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볼 게 너무 많았다, 눈 돌아가는 파리 올림픽 개막식 [문화 전반]

한국인은 다른 의미로 눈 돌아가긴 했지만
글 입력 2024.07.28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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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올림픽 공식 인스타그램

 

 

지난 새벽, 드디어 전 세계인들의 축제 2024 파리 올림픽이 막을 올렸다. 언제나 그랬듯이 제일 많은 기대를 모았던 개막식에 모든 이들의 시선이 쏠렸다. 시작 전부터 센강 수질 문제와 친환경 숙소 등으로 말이 많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예술의 도시, 장인의 도시 파리이기에 내심 기대를 품고 중계를 틀었다.


 

 

기상천외, 모두의 예상을 깨는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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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올림픽 공식 인스타그램

 

 

보통의 올림픽 개막식은 화려한 조명이 비추는 거대한 경기장 안에서 이루어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파리 올림픽의 개막식은 달랐다. 베일에 가려진 개막식의 시작을 알리는 사람은 레전드 축구선수 지단이었다. 그가 이끄는 대로 시선을 돌리다 보면 어느새 관객들은 센 강의 다리 위에 올라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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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tty Images

 

 

다리 위로 퍼지는 삼색의 축포가 본격적인 축제의 시작을 알리고, 예고했던 대로 센 강의 물결을 따라 배를 타고 선수들이 입장하기 시작하니 프랑스가 만들고자 했던 그림의 의도를 대충 알 수 있었다. 자유와 예술의 도시, 도시가 곧 작품인 파리에서만 가능한 그림을 보여주고자 한 게 아닐까.


강가 한쪽에서는 세계적인 팝스타 레이디 가가의 무대와 물랑루즈를 대표하는 캉캉 춤이 이어지고, 도시는 그야말로 축제의 장이 됐다. 그 뒤로 게임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저게 누구야’ 싶을 어쌔신 크리드의 주인공이 노트르담 성당을 누비며 영광스러운 프랑스의 장인 정신과 문화유산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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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 소프트 어쌔신 크리드 유니티

 


다만 아쉬웠던 점은 한국 방송사들이 이 ‘어쌔신 크리드’의 출연에 대한 정보가 없어 명확한 해설 없이 ‘괴도 루팡’과 같은 명칭으로 불렀다는 것이다. 이 ‘어쌔신 크리드’가 노트르담 성당에 등장한 이유는 이 게임이 노트르담 성당 복원에 상당한 기여를 했기 때문이다.

 

설계도가 있을 리 만무한 노트르담 성당에 대화재가 일어난 그 당시, ‘어쌔신 크리드’를 만든 프랑스의 게임사 유비소프트는 철저한 고증이 담긴 본인들의 그래픽을 복원 작업에 제공하기로 했다. 우연찮게 이어진 인연이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에서 다시 재현된 순간이었는데, 아쉽게도 한국에는 이 사실이 잘 알려지지 않을 듯싶다.




자유, 평등, 박애, 그리고 프랑스의 기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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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tty Images

 


그리고 프랑스 대혁명을 상징하는 ‘레 미제라블’의 주제곡이 울려 퍼진 뒤에는 상당히 충격적인 비주얼의 마리 앙투아네트가 ‘다 잘 될 거야’를 외쳤다. 민중의 소리가 헤비메탈로 뒤바뀌는 이 순간부터 이 개막식, 심상치 않구나를 느꼈다. 프랑스식 ‘자유’의 시작이었다.


세계적인 헤비메탈 밴드 ‘고지라’의 무대는 혁명의 피와 불꽃을 상징하는 붉은 컨페티와 연기로 뒤덮이고, 카르멘의 아리아로 선율이 이어지면 허공에서 나부끼는 사람들이 그야말로 ‘자유롭게’ 몸짓했다. 곧 이는 ‘자유롭게 사랑할 권리’로 이어진다. 세 명의 남녀가 뒤얽히는 광경이 전 세계로 송출되는 이 광경보다 더 자유로운 광경이 있을까.


센 강에 솟아오른 여성들의 동상은 이내 세계인들에게 당당히 평등의 가치를 알렸다. 누군가는 불편해할 광경이지만, 그들의 목소리가 지나온 전 세계 여성의 발자취를 지울 수는 없음을 알리는 순간이었다.

 

마지막 ‘박애’를 주제로 한 막에서는 프랑스라는 국가가 얼마나 예술로 가득 찬 국가인지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오르세 미술관을 지나 ‘달나라 여행’, ‘어린 왕자’와 같은 작품들이 이어질 때는 감탄을 멈출 수 없었고, 루브르 박물관에 걸린 명화들이 역으로 올림픽 선수와 관객들을 구경하는 연출이 등장했을 때에는 이유 모를 고양감까지 느껴졌다. 하여튼 이러니저러니 말은 많아도 파리가 세계에 끼친 문화 예술적 영향을 생각하면 역시 그 위상이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마지막을 장식하는 여성의 목소리는 우아하게 프랑스의 가치, ‘자유’, ‘평등’, ‘박애’를 외쳤다.

 

 


에펠탑의 낭만, 감동을 담은 셀린 디온의 목소리


 

 

 

그리고 긴 긴 시간을 기다려 성화 봉송이 이루어지고 드디어, 드디어 모두가 기대한 순간이 다가왔다. 개막식을 처음부터 끝까지 감상한 사람들에게 하이라이트를 꼽으라고 한다면 열이면 열, 셀린 디온이 에펠탑 위에서 ‘사랑의 찬가’를 불렀던 순간이라고 답할 것이다. 온몸이 굳는 희소병을 딛고 다시 일어난 셀린 디온의 목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 깊었고, 지구촌에 감동을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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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올림픽 공식 인스타그램


 

Si un jour, la vie t'arrache à moi

Si tu meurs, que tu sois loin de moi

Peu m'importe si tu m'aimes

Car moi je mourrais aussi

 

Nous aurons pour nous l'éternité

Dans le bleu de toute l'immensité

Dans le ciel, plus de problème

Mon amour, crois-tu qu'on s'aime?

 

만약 어느 날 갑자기

나와 당신의 인생이 갈라진다 해도

만약 당신이 죽어서 먼 곳에 가 버린다 해도

당신이 나를 사랑한다면 내겐 아무 일도 아니에요

나 또한 당신과 함께 죽는 것이니까요

 

그리고 우리는 끝없는 푸르름 속에서

두 사람을 위한 영원함을 가지는 거예요

이제 아무 문제도 없는 하늘 속에서

내 사랑, 우리가 서로 사랑한다고 생각하나요?

 

 

화면 밖으로도 에펠탑의 낭만이 느껴졌다. 깊은 밤을 뚫는 단단한 눈빛과 목소리, 아름다운 선율은 파리의 감성을 완벽하게 완성 시켰다. 순식간에 파리는 사랑이 넘치는 도시가 되었고, 전 세계인들은 사랑이라는 감정에 휩싸였다. 이 감정만으로 끝을 맺을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근데 첫 단추부터 이러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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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올림픽 공식 인스타그램

 

 

사실 완벽한 개막식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볼거리는 많았지만 너무 다양했고, 일관된 스토리를 찾기도 힘들었다. 무엇보다 개막식의 짜임새나 흐름, 다른 논란거리를 차치하고서라도 제일 큰 문제가 발생했다. 전 세계인의 축제가 막이 오른 순간, 한국인들은 마음 편하게 웃을 수 없었다. 오히려 모욕감을 느껴야 했다. 헷갈렸다고 하기에는 너무 투명할 정도로 당당하게 틀리던 국가 이름부터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유독 흐릿한 국가 사진까지. 당당하게 외치던 자유, 평등, 박애는 적어도 한국인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였다.

 

논란이 불거지자 급히 대처를 하긴 했지만 후속 대처도 아쉬웠다. 한국어 계정에만 사과 게시글을 올리는 바람에 한국인들은 더욱 항의의 목소리를 크게 내고 있다. 설레고 두근거려야 할 축제의 시작에 다른 두근거림을 느껴야 한다니. 이미 파리 올림픽을 최악의 올림픽으로 못 박아버린 사람들도 많다.

 

전 세계의 화합과 평화를 위한 자리가 아니던가. 더욱이 다인종 국가였기에 이번에 프랑스가 보인 행보는 더욱 실망스러웠다. 단순히 철자를 틀리는 정도의 문제가 아님을 모두가 그동안 쌓아온 빅데이터로 직감하고 있기에 가슴이 아팠다.

 

앞으로 대한민국 선수들의 경기를 볼 때, 누군가는 반드시 우리 선수를 북한의 선수라고 생각 할 테다. 인종이 같아서가 아니라, 올림픽에서 공식적으로 그렇게 설명했기 때문이라는 사실이 처참하다.


그렇기에 더욱 바란다. 지금 이 축제를 벌이고 있는 국가가 정말로 자유와 평등, 박애의 가치를 실천해 주기를. 앞으로 그 어떠한 논란도 발생하지 않기를. 부디 꿈을 펼치기 위해, 국가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타국으로 떠난 선수들이 아무런 문제 없이 무사히 경기를 마치고 올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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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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