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삶이 이뤄낸 마법 같은 사랑 - 도서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평생을 바꾼 나흘의 기적
글 입력 2024.07.27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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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가다 살면서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감정을 가슴 저리도록 느끼게 만드는 작품을 만난다. 여태껏 전혀 경험하지 못했고, 앞으로 경험할 수 있을지 없을지도 확실치 않은 신비한 감정이 눈앞에 생생하게 재생되는 경험을 한다. 나흘간의 사랑이 평생을 바꿔놓는 일은 그려본 적도 없고 그런 사랑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조차 해본 적 없지만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읽으면서 프란체스카와 로버트의 삶을 또렷이 상상한다.

 

두 사람이 함께 보낸 4일은 20년이 넘는 그들의 남은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는다. 마음속 깊이 감춰두었던 꿈과 열정을 발견해 준 사랑, 시대에 낙오된 외로운 삶에 안정과 평화를 불어넣어 준 사랑을 만났을 때 그들이 느꼈을 감정에 대해 생각한다. 이별을 선택하고, 평생 동안 그리워하고, 매번 서로에게 다시 닿는 상상을 하다 이내 단념하는 일을 수천 번 수만 번 반복했을 삶을 떠올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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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체스카 존슨은 미국 아이오와주의 한 시골에서 지낸다. 대학을 졸업하고 잠시 사립학교의 선생님으로 일하다가, 이후에는 그저 농부인 리처드의 아내이자 두 아이 캐롤린과 마이클의 엄마로 살아간다. 시골 문화가 요구하는 삶에 염증을 느끼지만 가족을 위해 진실된 감정과 행동을 가둔지 오래다. 마을은 조용하고 아이들이 별 걱정 없이 뛰어놀 수 있는 좋은 곳이긴 하나 그녀가 어릴 적 꿈꾸던 곳은 아니다. 자유에 대한 갈망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생활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산다.

 

로버트 킨케이드는 빛과 광선에 매료되어 사진 찍는 삶을 택했다. 종군 사진작가를 경험하고 지금은 내셔널 지오그래픽과 계약해 잡지에 실릴 사진을 찍는다. 아마존부터 북미 사막까지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카메라에 풍경을 담고 이미지를 만드는 일을 한다. 시와 낱말과 예술을 무척이나 사랑하지만 컴퓨터와 로봇이 지배할 세상을 두려워하는 사람이다. 스스로 현실에 두 발을 온전히 붙이지 못한 채 살고 있다고 느낀다.

 

프란체스카와 로버트의 삶을 나란히 놓고 맞대 본다. 겹치는 지점이 거의 없을 만큼 너무나도 다른 두 세계다. 프란체스카가 남편과 아이들이 박람회로 짧게 떠난 사이 집에 홀로 남아있지 않았다면, 그리고 로버트가 사진을 찍기 위해 지붕으로 덮인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찾지 않았다면 결코 만나지 못했을 두 사람이다. 무더운 8월의 어느 여름날, 그렇게 수많은 우연들이 중첩되어 그는 그녀에게 길을 묻게 된다.

 

우연과 우연이 겹쳐 만들어진 만남도 물론 신기하지만, 찰나의 대화로 상대의 깊은 곳에 자리한 영혼을 알아보게 되었다는 일은 더욱 놀랍다. 나흘이라는 짧디짧은 시간이 완성시킨 마법 같은 일은 두 사람이 서로를 일생에 단 한 번뿐인 사랑이라고 느끼게 된 이유에 대해 거듭 생각하도록 만든다.

 

프란체스카가 본 로버트는 따스하고 다정하면서도 강인함을 내보이는 사람이다. 그가 가진 곧은 신념과 섬세함이 그녀 스스로의 존엄을 일깨우게 한다. 세상을 자유롭게 누비던 로버트의 방황과 여정이 큰 자극으로 작용한 결과다. 울타리 안에 자신의 본성을 가두고 사는 와중에도 속으로는 항상 바라고 생각해오던 삶을 다시 한번 꿈꾸게 한다.

 

로버트는 프란체스카에게서 뛰어난 지성과 타고난 열정을 본다. 정신의 유연한 부분에 공감하고 다른 사람을 감동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던 그에게 그녀는 운명 같은 사람으로 다가온다. 인생 처음으로 주체할 수 없는 감정과 사랑을 불러일으킨 프란체스카에게 불가항력을 느낀다.

 

두 사람 각자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것을 갖고 있던 서로는 그렇게 ‘조각난 부분들을 온전한 하나로 만들어 주는 사랑’이 된다. 다시는 만날 수 없을 사람이라는 확신이 그들을 사랑하도록 만들었고, 동시에 나흘을 끝으로 이별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느껴진다. 깊은 사랑이 이별로 이어지게 된 이유는 다른 무엇보다도 자신을 온전하게 만들어 준 상대의 행복을 가장 먼저 생각하는 마음 때문이었을 것이다.

 

프란체스카는 가족을 지키겠다는 책임감과 리처드, 캐롤린, 마이클에 대한 애정 때문에, 로버트는 그녀의 삶이 위태로워지지 않았으면 하는 존중과 배려 때문에 이별을 선택하게 된다. 아름다웠던 사랑을 추억하며 끝맺자는 마지막 약속과 상대에 대한 진심 어린 감사가 감동을 준다.

 

세상에 이런 사랑이 또 있을까. 책을 읽는 내내 계속 머리에 맴돌던 생각이다. 물론 이들의 사랑이 유일하고 특별하고 귀중하다고 해서 프란체스카에게 남편이 있었다는 사실이 절대 사라지지는 않지만, 오랜 세월 동안 서로를 간절히 원하면서도 결국 사랑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두 사람을 깊이 이해한 후 이내 눈시울을 붉히는 캐롤린과 마이클의 모습이 마음속의 불편함을 조금씩 지워낸다.

 

‘애매함으로 둘러싸인 이 우주에서 단 한 번만 오는 확실한’ 감정이자, ‘몇 번을 다시 살더라도 다시는 오지 않을’ 이 사랑은 삶이 이뤄낸 마법이다. 서로를 영원히 기억할 프란체스카와 로버트의 사랑은 기적보다 더 기적 같은 일이다. 표지를 덮고 나서 더욱 분명해졌다. 사랑은 사람이 사람에게 할 수 있는 가장 대단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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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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