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비포 선라이즈 - 영화와 사랑에 빠지는 순간 [영화]

글 입력 2024.07.28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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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면식 없는 두 명의 남녀가 만나 운명적으로 사랑에 빠진다’, <비포 선라이즈>를 아주 짧게 요약하자면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기차에 몸을 실은 채로 서로 다른 목적지를 향해 가던 제시와 셀린은 우연히 대화를 나누게 되고, 단 하루라는 제한적인 시간 속에서 깊은 사랑에 빠지게 된다. 우연이 모여 만들어진 만남은 그들이 서로를 선택하였기 때문에 운명이 되었다. 그렇게 제시와 셀린은 6개월 뒤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마음에 품고 끊임없이 서로를 궁금해하고 그리워할 것이다.


<비포 선라이즈>는 명백한 로맨스 장르의 영화로서 운명적인 사랑과 꿈 같은 하루를 일상적인 대화로 채워 보여준다. 나는 이 영화에서 말하는 “운명적으로 어떠한 대상이 궁금해지고, 그렇게 스며들어 사랑이 된다”는 지점이 사람 간의 사랑에만 국한하여 읽히지는 않았다.

 

더 크게, 영화-관객의 관계적 입장(비포 선라이즈와 비포 선라이즈를 마주한 관객)으로 보아도 <비포 선라이즈>는 아주 흥미롭게 다가오는 지점이 있었기에 조금 다른 관점에서 영화를 말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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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시와 셀린이 처음 만난 장소는 기차이다. 그들은 기차 안에서 처음 대화를 나누게 되었고, 서로에게 흥미와 관심을 느꼈다. 그렇게 제시와 셀린은 기차에서 함께 내려 계획에도 없던 둘만의 여행을 하게된다.

 

영화를 조금 아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알겠지만, 영화사에서 최초의 영화라고 공식적으로 알려진 영화 <열차의 도착>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마치 관객과 <비포 선라이즈>가 영화관에서 큰 스크린으로 처음 대면하는 운명적인 순간을 말하는 것만 같다.


영화는 제시와 셀린의 발길이 닿는 곳을 따라 배경을 옮겨간다. 또한, 특별히 이렇다 할 스토리가 있다기보단 둘의 대화로 영화를 채워가게 된다. 이 지점은 마치 일상을 살아가던 관객들이 영화관으로 발걸음을 돌려 들어오는 순간, 눈앞에 새로운 세계가 펼쳐지고 영화에 몰입하게 되는 영화와 관객의 관계를 느끼게 한다.

 

영화와 관객이 소통하고 대화할 때는 관객이 영화를 봐줄 때이다. 그렇게 관객은 영화를 관객 개개인의 세상으로 편입시켜 각자 다른 감상을 내놓게 된다. 제시와 셀린 또한, 대화를 통해 서로가 다름을 느끼지만, 그 모든 과정마저 서로를 더욱 사랑하게 되는 순간이 되는 것과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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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란 타이밍”이라는 말이 있듯, 그 타이밍 또한 하필 그 공간에, 그 시간에, 그 사람이 내 앞에 나타났기 때문에 발생한다. 그러니까 제시와 셀린은 좋은 타이밍에 서로를 만나게 되어 사랑에 빠지게 된 것이다.

 

그 모든 우연을 거쳐 사랑이 되었던 것처럼, 관객과 영화 또한 하필 그 시간에 시간이 되었고, 그 영화관에 그 영화를 상영해 주었기 때문이다. 사랑과 영화 모두, 마치 일시적인 꿈 같다는 말로서 자주 언급된다. 사랑에 빠졌을 때의 그 뜨거운 마음은 생각보다 영원하진 못하고, 영화 또한 엔딩크레딧이 모두 올라간 후에는 깊이 빠져있던 세계에서 나와야 한다. 마치 길고 깊은 잠을 자고 난 후, 깬 것처럼 말이다.


나는 <비포 선라이즈>를 이번 재개봉을 통해 처음 보게 되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제시와 셀린의 대화를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듣고 있게 되었고, 둘의 헤어짐은 예견되어 있던 것이지만 제삼자의 입장인 나조차 헤어짐의 시간이 오는 것이 아쉬웠다.

 

영화의 시작이 둘의 만남이었으니, 제시와 셀린이 각자 서로의 집으로 돌아가게 된다면 당연히 영화도 엔딩을 맞이할 것이라는 사실을 모두가 암묵적으로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둘의 만남이 끝나지 않길, 이 영화가 끝나지 않길 바라고 있는 관객들은 모두 제시와 셀린 둘과 일심동체가 된다. 관객과 영화가 하나가 되는 것이다.

 

스크린 안에서는 제시와 셀린이, 스크린 밖에서는 관객들이 사랑이란 감정으로 묶이는 운명과도 같은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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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든 원하는 시간에 OTT에 접속하여 영화를 볼 수 있는 최첨단 기술의 시대에 살고 있는 나지만, 제시와 셀린의 감정을 따라 나도 6개월 뒤 후속편인 <비포 선셋>을 보는 게 맞을 것 같단 생각을 하며 영화관을 나섰다.

 

어쩌면 나는 이미 <비포 선라이즈>와 사랑에 빠진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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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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