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아름다운 불륜?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원초적 감정에 지켜야 할 도덕이 있을까?
글 입력 2024.07.28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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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하게도, 영화 <콰이강의 다리>와 헷갈려 단단히 오해를 한 채 읽게 됐다. 그러나 오히려 좋다. 전쟁이 주는 울림은 너무 무거워 버거울 때가 있으므로.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가 전달하는 로맨스의 떨림 역시 가볍다고 할 순 없지만, 수려한 문체와 '사랑'의 강력한 속성 중 하나인 미화 덕에 한결 수월했다. 이야기 자체가 길지 않기도 해서, 앉은자리에서 두세 시간 정도면 금세 읽을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간단히 말하자면 불륜 이야기다. 그리고 이러한 류의 작품은 언제나 아름답다. 그럴 수밖에! 논리보다 설득력이 강한 것이 바로 미美 아니던가. 논리는 뇌를 자극하지만 아름다움은 심장을 펌프질한다.


미국 시골 농부의 아내로 침전하듯 조용히 살아가던 중년의 여성 프란체스카는 운명처럼 나타난 방랑하는 사진작가 로버트에게 이끌려, 그와 함께 한 고작 며칠을 평생 기억하며 살아가게 된다.


정말 소설 속에서나 있을 수 있는 인연이라고 생각했다. 짧은 만남 이후로 직접 얼굴을 마주한 적도, 목소리를 들은 적도 없지만 단 한 순간도 서로를 잊지 않고 그리워하다니. 그렇다고 서로를 추억할 반듯한 기록이 남아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마음에 새겼다. 글쎄, 나는 그 많은 사진과 영상 속에서도 가물가물해진 인연이 한둘이 아닌데.

 

조금은 터무니없는 이야기 아닌가 싶으면서도 한 편으론 두 주인공이 부러웠다. 사랑은 삶의 동의어라고 생각한다. 남녀노소 누구나 추구하는 가치이자 그 자체로 원동력이 되어주니 말이다.

 

비단 에로틱한 의미의 사랑뿐 아니라 모든 관계에서 발현되는 애정이 우리를 살아있게 한다. 그리고 그것의 극치를 단 몇 초 만에 찾아내 단 며칠을 음미하고, 평생을 기억하고 또 어루만지는 두 주인공이 거의 그리스 신화의 영웅들처럼 느껴졌다. 게다가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니 운명론자가 아니더라도 운명에 대해 한 번쯤은 고민하게 만든다.


사랑은 통제할 수 없다. 그러나 훌륭히 의무교육을 끝마친 이들이라면, 관습과 도덕에서 파생된 책임이라는 무거운 짐을 내팽개칠 수도 없다.


그들의 사랑이 불륜이라고 이름 붙이기 조금 어렵게 느껴지는 건, 그리고 마냥 아름답게 보이는 건 이 두 가지 때문아닐까? 지금의 상황에 충실히 임하면서 그것을 망칠 수 있는 욕망을 어떻게든 통제하려고 애쓰던 두 주인공이 수행자처럼 느껴진다. 혹여 내 가족, 혹은 지인에게서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충격을 받을지언정 상대를 미워할 수 없을 것이다. 오히려 어떤 면에선 부러워하지 않을까? 인생에 그토록 명확한 순간이, 그토록 열정을 태울 수 있는 순간이 있어서 말이다.


미국 콘텐츠를 보고 있으면 아이오와주가 참으로 많이 등장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주로 따분한 시골의 삶을 지겨워하는 주인공이 나오곤 하는데, 사랑 혹은 공포 이야기가 주가 되는 듯하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읽으면서 나는 또 한 번 그 지역에 대한 환상을 덧씌우고 있다. 아름다운 풍경이 사람을 홀리는, 그래서 어떤 일이 발생해도 놀랍지 않은 곳. 낭만이 남아있는 곳.


8090의 향수를 느끼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한다. 아직 이 땅에 낭만다운 낭만이 살아있던 시절 말이다.

 

 

[유다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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