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11년 만에 만난 그대들에게 - 사운드베리 페스타 Soundberry Festa' 24

글 입력 2024.07.27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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붙임2. Soundberry Festa_ 24_공식포스터.jpg

 

 

푹푹 찌는 더위에 이따금씩 쏟아지는 비를 피해 여름을 즐기는 최고의 방법. 바로 실내 페스티벌이 아닐까.

 

7월 20일 토요일, 실내형 프리미엄 뮤직 페스티벌 ‘사운드베리 페스타 24’에 다녀왔다. 2015년 국내 최초로 실내 뮤직 페스티벌을 론칭한 사운드베리 페스타. 기상 악화라는, 통제 불가능한 요소를 파격적으로 제거해버린 페스티벌계의 선구자다.

 

지난봄 야외 페스티벌에서 갑자기 비가 쏟아지는 경험을 했던지라 장마철에 무려 비 걱정 없이 페스티벌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은 천국과 다름없다고 느꼈다. 야외 행사는 자칫하면 공연 중단까지 벌어지곤 하는데, 사운드베리 페스타는 악천후의 모든 위험을 피해가는 환경을 가장 먼저 갖췄다.

 

페스티벌에 향하는 목적은 각양각색이다. 일상에서 지친 마음을 달래기 위해. 다양한 아티스트와 노래를 찾기 위해. 친구, 연인, 가족과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고자. 또는 특정 아티스트와 만나고자. 나는 가장 후자의 케이스다. 거두절미하고 페스티벌을 가게 된 가장 중대한 이유다.

  

강산이 변하는 시간이 지났다. 그리움을 감각하기에는 이미 너무나 많은 산과 강들을 건너왔다. 학령기에서 청소년기로, 성인기로 무려 인간발달 단계를 세 단계나 거쳐 여기까지 왔다. 자아와 타인과 사회에 대한 개념이 무르익기도 전이었다. 어린 시절을 푸른빛 행복으로 가득 차게 해준 그들을 이제서야 다시 만난다니, 감회가 새롭다는 표현만으로는 성에 안 찬다.

  

단독 콘서트에 다녀온 지는 벌써 11년이 흘렀다. 2011년, 2012년, 그리고 2013년까지 3년 연속 토요일과 일요일 양일 콘서트를 다녀왔다. 몰아치는 그들의 음악을 사랑했고, 아꼈고, 그리워했고, 매일 목말라했다. 행복하다는 말로는 부족한 날들이었다. 그때 씨엔블루가 없던 내 일상은 없었다.

 

실로 까마득한 11년. 먼 옛날의 나와, 지금 여기의 나. 지난 4000일의 시간을 엉성하게 이어준 매일의 변곡점을 지나왔다. 하루를 시작하고 끝내는 그 모든 일과에 그들이 반짝였던 과거가 어색해진 때조차도 너무나 멀다. 새롭게 닥치는 과업을 헤쳐가느라. 현실의 벽을 오르고 넘는 게 숨이 차서. 어느 순간 기억의 우물에서 희미해질 때쯤, 아트인사이트 문화 초대 알람이 가장 완벽한 때에 날 일깨워줬다.

 

갈까, 말까, 고민만 2주를 거듭하다 결국 결정했다. 가장 행복했던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는 고속 열차를 탄다는 기분으로, KBS 아레나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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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티벌은 다행히 손목 밴드만 받으면 언제든 입퇴장이 가능했다. 입장 전에는 야외 푸드코너에서 소떡소떡과 맥주를 즐겼다. 비가 추적추적 오는 습하고 더운 여름날 맥주와 소떡소떡은 그야말로 꿀맛 조합이었다. 왠지 이 세트로 배를 채우면 공연 끝날 때까지 힘을 비축할 수 있을 거라 자신하며.

 

공연장을 들어서니 넓은 스탠딩 공간과 무대 기준 양쪽, 정면 좌석의 공간감이 굉장했다. 스탠딩석도 모두 적당한 간격으로 여유롭게 페스티벌을 즐기는 분위기였다.

 

8시가 되면 내 에너지가 어디까지 발산될지 모른다. 처음부터 스탠딩에 가서 서 있기에는 나중에 후회할 지도. 2층 좌석으로 올라가 상황을 파악하며 스탠딩으로 나아갈 타이밍을 찾기로 한다. 우선 직전 순서의 아티스트 공연에서는 좌석에 앉았다. 바로 장기하의 순서였다.

 

예전부터 장기하의 음악은 한국에서 단연 독보적이라 생각했다. 그런 의미에서 그의 노래 <부럽지가 않어>를 바탕으로 에세이 '자랑하고 싶은 거 있으면 얼마든지 해'를 쓰기도 했다. 언어유희가 돋보이는 가사, 예측할 수 없는 다음 멜로디와 비트, 아무나 따라 할 수 없는 장기하의 랩과 박자감. 작금의 세태를 날카롭게 풍자하듯 위트 있는 가사들이 참 멋지다. 이런 방식으로 장기하만의 음악 세계를 만들어온 것이 매번 감명 깊었다.

 

10년 전 우연히 장기하 공연을 본 적이 있었다. 아마 불꽃놀이였나,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다른 축제에 참가하다 우연히 장기하 밴드가 공개 페스티벌에 참여한 때에 무대 앞으로 갔던 것 같다. 관객을 사로잡는 퍼포먼스와 노련함이 너무 인상적이었다. 그때 불렀던 노래들 몇 곡도 이번 페스티벌에서 불렀는데, 예를 들어 지금의 장기하를 만든 희대의 명곡들이다. <풍문으로 들었소>, <우리 지금 만나>, <별일 없이 산다>,<싸구려 커피>, <달이 차오른다, 가자> 등이다.

 

장기하의 곡은 우리네 인생과 사람, 사랑을 담은 곡들이다. 시거나 매콤 달콤한 자극적인 맛이기보다 어린 시절 손바닥으로 왕 하고 입에 넣었던 강냉이를 먹는 맛이랄까. 고소하면서 삼삼하고 그런데 또 중독적으로 계속 손이 가는 그런 맛.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숍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역사와 전통이 짙은 다방에서 차를 한잔 시켜 음미하는 느낌. 그래서 노래를 따라 부르는데 그저 위로받는 느낌이 들었다.

  

뜻밖의 행운은 <무한도전> 시절에 종종 봤던 양평이형(기타리스트,하세가와 요헤이)를 이번 무대에서 봤던 것이다. 장기하가 밴드 멤버 한 명 한 명씩 조명하며 이름을 외치고, 솔로 파트가 이어졌는데 중간 순서에서 그가 "양평이 형!"이라 외치자 그에 대한 기억이 불쑥 솟았다. 아, 그때 그 장기하와 얼굴들에서 잔잔하고 확실한 웃음을 줬던, (내가 왜 웃었는지는 몰랐지만) 사람 좋은 형이었던 그 양평이 형이 저분이구나 싶었다. 무한도전이 만든 유니버스는 어디를 가도 우리의 기억 속에 남아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뜨거웠던 장기하의 무대를 신나게 즐겼다.

 

이제 드디어 마지막 순서만 남았다. 오랜만에 보는 그들은 어떤 모습일지,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공연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질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두근대는 마음을 잠재우며 목이 빠지기 직전까지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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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첫 곡. 데뷔곡이자 전 국민이 다 아는 히트송 '외톨이야'로 씨엔블루 무대가 시작됐다.

 

눈앞에 있다니 믿기지 않았다. 언어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뜨겁게 몰아쳤다. 언제 들어도 자동반사적으로 반응하는 노래에 대한 기억, 온갖 뒤섞인 감정이 얽혀서 눈물로 뚝뚝 흘러내렸다. 시간이 이렇게 흘러 다시 만났다는 벅찬 감정이 쏟아졌다.

 

반갑다는 감정만으로는 납작하다. 지난 4000여 일의 시간 동안 지나간 수많은 페이지의 무게를 느꼈다. 그 삶의 두께와 무게를 떠올리며 참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끝에서 다시 만날 수 있어서. 얼굴을 적시는 눈물이 신기할 만큼 계속 흐르고 흘렀다. 마주 보고 있다는 사실에 안도했고, 감격했다. 외톨이야 이후 직감과 LOVE를 부르는데도 아직 끝나지 않은 딸꾹질처럼 눈물은 계속 마중을 나왔다. 가사를 따라 부르는 건지 목 놓아 울고 있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어쩜 세월이 지나도 여전히 잘할까. 아니, 그때보다 더 잘할까. 11년 전부터 팬으로서 단언컨대 점점 더 무대를 장악하는 신의 경지에 오른다고 자신할 수 있다. 씨엔블루의 무대 장악력은 직접 경험해 봐야 안다. 15년간의 경험과 실력이 그야말로 빛이 번쩍번쩍 났다. 예전에도 2시간 반 무대를 폭파할 정도로 엄청난 에너지가 있었지만 지금은 무한하게 솟아 흐르는 또 다른 경지의 자신감과 힘이 느껴졌다. 자랑스러웠다.

  

1인칭 시점에서 오랜만에 본 '팬'으로서의 나도 놀라웠다. 오래 안 써서 잊고 있었던 잠자던 괴력이 고개를 들었다. "뛰어!!!"라고 할 때 진짜 진심을 다해 뛰는 사람은 주변에 나밖에 없어서 스탠딩 앞쪽에서 공연을 보다가 급기야 뒤로 자진 이동하기까지 했으니. 그만큼 깜박 망각했던 점프 세포가 11년 만에 다시 제 뛸 곳을 찾았다. 미치도록 뛰고 또 뛰었다. 중간에 너무 뛰어서 배가 아파 멈추기도 했다.

  

뛰라고 할 때 올림픽 출전하듯이 뛰고, 소리 지르라고 할 때 득음하듯이 목을 열었다. 목에서 이런 소리도 나오다니 셀프 신체 자가점검을 하는 기분까지 들었다. 앞사람이 놀라서 뒤를 돌아보게 만들었으니 뒤늦게 부끄럽고 죄송스러운 마음까지 들었다. 생각보다 이들이 많이 그리웠다는 걸 실감했다. 그동안 애써 숨겨온 마음이 방출된 시간이랄까.

 

이날 페스티벌에서는 내게 참으로 반가운 곡들이 쏟아져 나왔다. '외톨이야', '직감', 'LOVE', 'I'm Sorry', 'Hey You' 등 각 앨범의 타이틀곡뿐만 아니라 일본에서 발매된 첫 번째 메이저 싱글이었던 'In my head'까지 나왔다. 한 곡도 빠짐없이 100번을 넘게 들었던 명곡들이다. 'Coffee shop'은 2013년 앨범 수록곡으로, 특히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사랑하는 정용화가 커피숍에 가서 다양한 사람들을 관찰하고 쓴 곡이라 자작곡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아는 나로서는 더 반가웠다. 와 이 곡까지 나온다니!

 

이번 페스티벌에서 씨엔블루를 처음 본다는 관객들이 예상보다 많았다. 팬으로서는 아쉬운 마음이 안 들었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오히려 이런 계기로 씨엔블루와 더 오래 함께할 수 있겠다는 예감이 들었다. 아직 씨엔블루의 매력을 모르는 사람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열심히 정진하면서 과거, 현재, 미래를 여러분들과 함께 하겠다"라는 씨엔블루의 다짐이 그날따라 더 진심으로 와닿았다. 감사했다. 2010년 당시 데뷔했던 수많은 가수 중에서 아직까지, 그리고 미래까지 더 멀리 바라보며 현역으로 활동하는 그룹은 드물다. 팬으로서, 진심으로 씨엔블루에게 고마웠다.

  

매일 보는 사이는 아니더라도 1년, 5년, 10년, 20년 그 이후까지 더 오래오래 볼 수 있는 사이가 되길. 그런 의미에서 공식 마지막 곡 <과거 현재 미래>의 감동이 더욱 진했다. 과거를 함께한 추억이 있고, 감사한 현재를 나누고 있으니, 미래에도 또 마주할 수 있기를.

 

사운드베리 페스타 덕분에 잊고 있던 행복의 점들을 더 먼 미래까지 이을 수 있게 되었다.

 

 

[신지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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