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담백한 로맨스 소설 -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글 입력 2024.07.28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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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무렵, 다양한 서포터즈 활동에 열을 올리던 때였다. 무언가 새로운 활동을 한다는 것 자체로 즐거웠기에, 신청 공고를 보고 마음이 이끌린다면 앞뒤 안 가리고 도전해 보는 식이었다.

 

그러던 중, 영어 교재를 만드는 출판사의 리뷰 활동을 하게 되었다. 그때 제공받은 영어 문법 교재에 영화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의 대사가 실려 있었다. 

 

하지만 영화의 대사를 활용한 문법 교재였기에, 내용에는 큰 비중을 싣고 있지 않았다. 나로서도 처음 들어보는 영화인데다 당시에는 로맨스 장르를 선호하지 않았기에 그냥 그렇구나, 큰 관심 없이 지나쳤더랬다.

 

이제야 알게 되었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의 원작이 소설이라는 것을.

 


매디슨다리_표1.jpg

 
 

남성 주인공의 이름은 로버트 킨케이드. 뛰어난 머리를 가지고 있지만, 틀에 박힌 삶을 사는 것을 싫어하는 기질을 타고났다. 스스로를 시대에 뒤떨어진 카우보이라고 부르는 로버트는 군대에서 우연히 접한 사진에 큰 매력을 느껴 프리랜서 사진사가 되었다.

 

그는 여느 때처럼, 잡지사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의뢰를 받고 사진 촬영을 위한 길을 떠난다. 그 여정에서 매력적인 여성 프란체스카를 만나게 되는데... 그녀는 농부의 아내로 평온한 삶을 살고 있던 중이었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마음속 깊이, 풀리지 않은 욕망이 잠들어 있었다.

 

그가 길을 묻기 위해 그녀의 집 앞에 픽업트럭을 정차시킨 순간, 두 사람은 첫눈에 무언가 심상치 않은 감정을 느꼈다. 문제는 이혼남인 로버트와 달리, 프란체스카에게 가정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니 이러면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꾸만 로버트에게 끌리는 스스로를 느끼게 된다. 끝내 감정이 이성을 억누른 순간이 찾아오고, 그녀는 그에게 쪽지를 남긴다.

 

 

'흰 나방들이 날갯짓할 때' 다시 저녁 식사를 하고 싶으시면, 오늘 밤 일이 끝난 후 들르세요. 언제라도 좋아요.

 

p.112

 

 

두 사람은 금지된 사랑을 나누었다. 그걸 알면서도, 멈출 수 없는 사랑을 느낀다면, 그 순간을 어쩔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소설은 이런 질문을 던지고 있다.

 

도덕적인 관점에서 보면, 둘은 그러면 안 되었다. 소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었던 두 사람의 감정에 집중하고 있다. 자식들에게조차 이해를 요구할 수밖에 없는 사랑의 감정에 말이다.

 

첫눈에 운명임을 알아본 상대를 만나게 되면, 이성적으로는 결코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이 생겨나는 것일까? 그러나 두 사람은 끝내 사랑 때문에 현실을 버리는 선택을 하지 않는다. 이는 두 주인공의 나이가 중년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선택이었으리라.

 

개인적으로는 두 사람의 사랑이 마냥 아름다워 보이지는 않았다. 특히 프란체스카의 태도에서 무한한 이기심을 느꼈다. 차라리 로버트를 따라 가족들을 버리고 갈 것이지, 마음속에 다른 남자를 품은 채 오직 책임감으로 가족들을 대했을 그녀의 모습을 상상하니 괜히 분노가 치솟았기 때문이다.

 

시대적인 배경에서는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그 시대는 지금보다 훨씬 보수적이었을 테니까. 그녀의 가족은 어쩌면 이미 알고 있었을지도 모르지. 그들의 어머니가 이곳 시골과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그렇기에 아이들도 그녀의 고백을 안타까워했는지도 모른다.

 

이처럼 소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속 절절한 사랑의 주인공을 바라보는 관점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 논쟁을 이어갈 수 있었던 공은 저자의 뛰어난 문장력에 있다. 소설은 몇십 년이 지난 지금 읽어도 결코 유치하거나 촌스럽지 않은 액자식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다. 흡입력이 넘치는 묘사와 감성을 건드리는 아름다운 표현 또한 놓칠 수 없는 부분이다.

 

따라서 기교 없는 담백한 로맨스 소설을 찾고 있다면,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추천한다. 결핍이 있는 두 사람이 만나 진정한 하나가 되어 서로를 깊이 사랑하는 감정을 읽는다면, 그 누구라도 빠져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소설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될 것이다. 솔직히 한 번쯤은 겪어보고 싶은 사랑이라고.

 

 

[김규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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