 줄어들었다. 사람과 일에 지쳐 집에 들어와 저녁을 먹고 나면 피곤이 심각하게 몰려온다. 활자를 읽고 싶다는 마음보다는 나를 웃겨줄 수 있는 재밌는 영상 콘텐츠가 끌렸다. 아무 생각 없이 깔깔거리며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는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릴스가 그렇게 재밌고 힐링이 되었다.


책을 읽지 않은 순간부터 삶이 멈춰있다고 느껴졌다. 더 이상 채워지지 않고 깨우치지 못하는 삶에 재미가 없어졌다. 반복되는 일상과 무감각해지는 하루를 살다 보면 하루를 보내는 것이 아니라 버티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가 많다. 재미와 의미가 없는 무기력한 삶은 얼마나 고통스러운가. 때로는 무감각해진 나 자신을 볼 때 어른이 되었다는 것이 느껴져 서글퍼질 때가 있다.


 


우리는 언제 어른이 되는가



 

 

어느 퇴근길, 우연히 라디오에서 칵테일 사랑이라는 노래가 흘러나왔다. ‘경서’가 어쿠스틱 한 감성으로 리메이크한 곡이었다.


가수는 달라도 기억 속의 노래는 여전했다. 서영은의 칵테일 사랑을 듣고 자랐던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이 노래를 들으며 오는 퇴근길의 느낌은 달랐다. 추억과 함께하는 기분은 새로운 감흥을 느끼게 만들었다. 이제는 새로운 경험보다 추억을 되돌아볼 때 오는 자극이 더 크게 느껴지는 듯했다.


나는 설렘의 총량이 정해져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새로운 것에 더 이상 감흥을 느끼지 못하고 이전의 추억에서 행복과 위로를 얻을 때, 내가 어른이 되었다고 느꼈다. 설렘을 느낄 수 있는 시기는 정해져 있고, 그 시간이 끝나면 시절을 회상하며 살아가는 것이 어른의 숙명이 아닐까.


그렇다면 어른이 되어버린 사람은 항상 과거의 추억에서만 행복을 느껴야 하는가. 설렘의 총량은 정해져 있으나 살아가는 동안 설렘을 담는 그릇은 무수히 생겨난다. 학창 시절, 20대 시절, 연애 시절, 엄마였던 시절, 하루하루 채우는 감정들이 한 시절의 페이지를 구성한다. 그리고 그 페이지에는 언제나 배경음악이 함께 한다.

 

 

 

음악과 함께 하는 순간은 잊히지 않는다.


 

 

2.jpg

 

 

저번 주 주말, 광안리에 놀러 갔다. 매주 주말 8시면 드론쇼가 펼쳐지는데, 우연히 집에 돌아가는 길에 처음 보게 되었다. 뜨거운 여름공기 속 바글바글한 인파, 어두운 밤하늘 위로 반짝이는 광안대교, 그리고 활기찬 팝송이 나오며 시작되던 드론쇼.

 

Best Is Yet To Come 노래가 울리며 드론의 불빛이 올라오던 여름 밤하늘을 잊을 수가 없다. 그냥 길거리를 지나가다 나온 노래였다면 이렇게 벅차오르지 않았을 것이다. 눈앞에서 펼쳐지는 장면, 계절의 공기, 함께 하는 사람들, 음악은 평범한 순간을 아름다운 장면으로 기억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오늘이 내일의 추억이 되도록



4.jpg

 

 

mp3에 있는 노래는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설령 기기가 사라지고 음원을 삭제했을지언정 우리를 충만하게 만들었던 그때의 음악들은 우리의 시절을 보관하고 있다. 10년 후 다시 그 음악을 들었을 때, 이어폰을 꽂고 들었던 그때의 순간은 생생히 떠오른다.

 

하루를 그저 흘려보내기보다는 오늘도 소중한 한 시절로 기억될 수 있는 음악 하나쯤 저녁의 끝자락에 만나보는 것은 어떨까. 오늘의 감정을 기억할 음악이 많으면 분명 그 삶은 의미 있는 한 시절을 만들 것이다.

 

음악과 함께 라면 오늘의 기억은 사라지더라도, 감정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렇게 모인 추억을 지지대 삼아 위로받고 견뎌내며 살아가는 것이다. 그러니 오늘 또한 그리운 한 시절로 기억될 수 있도록 음악으로 붙잡아 두는 일을 부지런히 해나가기를.


 


김세아.jpg

 

[김세아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9.16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