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현재의 순간을 가장 잘 즐기는 법 - Soundberry Festa' 24 [공연]

여름맞이, 가뿐한 마음을 위해
글 입력 2024.07.28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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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이 작열하는 땡볕더위는 아니었지만, 장마 기간의 높은 습도와 폭우로 불쾌지수가 마구 오르던 7월의 어느 날. 실내에서 즐기는 음악 페스티벌인 2024 사운드베리 페스타에 다녀왔다.

 

고백한다. 자고로 난, 음악 페스티벌이라면 한여름의 뙤약볕 아래서 온갖 고생을 자처하며 자신의 젊음과 청춘의 정도를 시험해보는, 그렇게 무턱대고 치기어린 기행을 마음껏 발산하는 공간이라고 생각했다. 때문에 실내에서 시원하게 즐길 수 있는 음악 페스티벌에 대한 기대감이 적었다.

 

비도 오고, 더우니까. 그저 시원한 공간에서 편하게 음악을 듣다 와야겠다며 별다른 고민 없이 낮은 밑창의 스니커즈를 신고 가벼운 마음으로 공연장에 도착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날 스니커즈를 신었던 것은 아주 큰 실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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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사운드베리 페스타에선 인디와 힙합, 그리고 밴드 음악까지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즐길 수 있었다. 다만 공연 장소가 두 곳이었기에 적지 않은 인파가 계속해서 두 공연장을 오고 가야했다. 이러한 이유로 페스티벌 관객은 보고 싶은 아티스트들의 공연 시간이 맞물릴 경우 어떻게 시간 분배를 해야 하는 가와 같은 선택에 기로에 놓이게 된다.

 

나 또한 이번 페스티벌을 통해 처음 보는 아티스트의 공연과 에너지에 매료되어, 원래 보고자 계획 했던 아티스트의 공연엔 셋리스트가 끝나갈 즘에야 겨우 들여다보기도 했다. (이것도 페스티벌의 묘미라면 묘미다)

 

실내 페스티벌이기에 야외 페스티벌보다 열정이 덜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큰 오산이었다. 공연장에서 만난 아티스트들은 구슬땀을 흘리며 열정적으로 공연에 임했고, 관객들 또한 스탠딩석과 좌석을 가릴 것 없이 모두 일어나 함께 공연을 즐겼다.

 

그 열기에 이끌려 스탠딩 존에서 주위 관객들과 함께 노래를 따라 부르고 손을 흔드는 와중, 순간 멈춰서 주위를 둘러봤다. 모두가 같은 표정을 짓고 같은 곳을 바라보며 진실로 소통하는 것만 같은 그 때의 기분.

 

지금 이 순간, 무대 위에 있는 누군가와 무대 아래에 있는 누군가는 그 경계의 구분 없이 이 곳에서 같은 시간을 함께 공유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콘서트나 페스티벌과 같은 면대면 공연을 직접 경험할 때마다 느끼는 감정을 다시 한 번 되새기게 되었다고나 할까.

 

아주 일차원적인 감각을 함께 충족하고, 지금 여기, 현재의 순간을 제외한 과거와 미래는 전혀 상관이 없다는 듯, 마치 이 공간 안에서만 허용되는 가뿐한 즐거움을 느끼는 순간들이 생경하도록 소중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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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스탠딩 존에 설 생각도, 그렇게 뛸 계획도 없었다. 근데 그렇게 됐다. 어쩔 수가 없었다. 공연이 끝난 지금 다시 그 때를 회고해보면, 어떤 곡이 가장 즐거웠고 어떤 공연이 가장 재밌었는지에 대한 기억보다는, 그 공연장 안에서 함께 땀을 흘리며 웃고 있던 누군가들의 얼굴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공연이 모두 끝나고 집에 돌아가는 길은 정말 힘들었다. 다리도, 발도 너무 아팠다. 그런데 그렇게 지친 육체를 가졌음에도 마음이 너무 가뿐했다. 이제 여름이니까. 이런 일상의 이벤트들을 통해 마음이라도 자주 가뿐해져야할 것 같다.

 

만약 사운드베리 페스타를 고민하고 있다면, 실내 페스티벌이기에 잘 즐기지 못할 것이라는 오만한 생각은 금물. 무더위의 한여름, 쾌적한 실내에서 현재의 순간을 가장 잘 즐길 수 있는 경험에 뛰어드는 것을 추천한다.

 

편한 신발은 필수.

 

 

[차수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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